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으로부터 얻은 청정한 에너지
수원 봉녕사 사찰음식 대향연
2014-02-12 불광출판사
사찰음식으로부터 얻은 청정한 에너지
수원 봉녕사 사찰음식 대향연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볕 좋은 가을날, 봉녕사로 향하는 걸음이 경쾌하다. 그동안 맛보았던 사찰음식을 떠올려본다. 김치와 장아찌, 고추장, 된장국이 전부였던 단촐한 식단도 있었고, 우연히 주지스님의 생일날 절을 찾아 푸짐한 음식을 대접받은 기억도 있다. 사찰음식전문점에서 코스음식으로 거하게 먹어보기도 했다. 학창시절 처음 절밥을 먹으며 채소와 나물뿐인 밋밋한 상차림에 젓가락을 깨작거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식당밥에 물려 집밥이 그리운 나이가 되면서부터 절밥이 좋아졌다. 절에 가는 날이면 공양시간보다 먼저 뱃속시계가 공양종을 울린다.
● 언제나 고요하고 단아한 모습을 잃지 않을 것 같던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 봉녕사의 잔칫날, 여느 축제 못지않게 시끌벅적 요란스럽다. 절에 들어서자마자 전 부치고 떡메 치는 소리가 미각을 자극하며 맛있게 들린다. 금강산도 식후경, 각종 채소와 나물, 버섯이 들어간 채식비빔밥이 입맛을 돋운다.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 비워낸다.
● 사찰음식 경연과 전시가 열리는 우화궁까지 가는 길목은 시골 장터를 방불케 한다. 전국 사찰에 흩어져 있는 봉녕사승가대학 동문 스님들이 사찰표 무공해 음식을 들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목탁 소리 듣고 자란 사과’를 비롯해 직접 담그고 만든 다양한 장류와 장아찌, 사찰김치, 차, 공예품 등이 사람들의 양손에 쥐어진다. 사찰음식 시연과 시식 코너엔 발 디딜 틈이 없다. 먹거리도 풍성하다. 선재 스님이 만든 두부김밥과 들깨우엉탕을 비롯해, 녹두전, 도토리묵, 연밥도시락, 감자떡, 사찰만두 등이 즐비하다. 사찰음식은 정직하다. 육류나 화학조미료의 자극적인 맛을 경계한다. 자연이 키우고 사람이 정성을 첨가한 청정식이다. 그래서 편안하다. 몸도 마음도.
사찰음식 경연대회 대상 수상작.
3색 콩고기 구이와 묵과 장아찌, 꽃 부각이
색과 향과 맛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찰음식 시연과 각종 소스를 소개하는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 우화궁 2층에 마련된 사찰음식 경연과 전시 공간엔 관람객들이 쉴새없이 몰려든다. 이틀간의 축제 기간 동안 6천 명 이상이 감상하고 갔다니, 사찰음식의 인기가 새삼 실감된다. 경연 출품작과 사찰음식의 대가인 선재, 대안, 정관, 우관, 정묵 스님의 전시작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다. 자연의 색감을 그대로 살리고 맛깔나는 장식을 한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먹으면 바로 약이 될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100여 명의 외국인도 사찰음식의 비법과 의미를 배우기 위해 다녀갔다. 한식의 세계화를 넘어, 사찰음식의 세계화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봉녕사 사찰음식 대향연의 백미는 학인스님들의 탁발순례 의식이다. 2,600년 전 부처님이 행하셨던 평등, 하심, 자비의 탁발정신을 재현해, 발우를 들고 긴 행렬을 이루며 도량을 한 바퀴 돌아 부처님 전에 공양 올려진다. 발우에는 음식 대신 축제 참가자들의 정성이 담긴 보시금으로 채워졌다. 보시금은 전액 지역 소년소녀가장에게 회향된다.
● 병든 음식이 병든 마음을 일으켜 세상을 병들게 하지만, 자연을 담은 건강한 사찰음식은 몸을 살리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 사찰음식이 우리 식탁에 건강한 변화를 가져오듯, 사찰음식으로부터 얻은 청정한 에너지가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쓰이기를 발원해본다.
도량 내 열린 바라밀장터에선
무공해 사찰음식과 공예품이 판매됐고,
산사음악회를 비롯한 부대행사에선
갖가지 볼거리들이 맛의 향연에 흥을 더했다.
수원 봉녕사 사찰음식 대향연
일정 | 매년 10월 첫째 주 토・일
프로그램 | 사찰음식 경연대회, 사찰음식 강의 및 시연, 바라밀장터,
체험마당, 육법공양, 탁발순례, 산사음악회
문의 | 031)256-4127
홈페이지 | www.bongnyeong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