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를 알아차려 대자유인이 되라

2014-03-25     안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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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 축서사 금곡 무여 큰스님께
오늘은 대한大寒이 울고 간다는 소한小寒입니다. 얼음장 같은 매서운 추위는 오히려 제 마음 챙기기 좋습니다.
큰스님, 추위에 법체 청안하신지요?
저는 제가 사는 제천 자드락길에서 갑오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이 시대의 선재동자가 되어 선지식을 찾아뵙고 그 향기와 빛을 배우고 나눌 수 있길 발원해 보았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 지나 위로 오르니 해발 800미터 높은 곳에 자리한 축서사 앞에 다다랐습니다.저 발아래 굽이치는 산 능선과 대웅전 뒤편 쭉쭉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말없이 반겨주었습니다.
자비심 가득한 어느 보살님의 안내로 큰스님을 친견親見하게 되었습니다. 오십년 수행하신 스님은 그 맑고 예지력 강한 형형한 눈빛으로 마치 스캔하듯 가만히 보고만 계셨지요.
‘너 자신이나 잘 알지 무엇이 궁금하여 이 산중까지 왔는고….’
하시며 죽비를 내리치는 듯 했습니다.
요즘 힐링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참선해도 힐링이 되는지 여쭈니 단번에 표정이 온화해지시면서 화두 참선이 최고의 명약이며, 고품격 치유법이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셨지요.
출렁이고 번잡한 마음을 ‘이뭣고’ 화두에 집중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거울처럼 명징하여
자신이 가진 본성을 알아차려서 대자유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꽃이 지면 잎이 슬프고 마음이 가면 몸도 따라 간다. 유마경에 나오는 말처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네가 행복하니 나 또한 행복하다’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스님은 산문을 개방하셨지요.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한 달에 한번이라도 철야정진수행을 통해 ‘참나’를 알고 가라 하셨습니다. 저도 그 정진에 동참하여 제 안의 부처를 만나겠습니다.
큰스님을 뵙고 산문을 나서니 발아래 능선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물결이 되고 하늘 가득 황금빛 노을이 저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이생을 살다가 떠나가는 저의 뒷모습이 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가슴에 두 손 모아 서원해 봅니다.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가르침을 주시는 큰스님을 뵈오며 자비의 참모습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부처님 자비광명 충만하시고 청안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 갑오년 새해 언제나 꽃자리에서 안길상 삼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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