불교가 쉬워지고 마음은 쉬고!

목동 국제선센터 영어명상법회 Saturday meditation & Dharma talk in English

2014-04-08     불광출판사

 

영어와 불교는 공통점이 있다. 막연히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영어로 하니 불교가 쉬워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것들끼리 만나 도리어 쉬워진다니, 이쯤에서 고개가 갸웃해진다. 무슨 연유인지 궁금증이 커진 영어왕초보, 용기를 내 국제선센터 영어명상법회의 문을 두드렸다. 문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었다.


| 수행으로 시작하는 법회

토요일 저녁 7시, 목동 아파트촌에 자리한 국제선
센터 5층 소법당에 들어서니 10여 명이 지도법사 스님과 함께 좌선을 하고 있었다. 한 외국인은 느슨하게 ‘책상다리’를 한 채 앉아 있고, 또 다른 참가자의 자세는 싯다르타의 고행상이 연상될 만큼 완벽한 결가부좌였다. 얼굴에는 깊은 집중이 엿보였다. 외국인과 한국인의 비율은 엇비슷했다.
벽에 붙은 시간표에는 7시부터 자율좌선free sitting과 행선을 30분씩 하고 8시부터 다시 좌선 후 스님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일정이 안내돼 있었다. 입정 시간이 길어야 1분을 넘지 않는 보통 법회와 달리 수행이 4분의 3을 차지하는 셈이었다. 국제선센터 영어명상법회뿐 아니라 화계사, 무상사 등 대부분의 영어법회가 실참을 병행한다. 짧게는 20분에서 많게는 1~2시간씩 좌선을 한 뒤 법담 순서로 넘어가는 것. 그 중에서도 국제선센터는 실참의 비중이 크다.
“‘free sitting’ 시간에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좌선을 합니다. 기본적인 수행방법을 ‘알아차림 명상’으로 하되 각자에게 익숙한 방식을 허용해요.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거지요. 이 법회에 수행의 비중이 큰 것은, 어떻게 하면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이에요. 그것이 수행의 힘이니까요.”(지도법사 천조 스님) 한 시간 반의 실참에 이어진 법담 순서, 참가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는다. 설 연휴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라 스님은 “Happy new year.”라는 인사말과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대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실참 시간의 진지함이 편안함으로 옮겨간다.
미국 출신의 다니엘(Daniel Gunnell) 씨는 최근에 3주 동안 인도여행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담담히 꺼내놓았다. 이어서 최영찬 씨가 좌선 도중 푸른빛을 본 경험을 이야기하자 스님은 편안한 미소를 잠시 거두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는 ‘Light, light, light.(빛, 빛, 빛.)’라고 이름붙이며 바라보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유숙자 씨는 수행 중‘언제 생각이 시작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스님의 조언은 “그건 중요하지 않다. 관찰 그 자체가 중요하다.”였다. 뉴질랜드에서 온 제프(Jeff Falconer) 씨는 늦게 도착해 행선을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스님은 그동안 꾸준히 해온 점을 생각하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 불교는 원래 쉽다

헌데 스님의 영어가 평소 영어 한 마디 쓰지 않는 내 
귀에 쏙쏙 들어왔다. “When there is attachment there is suffering.(집착이 있을 때 고통이 있다.)” 스님은 단순한 문장과 쉬운 단어를 썼다. ‘어? 이거, 쉽네?’ 하는 생각이 드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영어가 이렇게 쉬운 언어였나? 한국인 참가자들의 영어 발음도 평범한 편. 대단한 영어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조금씩 배워가면서 할 수도 있겠다는데 생각이 닿았다. 그렇다면 영어로 배우는 불교가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한자어를 쓰고 있는데 지금은 한글 세대 아니겠어요? 옛날 사람들은 금방 와 닿았겠지만 이젠 그 의미가 확연히 다가오질 않는 데다 우리말 특징이 두루뭉술한 것도 한몫해요. 영어는 점을 찍듯 정확한 의미를 집어내서 쓸 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의 언어인 팔리어가 영어와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영어로 했을 때 이해가 빠른 겁니다. 물론 한자어의 장점은 분명 있어요. 바로 ‘깊이’죠. 깊은 의미를 새록새록 들을 때마다 아는 그 맛이 있습니다. 사실 불교는 쉬운 거예요. 그것을 담아내기에 영어가 적합하고, 특히 불교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에 잘 맞는 거지요.”
스님 말씀에 한국인 참가자 이근주 씨도 공감한다고 했다. “저는 불교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영어는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은 하는 편인데 불교 공부는 영어가 이해하기 쉽네요. 개념이 바로 바로 들어오거든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템플스테이에서도 ‘불교가 진부하다고 느꼈었는데 영어로 접하니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더라고 천조 스님이 부연했다. 영어법회에서 영어실력도 다지고 불교공부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



