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에 의문을 품다-불광교육원 전임강사 목경찬 교수

진리의 숲에 들다 | 불광교육원 전임강사 목경찬 교수 인터뷰

2014-03-25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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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불교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해 있었다. 절에 수십 년 다닌 불자도 불교의 기본교리인 사성제, 팔정도, 중도, 연기법 등에 대한 바른 이해조차 없었다. 그렇다보니 불교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미신이니 우상숭배니 하는 비판에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중반,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는 각성이 일며 사찰에 불교대학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불교 혁신의 시발점이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불교교육을 통해, 비로소 불교의 대중화·생활화·현대화·사회화가 실천적으로 이뤄지며 불교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지난 15년간 불교대학 현장에서 대중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며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목경찬 교수에게 불교교육의 현황을 물었다.


| 지식으로서의 불교, 신행으로서의 불교
: 살다보면 삶이 팍팍해지고 마음이 허해지면서, 때때로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와 첫 인연을 맺고 갓 입문한 초보불자들에게 불교대학은 불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배움터인가요?
어느 정도는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다고 봅니다.
강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불교를 공부해 삶의 의문을 해결하고 지혜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그분들 사이에서 정보와 사고를 공유하게 되고 서로 의지가 되는 거죠. 불교를 통해서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니, 바로 마음의 위안이더라고요. 마음의 위안은 신행생활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는데, 신행생활과 연결시켜주고 유지시켜주는 이론적 토대가 불교교육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대학은 올바른 삶의 관점을 제시해주는 나침판으로서 신행생활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 사찰의 불교대학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조계종 포교원에 등록된 불교대학만 해도 120곳에 달하며,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불교대학도 꽤 됩니다. 조계종의 교육체계는 기본교육과 불교대학 과정으로 나눠지는데, 기본교육을 이수해야 불교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요. 그리고 불교대학원 과정은 사찰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체계입니다. 10주 또는 3달 과정의 기본교육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불교예절과 불교용어 등을 가르쳐요. 그리고 1년 또는 2년 과정의 불교대학에는 기본 필수과목으로 부처님의 생애와 불교개론이 있고, 그 외에 불교문화, 불교사, 포교방법론, 경전 강의 등 다양한 교과목은 선택해 가르칩니다.

: 불교대학을 다님으로써 무엇을 얻어갈 수 있나요?
불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거죠. 이전에는 그저 무속적인 요소로 점철된 전통 종교로만 알고 있었다면,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해줄수 있는 사상적 토대가 완벽하게 이뤄져있는 합리적인 종교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강생들이 졸업할 무렵이면 그때서야 “이제 정말 불교 공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거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자신감을 가지고 힘든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느낍니다.


: 일반적으로 불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불교와 인연을 맺어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과 신행 활동을 거쳐 전법과 사회적인 회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진정한 불자가 탄생되려면 무엇보다 초발심 때의 불교 교육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불교를 지식으로만 알게 해서는 안 되죠. 불교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가슴으로 느끼게 해줘야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불교교리를 주입식으로강요하기보다는, 생활적인 면과 접목시켜 쉽게 풀어주며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해요. 아울러 자연스럽게 사찰 신도회와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신행생활을 함께 하게 되면 자기 공부를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불교대학이 활성화됨으로써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사찰의 신도 연령대가 낮아지고 남성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신도회 임원 구성원들도 한층 젊어져, 다양한 봉사활동과 사회적인 회향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어요.


| 불교의 힘,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지혜
: 서울대 농화학과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졸업 후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불교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서울대 다닐 때 농대 불교학생회에 가입했는데, 매우 즐겁게 활동했으며 선후배 관계도 좋았어요. 농담 삼아 ‘동아리가 전공이고 과는 부전공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죠. 졸업을 앞두고 사람들과 서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을 고민하다 불교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불교대학에는 1998년부터 출강하게 되었는데, 당시 사찰 측에서 소장학자들을 기용해서 불교교육을 쇄신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기회가 주어지게 된 거죠. 조계사, 불광사, 각원사 불교대학을 주축으로 해서 부산 삼광사 등 전국의 불교대학에서 지금까지 5,000명 이상의 수강생들과 만남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어느덧 전천후 불교대학 강사가 되어 교학과 문화를 비롯해 불교사와 포교방법론까지 강의하게 되었네요.

