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3초 후면 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의정부 306보충대 관문사 주지 원빈 스님

2014-02-11     불광출판사
“여러분은 3초 후면 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의정부 306보충대 관문사 주지 원빈 스님




소리소문 없이 낯익고 가까워진 스님이 있다. 어느 날부터인지 지인들의 페이스북을 타고 군종법사인 원빈 스님(29)의 글이 올라온다. 일단 ‘원빈’이라는 법명이 눈에 띄어 사진을 보니, 배우 원빈과는 거리가 먼 외모다. 유명한 스님인데 나만 모르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두어 달 전 불교신문에 군장병 독서 관련해서 난 토막기사가 전부다. 그런데 이 스님, 장난이 아니다. 페이스북 친구는 3,700명을 넘어섰고, 올린 글마다 ‘좋아요’ 클릭 수가 300회 안팎이다. 군포교를 비롯해, 젊은 스님의 군대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닥친 탓인지, 육군본부와 소속 사단 및 대대의 허락을 차례차례 득하여 어렵게 306보충대 위병소를 들어갈 수 있었다.

| 법회를 활용한 공연
: 부처 핸섬! 군종법사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입대할 때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입대하기 전부터 군종장교 준비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을 후보생이라 하고, 출가해서 스님의 신분을 갖추고 군종장교로 입대하시는 분들을 요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역 여부는 본인의 선택에 따릅니다. 단기자원으로 3년 복무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고, 군포교에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복무할 수도 있습니다. 복무를 이어갈 경우 예전에는 군종법사도 결혼을 인정했지만,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 결혼하면 전역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 1학년 때 해인사로 출가해, 중앙승가대 졸업 직후 군종법사로 입대하여 오는 7월 전역 예정입니다.

: ‘원빈’이라는 법명이 인상적입니다. 법명에 얽힌 재밌는 일화가 있을 듯 싶은데요.
처음 이름을 받았을 때 상황이 재밌었죠. 은사스님이 전 해인사 율원장이셨던 혜능 스님이십니다. 큰절 뒤에 축구장이 있고, 그 옆에 율원이 있었어요. 스님께서 법명 주신다고 해서 갔는데, 법화경 앞에 이름을 적어서 주시는 거예요. ‘원빈’이라는 이름에 해석을 붙여서 주시는데, 이름이 너무 좋아 감격스러웠어요. ‘둥글 원圓’에 ‘빛날 빈彬’, ‘해와 달처럼 지혜와 자비의 광명이 세상에 밝게 빛날 것이다’라는 뜻이죠.
배우 원빈은 생각도 못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강원스님들이 모두 모여 축구를 하고 있었어요. 사형스님이 다가와 이름 뭘로 받았냐고 물으시길래 “원빈으로 받았습니다” 하자 주변의 강원스님들이 모두 다 쓰러지는 거예요. 은사스님은 육조 혜능 대사의 혜능, 첫째 사형은 원각경의 원각, 둘째 사형은 원효 아니면 효원 중 고르라 하셔서 효원으로 고른 후였거든요. 그런데 이 이름이 군대에 와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법회 시작할 때 병사들에게 “여러분은 3초 후면 내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로 시작해 이름을 말해주면, 긴장감도 풀어주고 분위기도 좋아집니다.

: 군대에서 독서모임, 인터넷, SNS 등을 활용해 포교 활동을 하시는데 반응은 어떻습니까?
원래 배우기로는 병사들은 먹을 거 많이 주면 된다고 했는데, 제가 관찰한 병사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던 게 독서모임입니다. 1년 전 새해를 맞아, 휴가증을 어느 병사에게 줄까 고민하다가 퀴즈대회를 열었어요. 『관세음보살 이야기』라는 책에서 문제를 낸다고 하니까, 수능 공부하듯 열심히 책을 읽는 거예요. ‘O, X’ 문제 50문항을 준비했는데, 병사들이 틀리지를 않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그 이후 틱낫한 스님의 『화』 300권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해, 신청한 병사에게 책을 보내주고 독후감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전역 전까지 3,000명으로 늘려볼 계획입니다. 이 외에 ‘행복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마음 공부에 도움 되는 글을 써서, 간부들에게는 부대 안 인트라넷을 통해 발송하고 병사들에게는 복사해 나눠주고 있어요. 그리고 SNS는 석사 논문 주제를 ‘SNS를 활용한 포교 방안’으로 정하고 뒤늦게 시작했는데, 페이스북 친구가 6개월 만에 3,500명을 넘어섰어요.


