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2014-02-12     불광출판사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불교축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대중들이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것이다. 연등축제는 일반 대중들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준 대표적인 불교축제다.

요즈음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가을을 독서와 사색의 계절이라 했는데
온 산하를 뒤덮은 단풍만큼이나 축제가
넘쳐나니 이제는 축제의 계절이라는 말이
더해져야 할 듯하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늘어난 축제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도로·교통의 발달로 이동거리의 제약이
사라지고, 여가활용이나 문화향수에 대한
욕구도 높아짐에 따라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제는 축제가 우리 일상생활 속 한가운데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다.

|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축제문화
지난 2010년 문광부가 조사한 ‘문화향수 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조사대상자의 50.7%가 1년 중 한 번 이상 지역축제를 관람한 사실이 있다고 대답한 것에서도 축제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지역축제들은 근래에 이르러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증가 속도가 가히 경이적이다. 통계에 의하면 1945년부터 1995년 이전까지 약 50년 동안에 만들어진 축제의 수가 391개인데 비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 동안 개최된 축제는 그 두 배 가까이 되는 752개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축제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지역축제의 성장에 따라 이에 상응하여 불교를 주제로 한 불교축제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고 점차 활성화되어가는 추세이다. 불교축제는 일반인들이 종교적 거부감 없이 불교와 만날 수 있는 열린 마당이자 소통의 통로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화’ 혹은 ‘문화적 가치’가 더없이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불교 축제의 중요성과 역할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가야의 계욕, 삼한의 제천의례 등의 고대 제천의례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삼국시대와 고려를 거치면서 불교와 만나 팔관회와 연등회로 이어졌고, 조선시대의 동제洞祭와 마을 굿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우리의 축제는 근대화시기를 거쳐 1990년대에 이르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획기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축제를 만들어 개최하다보니 역사 이래 비근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관이 주도하여 깊은 고민과 진정성을 갖추지 못한 채 급조된 축제가 양산되다보니 ‘축제망국론’, ‘축제공화국’이란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문화관광체육부의 통계에 의하면 1997년에 413개, 2005년 601개, 2007년 934개의 축제가 열린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비공식적으로는 이 시기에 약 1,200개에서 1,500여개의 축제가 개최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약 10년 동안 얼마나 빠르게 축제가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 한편 1990년대부터 2000년대는 불교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은 연등축제가 불자들만의 행사에서 일반 국민과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로 탈바꿈한 것이 1994~96년이었고,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던 산사음악회가 태동한 것이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 지역의 문화공간이 되고 있는 사찰
산사음악회는 2000년대 초반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산사음악회는 일부의 질적 부족에도 불구하고 문화향수에 대한 욕구가 커진 사회변화의 흐름을 적극 수용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불교에 대한 우호적 정서를 함양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경북 봉화의 청량사는 사찰이 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불교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산사음악회’로 보여준 경우라고 하겠다.
특히 이 시기에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존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명절행사나 불교의례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결합되면서 종합적인 축제, 즉 불교축제화하기 시작한 점이다. 불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백중이나 여타의 명절 행사시 전통적인 불교의식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회, 전시회, 체험 등 명절의 의미를 살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종합축제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변화는 지역민과 사찰이 문화적 영역에서 새롭게 만나는 계기가 되었고, 사찰이 종교공간만이 아닌 지역의 중심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사찰의 창건을 기념하는 개산대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동화사, 월정사 등의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찰뿐만 아니라 최근에 창건한 사찰에 이르기까지 개산대재를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마당으로 개방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또한 주목할 일은 불교적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축제들, 명실상부한 의미의 불교축제들이 이때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들 들면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축제’, 월정사의‘불교문화축전’, 전등사의 ‘삼랑성역사문화축제’, 영주 부석사의 ‘화엄축제’, 대흥사의 ‘초의차문화제’, 미황사의 ‘괘불재’, 영평사의 ‘구절초축제’, 인각사의 ‘삼국유사문화제’ 등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로는 2010년 전후로 하여 예전과 다른 형태의 축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동화사의 승시僧市와 사찰음식 행사 등을 들 수 있다. 동화사 승시는 스님들의 장터라는 독특한 지역전통을 살려 축제로 만든 점이 이색적인데 동화사만의 고유한 소재를 살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가 사찰음식이다.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환경친화적인 음식으로서 사찰음식을 받아들이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여 여러 사찰에서 크고 작은 사찰음식 관련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수원 봉녕사의 ‘사찰음식의 대향연’, 울진 불영사의 ‘사찰음식 문화향연’, 진관사의 ‘사찰음식 전시체험전’ 등을 들 수 있고 이외에도 고운사, 범어사, 월정사 등의 본사가 사찰음식과 관련된 행사를 하고 있다. 쌍계사와 대흥사 등도 차와 사찰음식을 연계하여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앞으로 기존의 지역축제들과 더불어 교류하고 또 한편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불교축제는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또한 불교계에서는 축제와 관련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 콘텐츠의 보고, 불교문화를 활용하자
먼저 오늘날 축제는 이제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요한 산업이자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매우 큰 주요 의제가 되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불교계의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공익과 공공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축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불교축제의 발전방향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존 지역축제 중 불교적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 축제에 적극 참여하여 불교와 관련된 영역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경우이다. 필자가 지난 2005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화관광체육부가 지정한 지역축제이거나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축제 중 불교와 연관성이 있는 축제는 조사대상 601개 축제 중 약 34개 로 파악되었다. 이는 전체 대비 약 5.7%를 차지하는 규모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다른 이웃 종교계와 비교할 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전남 무안 연꽃축제를 비롯해 강릉 단오제, 하동 야생차축제, 청주 직지축제, 진주 남강 유등제, 경산 자인단오제 등이 불교적 소재를 활용하고 있는 축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축제와 불교의 구체적인 연관성 및 양자 간의 상호 시너지효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각 축제와 지역적 문화적 연고가 있는 사찰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유구한 역사전통 속에서 민족문화의 원형질로 자리 잡은 불교는 오늘날 각광받고 있는 지역축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호연관성은 향후 문화적 영역에서 불교와 사회가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축제를 문화포교의 한 영역으로 인식하고 고유의 전통과 문화적 특성을 살려 불교축제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노력이다. 축제는 불교가 대중과 만나는 열린 마당이자 소통의 통로이며 지역의 역사전통, 문화전통을 발굴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양질의 문화콘텐츠로 가공하여 회향하는 순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축제를 통해 불교를 문화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 축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찰이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결과이다. 미황사의 괘불재, 청량사의 산사음악회, 영평사의 구절초축제, 봉녕사의 사찰음식의 대향연, 동화사의 승시가 이미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불교축제를 기획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과시하거나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감동을 느끼게 하도록 수요자 중심의 열린 마당을 만드는 일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따라 전국의 각처에서 단풍처럼 지역축제들이 피어나고 있다. 더불어 축제마당에서 만개하는 아름다운 불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유신
불교계 유일의 문화예술기획사였던 ‘축제기획 불무’의 대표를 역임했다. 다년간 현장에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계의 축제 및 문화콘텐츠에 관해서는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조계종 문화사업단에서 전통 사찰음식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