| 영어명상법회엔 이것이 없다

다시 보니 영어를 써서 한다는 것 이전에, 법회에
서 스님과 참가자가 한 명 한 명 대화를 나눈다는 형식이 새롭다. 예불의식과 스님의 설법이 중심이 되는 일반적인 법회와 달리, 참가자가 주인공이 되고 이는 곧 수행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어려운 일 있을 때 외국 사람들이 한국생활 힘들다고 울면서 얘기를 해요. 그럴 때 ‘수행을 하다보면 마음이 맑아지면서 내 속에 있는 번뇌들이 드러난다. 수행을 왜 하느냐, 번뇌를 제거하기 위해서 하지 않느냐. 이건 아주 좋은 기회인 것 같다.’ 하고 이해를 시키면서 고비를 같이 넘는 거지요. 나중에 찾아와서 많이 좋아졌다고 할 때 보람을 느끼게 돼요.”
이 법회에는 ‘대화’가 있을 뿐 ‘설법’이 없다. 대신 마지막 순서에 법문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유인물로 나눠주고 그것을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읽게끔 한다. 법문은 법문인데 ‘내가 하는 법문’이다. 국제선센터 영어명상법회에는 예불, 설법이 없는 대신 자기 문제를 들고 수행과 법담을 나누는 스님과 참가자가 있었다. 더 쉬워진 불교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Shall we go there?(같이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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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가 아니어도 마음을 여니 통하더라

국제선센터 국제차장 천조 스님 
인터뷰

: 영어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제가 원래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캐나다 3년, 인도네시아 1년을 그곳 한국 절에서 한국말 쓰면서 살다가 뎅기열이라는 열병에 걸려 죽을 뻔 했지요. ‘이렇게 죽으면 출가한 보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미얀마에서 수행을 시작하고는 처음으로 행복이란 걸 맛본 거예요. 6년을 행복하게 수행하면서 그때 영어가 좀 늘었어요. 5년 전에 출가본사인 석남사 선방으로 돌아와서 지내다 어떻게 인연이 돼서 작년 6월부터 와 있어요.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수행하듯 그냥 마음을 열고 하다 보니 통한 것 같아요.

: 외국인템플스테이는 많은데 영어명상법회에서 얻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요?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동안 일상 속에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지도해요. 일상의 모든 것이 수행과 연결된 것이라는 걸 말해주니까 “아, 수행이 이렇게 쉬운 거면 집에 가서도 할 수 있겠어요.”라고 후기를 남기지요. 처음에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각자 느끼고 가는 게 있어요. 이 수행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발견하고요. 이분들(법회 참가자)은 집에서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회라는 게 지속성이 있다 보니 여기 와서 수행하고 대화하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점이 좀 다르지요.

: ‘스님과의 만남 시간’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가요?
법회에 오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학생이나 강사로 있으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에요. 여기 오면 친구도 만나고 자기 안부를 제가 물어주잖아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느냐, 어디 다녀온 얘기 같은 개인사도 묻고요. 개인적인 문제로 힘들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나 하면서 법회 끝나고 따로 얘기를 해요. 수행을 해도 힘이 아직은 약하니까 그럴 때 앉아서 같이 대화를 나누는 거죠. 이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동안은 멀리서 오면서도 빠지지 않는 건 자기들한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여기서 가족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에요. 타국에 혼자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잘 살피려고 해요. 법회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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