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거북이들의 고요한 쉼터

경북 성주 심원사 구수헌龜睡軒 템플스테이

2014-02-12     불광출판사
우리 거북이들의 고요한 쉼터

경북 성주 심원사 구수헌龜睡軒 템플스테이





| 폐사지, 아픔을 딛고 아픔을 보듬다
심원사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것은 무섭도록 고요한 적막함이었다. 태초의 고요가 그러했을까. 아무런 소리도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다. 잠시 멍 하니 서서 멀리 첩첩이 쌓여 굽이굽이 펼쳐진 산들을 바라본다. 아득한 그리움이 하염없이 밀려든다. 문명 속에 허덕이던 마음이 멈춰진다. 그대로 평온함이다.
심원사는 10년 전만 해도, 무성한 잡풀 사이에 삼층석탑만 덩그러니 남아 옛 절터를 지키고 있던 폐사지였다. 신라시대 때 창건되어 이미 고려시대에 고찰로 불리던 가야산 내 최대 사찰이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다시 중건하였으나, 이삼백 년 후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부터 심원사 터 발굴조사와 복원불사를 시작해, 현재는 대웅전, 약사전, 관음전, 문수전, 산신각 등 기와를 얹은 전각이 아홉 채에 이른다. 폐사지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현대인의 아픔을 보듬는 안식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심원사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채 이삼 년밖에 되지 않는다. ‘거북이도 머물러 쉬었다 자고 가는 집’이라는 뜻의 ‘구수헌龜睡軒’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부터다. 시끄럽고 번잡한 삶터를 떠나, 고요함의 절정을 느끼며 자신을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는 매력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심원사 템플스테이는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재참가율이 높다. 계절마다 찾아와 가족 같은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고통의 바다[苦海]를 헤엄치는 거북이와 같은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여덟 가지 고통[八苦]에 부딪힌다. 8고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4고에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는 애별리고愛別離苦, 싫어하는 것과 만나는 원증회고怨憎會苦,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구불득고求不得苦, 오온(五蘊, 색수상행식)에 대한 집착에서 생기는 오온성고五蘊盛苦의 고통이다.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땐, 거북이가 바다를 벗어나 뭍에서 휴식을 취하듯 일상을 떠난 편안한 쉼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거북이 충전소’ 심원사의 역할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머물며 청정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심신을 추슬러 활력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단풍을 감상하며 오솔길을 걷는 가을날의 즐거움. 지친 마음이 저절로 치유된다.
중생구제에 여념이 없으신 지장보살님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단풍 구경 중.

| 에너지가 충전되는 시간
가야산을 사이에 두고 심원사 반대편에는 법보사찰 해인사가 있다. 차로 15분이면 가는 지척거리다. 심원사는 해인사의 틈새시장(?)일 수 있다. 그 유명한 한국의 대표사찰 해인사를 마다하고 심원사를 찾는 이유는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좀더 아늑한 휴식을 취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후 느지막이 심원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자유롭게 경내를 거닐며 고요를 즐긴다. 홀로 세월의 무상함을 견뎌온 삼층석탑이 믿음직스럽고 대웅전의 화려한 꽃문살이 아름답다. 돌계단이나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그저 아무 데나 눈을 두어도 심심치 않다. 군락을 이루며 높이 솟아오른 낙엽송과 잣나무가 평화롭고, 청명한 하늘을 떠가는 구름만 보아도 잔잔한 물결처럼 가슴이 일렁인다. 참 좋다.
소박하고 정갈한 사찰음식으로 저녁공양을 하고, 직접 타종을 하며 산을 휘돌아 멀리 울려퍼지는 33번의 종소리에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보낸다. 어느덧 가을 산사는 산그늘에 뒤덮이고 어둠이 깔린다.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저녁예불과 108배를 올린다. 나를 낮추는 하심으로 잠재된 불성과 조우한다. 방전된 마음의 에너지가 급속히 충전되는 시간이다.
이어서 순지인 템플스테이 팀장의 안내로 향주머니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우선 진흙처럼 뭉쳐있는, 한약재로 만든 다보향을 구슬아이스크림 크기로 세분하여 둥글게 빚어낸다. 마음에 드는 색깔의 색종이를 골라, 종이접기의 달인 순지인 팀장의 능숙한 손놀림을 따라 종이접기를 한다. 수십 차례 종이를 접고 뒤집다보니 신기하게도 예쁜 모양의 주머니가 탄생했다. 그 안에 향을 넣고 봉한 후, 다시 종이접기로 장미꽃을 만들어 달고 실을 꿰니 손색 없는 명품 향주머니가 탄생한다. 그런데 순간 고민이다. 요 향기롭고 이쁜 놈을 누구에게 선물해 줄까. 밤하늘엔 별들이 속삭이듯 작게 빛나고 있다.

| 멀리 바라보기
도량석이 울리는 새벽, 가장 인상 깊은 산사의 시간이다. 폐부 깊숙이 들어차는 신선한 공기에 잠




고요한 마음에 경건함이 깃드는 예불시간.




배낭에 물과 과일을 챙겨 메고, 가야산 만물상 트레킹 출발.
만물상 코끼리바위 위의 두 연인.
결혼을 약속하고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벼랑 위에서도 서로를 보살피고 챙겨주는 마음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이 깨고, 황홀하게 빛나는 새벽별의 향연에 도취된다. 세상을 깨우는 28번의 종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랫마을의 닭 우는 소리도 정겹다.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예불을 올리고, 내면의 나와 만나는 명상의 시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쪽을 향한 심원사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장관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운무에 가려 멀리 대구의 팔공산과 비슬산 위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볼 수 없었다. 대신 가야산 만물상 트레킹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가야산 만물상은 ‘신도 노닐고 간 자리’라고 이름 불릴 만큼 비경이 뛰어나다. 38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지난 2010년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 가지 모양의 바위가 있다더니, 코끼리바위, 기도바위, 곰바위, 애기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해 있다. 암벽이 많아 오르내리는 코스는 다소 힘겹지만, 곱게 물든 가을 단풍을 감상하며 트레킹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절에 돌아와, 주지 응관 스님이 내려주는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인다. 자연스럽게 차담이 이어지며 스님의 말씀이 마음 또한 촉촉이 적셔준다.
“사회가 급속하게 급변하니,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 살기 위해 동적인 생각과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돈, 힘, 스펙, 지식 등을 쌓으려고만 합니다. 반면에 사찰에서는 정적인 삶을 살려고 해요. 마음을 고요하게 비우고 힘도 빼고 생각도 버리려고 하지요. 삶을 동적으로만 살려다보니 힘든 일들이 많아지고 쉽게 지쳐,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관계도 경직됩니다. 절집의 한가로움 속에서 헝클어져 있던 삶을 다시 꿰맞추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동안 고통스럽게 안고 있던 잡념이나 안 좋은 기억들은 모두 심원사에 떨어뜨리고, 좋은 에너지 담뿍 담아가서 풍요롭고 활기차고 희망 넘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
템플스테이를 회향하고 심원사를 떠나야 할 시간,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경내를 천천히 거닐며 산사의 고요함을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먼 산을 한참 바라본다. 멀리 바라보기….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 누구와 무엇과도 부딪힐 일이 없다. 가벼워진다.

경북 성주 심원사 ‘구수헌 템플스테이’ 안내
체험형 | 매주 토・일(1박 2일)
휴식형 | 주중 
상시문의 | 02)395-9955 www.geumsunsa.org
<우리절에안기다>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