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하는 방법

2014-03-21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생명나눔실천본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 장기기증은 보시 중의 보시
 
: 과거 장기기증의 수혜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스님께는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소임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때의 고마움은 말로 다 못하죠. 그때 저는 간경화 진단을 받고 불과 몇 년 만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어요. 2달 안에 간을 이식해야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어찌나 막막하던지…. 백방으로 수소문을해서 간을 이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잡았는데, 그중에서 두 번을 실패하고 마지막에 성공했어요. 이식을 받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결국 저에게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해준 사람은 22살의 젊은이였어요. 젊은 나이에 뇌사 판정을 받은 분이었죠. 그런데 끝내 그분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어요. 새 삶을 선물 받은 이후로는 매년 그분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등을 달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참 운이 좋은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장기이식 대기자들이 기적을 기대하지 않고도 두 번째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생명나눔실천본부가 해온 활동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20년 동안 어떤 활동을 해오셨습니까?
 
우리 단체가 설립됐던 1990년대 초반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에요. 그 당시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해서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거죠. 처음에는 ‘생명공양실천회’라는 이름이었습니다. 2005년에 입적하신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께서 설립하셨죠. 그 이후로 지금까지 20년 동안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많은 홍보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 우리 단체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분들은 3만 8천 명이 넘습니다.
 
백혈병 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조혈모세포기증 희망등록 캠페인도 함께 진행해왔는데 지금까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회원이 3만 명 정도됩니다.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중단해야만하는 환자들을 위해 치료비 모금활동을 벌여 총 635명에게 26억5천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죠. 요즘에는 자살예방센터도 운영하면서 현대인들의 마음건강을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요.
 
: 지난 20년 동안 단체도 성장했지만, 우리 사회도 장기기증 문화가 많이 성장한 것 같네요. 그렇다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현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집니다.
 
자, 2014년 1월을 기준으로 봅시다. 현재 우리나라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약 130만 명이에요. 그러니까 국민 48명 가운데 1명꼴입니다. 5천만 인구 가운데 130만 명이 희망등록에 참여했다는 것은 아직도 장기기증을 잘 모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겠죠. 실제로 뇌사자 중에 장기를 기증하는 분들은 지난해(2013년)를 기준으로 416명이에요. 이건 10년 전과 비교해 6배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많이 늘었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겠지만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사실 턱없이 부족한 수치예요. 스페인을 볼까요?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한 나라예요. 그런데 장기기증 선진국이라고 불립니다. 스페인에서는 평균 2~3개월이면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장기이식 대기자)가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2~3년이 넘게 걸리죠.
 
: 장기기증은 보살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 중에서도 보시에 해당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어느 종교 보다도 불교의 가르침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일반인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기기증은 연기법에 따라 내 생명과 다른 이의 생명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사례일 겁니다. 장기이식 대기자들의 대부분은 장기만 기증 받으면 건강해질 확률이 아주 높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장기를 기증받지 못해 돌아가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꺼리는 이유가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유교문화에 있다고 봐요. 장기기증은 건강하게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아직 건강한 장기를 기증하는 겁니다. 뇌사 시 장기기증의 경우에는 9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어요. 이건 생명을 보시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보시 중에서도 최고의 보시 아니겠습니까? 부모님에게 받은 몸을 소중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떠나면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건강한 장기를 기증함으로 인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길입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6천 명이 넘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어요.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이사장 일면 스님. 뒤쪽에는 장기기증을 서약한 유명인들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다.
 
 
 
 
 
 
| 틈만 나면 배트를 잡는 야구 마니아
 
: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야구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으시죠.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야구단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참 좋아했어요. 지금도 매일 스포츠신문을 빼놓지 않고 볼 만큼 야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다른 스포츠도 좋아하죠. 스님이라고 늘 목탁만 두드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스님들 축구 좋아해요. 공 잘 차는 스님네들이 얼마나 많은데(웃음).
 
제가 있는 불암사의 신도들 중에는 강병철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나 이광은, 유종겸, 최정기 선수 등 80년대 프로야구를 주름잡던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이 많았어요. 야구 좋아하는 일반 불자들도 많았죠.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모이면 야구 얘기를 참 많이 했어요. 어느 날인가는 이렇게 모인 것도 인연인데 야구단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신도들이랑 합심해서 2011년 9월에 야구단을 하나 창단했죠. 이름이 ‘불일야구단’인데 부처님과 일면 스님의 인연으로 모였다는 뜻입니다.
 
: 스님도 같이 야구를 하십니까?
 
그럼요. 거의 매주 모여서 연습도 하고 경기도 하는데 저도 시간이 허락되는 날은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물론 저도 배트 잡고 같이 연습하고 경기합니다. 코치를 할 때도 있고, 심판을 볼 때도 있어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는데, 불교계에 다른 야구단들이 많이 생겨서 같이 운동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거죠.
 
: 올해로 생명나눔실천본부가 20주년을 맞았습니다. 9월에는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라고 알고 있고요. 지난 20년만큼이나 앞으로 20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차후 20년을 대비한 활동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지금까지 생명나눔실천본부의 활동은 주로 장기기증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홍보 위주로 이뤄졌어요. 여러 가지 제반 여건이 열악하기 그지없었던 20년 전에 비하면 이제 장기기증에 대한 개념은 많이 알려졌고요. 우리 생명나눔실천본부도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20년 전에는 운 좋은 몇 사람만이 기적처럼 장기를 기증받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앞으로는 이식 대기자들이 어렵지 않게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죠. 가장 중요한 건 스님들의 솔선수범이에요. 스님들이 움직이면 신도들도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스님 1,000명 모시기 운동을 전개할까 합니다. 조계종의 각 교구 본・말사, 종단 주요 소임을 맡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가장 먼저 이 운동을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희망등록에 100명 이상 추천한 사람들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드리는 일도 시작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뛰다보면 현재 회원수 3만 8천 명이 5년 후에는 10만 명으로, 20년 후에는 20만 명으로 늘어있지 않겠습니까. 장기기증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입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면 스님
명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1964년 사미계를, 1967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13대 중앙종회의원을 비롯해 쌍암사, 흥국사, 불암사, 극락사 주지와 조계종 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초대 교구장을 맡아 교구 중심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군포교가 가능한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조계종 호계원장과 동국대 이사,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장,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