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퇴근 후 절에 가는 날 -정토회 서초법당 수요 저녁법회

정토회 서초법당 수요 저녁법회

2014-04-08     불광출판사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3040세대에게 불교는 친숙하지만 낯설다. 불교를 믿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로부터의 영향도 있고, 전통적으로 내려온 종교이기에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직접적인 접촉점이 없다. 동네마다 한두 곳씩 있는 교회와 달리 절은 찾아보기 어렵다. 절은 수학여행이나 산에 갔을 때 한 번쯤 둘러봤던, 전통문화를 간직한 아름다운 수행공간 정도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분명 불교가 가슴에 꽂힐 때가 있다.


 

 

| 수요일엔 회식이 없다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며 때때로 쓰디쓴 좌절과 실패를 맛본다. 삶이 녹록치 않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의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치와 욕망 사이에서 헤매며 점점 세속적인 욕망에 길들여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불만과 한탄은 늘어나고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만 같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탈출구가 필요하다. 운동도 하고 취미도 만들어보고 여행도 떠나본다. 하지만 그때뿐, 여전히 삶은 힘겹기만 하고 마음은 쉬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직접 찾아나서든 우연히든 불교를 만나게 된다. 불서, 스님의 대중 강연, 템플스테이를 비롯한 각종 수행 프로그램이나 불교대학을 통해서. 드디어 한 줄기 빛을 찾은 것 같다. 불법의 이치 속에서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문제가 일시에 풀리는 듯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삶의 괴로움이 또다시 고개를 슬며시 들이민다. 지속적인 정진이나 신행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오랫동안 습관화된 무명의 마음이 다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법회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고 배우는 공간에서,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며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법회 참석이 원천봉쇄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직장인들에게 그렇다. 평일 오전 시간에 열리는 음력 재일법회는 출근으로 인해 참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일요법회는 어떤가? 그것도 여의치 않다. 직장에서 가장 왕성하게 일하는 중간관리자이기에, 업무량이 많아 야근도 잦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휴일엔 온전히 쉬고 싶지만 가족 모임을 비롯해 챙겨야 할 행사도 많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이들에게도 법회 동참의 길이 열려 있다. 바로 평일 저녁법회다. 매주 수요일 저녁 730분에 열리는 정토회 저녁법회가 대표적이다. IT회사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진섭(42) 씨는 올해 3년째 저녁법회에 나오고 있다. 주말부부라 휴일엔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목포로 내려가기 때문에 저녁시간밖에 활용할 시간이 없다.

몇 해 전 갑자기 사춘기가 오는 것처럼 뭔가 허한 느낌이 왔어요. 그때 뭔가 찾아보자는 시도를 하다,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정토회와 인연이 됐습니다. 다른 요일은 조금 늦게까지 일하더라도, 수요일은 저녁법회에 나오기 위해 정시에 퇴근합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수요일엔 회식이 없습니다.(웃음) 수요일이 평일의 중간이기 때문에, 법회에 참석하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같아요. 마음을 돌아보며 새롭게 환기시켜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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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고 답하고 나누다

 

저녁 7시 예불을 올리고, 730분이 되자 정토회 서초법당이 100여 명의 정토행자들로 가득 메워진다. 얼핏 보아도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고, 여타 사찰에 비해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다. 연령대도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룬다. 본격적인 법회는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을 시작으로 청법가, 즉문즉설, 정근과 희사, 사홍서원, 마음나누기 순으로 진행된다.

정토회 저녁법회의 특징은 즉문즉설과 마음나누기에 있다. 수요 저녁법회는 전국 88곳 정토법당에서 동시에 진행되는데, 즉문즉설 시간엔 법륜 스님의 전국순회강연 영상을 본다. 질문자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생생한 고민들, 즉 부부관계, 자녀교육, 우울증, 직업, 육아문제 등을 물으면 그때마다 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이어진다. 이 날도 이직에 대한 고민과 아들의 이혼에 따른 손자의 양육 문제가 질문으로 나왔고, 스님께서 실질적인 고민 해결 방식을 제시하며 삶을 바르게 이해하는 길을 열어줬다.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인상 깊다.

어떤 행위가 있을 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행위 그 자체는 선악이 없어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본래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것을 우리의 삶 속에서 생활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리가 법당 속에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늘 작용하도록 해야 됩니다. 그러므로 종교를 너무 멀리 여기거나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항상 내가 바르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삶의 지침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길 바랍니다.”

모든 법회의식이 끝나면 모둠별로 삼삼오오 모여 마음나누기가 시작된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내용을 되새기며 각자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이다. 서로가 진솔한 마음을 내놓고 공유하며 표정들이 한층 밝아진다. 정토회 법당을 나서니 밤 930분이다. 마음이 가벼워져서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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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보탬이.되는.자유롭고.행복한.삶을.위해


정토회 서초법당 이상주 부총무 인터뷰

 


: 일요법회도 열리는데요. 수요 저녁법회와 어떤 점이 다릅니까? 그리고 서초법당에서 열리는 법회를 소개해주시면?

일요법회엔 주부들이 많이 오시는 반면, 수요 저녁법회엔 아무래도 직장인이 주로 많이 참여하십니다. 법회는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며, 수요 저녁법회 때 본 즉문즉설 영상을 일요법회 때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수요일엔 오전에도 법회가 열리고, 청년법회는 목요일 저녁 때 열립니다. 그 외 2개의 직능법회가 열리는데요. 방송문화예술인 마음공부모임인 길벗은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저녁, 교사정토회는 매월 넷째주 월요일 저녁에 법회를 가집니다.

 

: 법회 진행을 봉사자들이 각각 담당을 맡아 이끌고 있습니다. 부총무님 역할은 무엇인지요?

법회 봉사하는 분들도 모두 직장인이라, 세부적으로 역할을 나눠 맡고 있습니다. 사회자, 방송, 집전, 안내 담당 등 열 분 정도 매주 봉사에 참여하고 계세요. 저는 봉사자들을 지원해주면서 법회, 불교대학, 경전반 등 저녁에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총괄담당하고 있습니다. 주간부를 총괄담당하시는 분이 총무 소임을 맡고 있으며, 저녁부인 저는 부총무 소임입니다. 봉사를 수행의 일환으로 삼으니, 마음의 평화도 얻고 자기 역량도 강화시킬 수 있어 좋은 점이 많습니다.

 

: 법회 참석자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오시며, 신행으로는 어떻게 이어집니까?

일주일에 서너 분 정도 신입도반들이 오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 동영상이나 책, 방송을 보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후 불교대학에 입학해 불교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정토수련원 수련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됩니다. 공부하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로 이어져, 당당하고 밝은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나가고 계십니다. 수행과 생활이 하나 되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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