: 수많은 사찰의 불교대학에서 전공인 ‘유식학唯識學’을 비롯해 다양한 과목을 강의해오고 계신데요. 가장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는 불교대학은 어디이며, 불교대학 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두 열정을 가지고 잘 운영하고 있어 한 곳을 뽑기가 어려운데요. 천안 각원사 불교대학이 가장 호응이 좋은 것 같네요. 기존의 불교대학이 사찰의 신도를 만든다는 관점이 있었다면, 각원사의 경우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관점으로 변화를 준 것입니다. 불자뿐 아니라 지역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우스갯소리로 ‘각원사 불교대학 안 다니면 천안에서 사회 활동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있어요. 우리 사찰의 신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각원사를 벤치마킹해 불교대학을 운영하는 사찰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기존 불교대학 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픈 강좌가 별로 없다는 거예요. 인문강좌나 문화 강좌 등을 많이 만들어 누구나 와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게 한다면, 지역민들에게 평생교육의 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 개인적으로 교수님은 불교를 선택해서 행복하십니까?
저는 불교공부를 반드시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불교공부를 했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고, 불교공부를 안 했어도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 있잖아요. 다양한 자기 위치 속에서 자기 성향에 맞는 방법이 있는 거죠. 다양한 방법 중 저는 불교를 선택했고, 그랬더니 다행히 저와는 잘 맞아 좋습니다. 만약 불교를가 아니었다면, 제 성격상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살아오며 힘들 때가 아주 많았거든요.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순간순간 종교의 힘으로 잘 극복해 나간 덕분이죠. 그래서 그런지 힘든 사람을 보면더 애착이 가고 제 능력껏 도움을 주려고 해요.


: 마지막으로 이제 막 불교공부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불교를 어떤 마음으로 공부할 것인가,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남의 말을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기 삶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반추해보며 합리적인 의문을 많이 품어야 해요. 그것이 축적되면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자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공부를 이어가며, 신행생활의 채찍질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해요. 불교공부는 실천적인 신행이 동반될 때 삶의 의문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며 그런 가운데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목경찬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유식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 번역 사업에 참여하였다. 현재 불광교육원 전임강사이며,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의 불교대학에서 불교교리 및 불교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카페 ‘저 절로 가는 사람’(cafe.daum.net/templegoman)에서 사찰문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저서로는 『유식불교의 이해』,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다가가는 방법』, 『들을수록 신기한 사찰 이야기』 등이 있다.






특집 | 진리의 숲에 들다 | 불교공부에 대한 궁금증 Q&A

진리의.길을.향한.첫.걸음: 불교공부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facebook : 한현옥)
무엇이든 첫걸음이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그 첫걸음을 내딛는 길은 하나가 아니겠지요. 산 정상을 올라갈 때도 여러 길을 통해 정상에 올라가듯이 말입니다. 불교를 처음 접근하는 길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찰의 신도가 되어 절 분위기 속에서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길도 있고, 훌륭한 스승 밑에서 수행 또는 교리 공부를 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적절한 책을 추천받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불교대학의 장점은 무엇보다 불교 전반에 대한 흐름을 알 수 있고 또한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공부하는 도반을 통해 서로 도움을 받으며 다양한 공부 방법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불교대학이 운영되지 않는 지역이라면,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조계종디지털대학’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사찰 신도가 되어 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혹 질문 내용 속에 “어떤 책을 보면 좋을까요?” 라는 의미도 숨어 있다면, 불광연구원에서 2012년에 발행한 『불교입문도서목록』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의 근본 주제는 무엇인가요? (facebook :
Dwight Kim)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양합니다. 저의 경우, 이 질문을 받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는 ‘비움’입니다.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근본 주제는 바로 공空입니다. 공이라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 화합으로 우리 앞에 드러났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더운 여름날 친구 집에 놀러가 세수를 하고 눈에 보이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습니다. 장난꾸러기 친구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었습니다. “얼굴 다 닦았나?” “응.” “그거 걸레다.” “…….” 수건이나 걸레는 그 앞에 없습니다. 인연에 의해 수건, 혹은 걸레라고 이름 붙일 뿐이지요. 수건이나 걸레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드러나지만 수건이나 걸레가 그 자체로서 앞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건이나 걸레가 그렇게 실재 한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이 내가 보는 것처럼 그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본 세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맞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금강경』에서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으로 표현합니다. 어리석음과 집착 때문입니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없애고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이 바로 공空의 가르침, 비움입니다. 『천수경』은 불보살에 대한 찬탄과 참회와 발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찬탄과 참회와 발원은 자신을 비우는 과정입니다. 자신을 비우지 않고서는 내 주위의 불보살을 찬탄할 수 없고, 자신을 비우지 않는 참회는 참다운 참회가 아니며, 자신을 가득 채우고서 그 무엇을 원한다는 것은 또다른 욕심일 뿐입니다.

: 종단은 다르지만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면 타 종단에 속한 스님에게도 가르침을 청하는지요? (facebook : 룽타)
진리의 길을 가는 데 스승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스승이 어떻게 길을 안내해주는가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따라서 참된 스승과 함께한다는 것은 보통 복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훌륭한 스승은 수행의 전부라고 합니다. 수행의 전부가 훌륭한 스승이라고 한다면, 그 분이 특정 종단에 속한 스님이든 아니든, 비구 스님이든 비구니 스님이든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가끔씩 이런 말을 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스승이 있으면,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그 분 밑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분이 훌륭한 스승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르침을 빙자하여 거짓을 펼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승을 찾아가는 과정도 공부입니다. 많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자신을 버리지 못하거나 욕심을 낸다면 더 많은 수업료를 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버리면 모든 이들이 스승이 됩니다.


답변.
목경찬(불광교육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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