: 이곳 306보충대 관문사에서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으로 법회가 열리나요?
매주 주중과 주말에 두 번 법회가 열리는데요. 주중엔 군대에 막 입대하는 입영 장병들, 주말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 받고 자대 배치되기 전의 보충병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엽니다. 대상이 혈기왕성한 젊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법회는 전통적인 형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제 말만 하기보다는 ‘법회를 활용한 공연’이라는 의미에서, 법연法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병사를 만나면 제일 먼저 “‘부처님은 잘 생겼다’를 네 글자로 하면 무엇일까요?”라며 넌센스 퀴즈를 던집니다. 그러면 바로 “부처 핸섬(handsome)”이라는 대답이 나와요.
그 후엔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Hands Up) ‘부처 핸섬’을 외치게 되는 거죠.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긴장감도 풀리게 되고, 법회에 집중도 잘 하게 됩니다. 쌍방향 소통을 위해 질문 던져주고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영상시스템을 구비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의 강의 영상물을 보기도 합니다. 군대 적응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함께 해주는데요. 주로 ‘군대를 인생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여기고, 자신의 정신을 성숙시키는 기회로 삼으라’고 말해줍니다.

| 군대는 포교의 산삼밭 
: 아무래도 젊은 병사들과 교류가 많으실 텐데, 그들이 겪는 고민은 무엇입니까?
진로, 연애, 학업, 비전, 외모, 인간관계 등 사회에서의 고민과 비슷한 거 같아요. 그런데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행복에 무지하다는 겁니다. 미분, 적분을 귀신같이 풀고 토익 만점을 받는 아이들이, 행복 그 자체를 몰라요. 행복에 대해 배운 적도 없고,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도 몰라요.
병사들에게 늘 얘기하는 게, “지금 하고 있는 전공은 부전공으로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종교가 싫으면 심리학이나 철학을 공부하고, 요즘에는 신물리학이라고 해서 양자물리학을 필두로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알려주는 학문도 얼마든지 있으니 끊임없이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얘기해줍니다.

: 병사들의 종교 현황과 군포교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50% 정도가 종교를 갖고 있고, 그 중에서 기독교・불교・천주교의 비율이 5:3:2 정도인 것 같아요. 불교의 군포교 현실은 이웃종교에 비해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기독교는 20년 전부터 전체 교단이 나서 엄청난 물량공세로 밀어붙이고, 천주교는 기독교와 차별화해 간부포교에 집중한 결과 현재 장성급 중에서 천주교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에는 원불교도 군포교에 정성을 기울이며, 여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종교행사를 갖고 병사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돌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직 불교는 군포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미약한 것 같아요. 군종법사님들이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불교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열매는 열려 있는데, 그 열매들은 노쇠했고 더 이상 씨앗이 심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당연히 그 세력은 사라지게 되겠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젊은 층 불자를 유입하는 방법밖에는 없어요. 제가 대학생법회, 어린이법회, 공부방도 해봤지만 군포교가 가장 효과가 큽니다. 군대는 그야말로 포교의 산삼밭입니다. 군대의 특징상 죽음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라 종교에 귀의하는 성향이 강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정성을 기울이면 훌륭한 자원들을 불교의 씨앗으로 삼을 수 있어요. 이웃종교의 경우 굉장히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시행합니다.
하루 한 날을 군포교의 날로 정해 그날 헌금은 전부 군포교에 쓰이고, 지역 교구와 지역 군대를 결연시켜 군포교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종단 차원에서 이런 구체적인 방법을 벤치마킹해서라도 군포교를 발전시켜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306보충대를 비롯해 논산훈련소나 신교대 등 자대 배치 받기 전 부대에서의 거점 포교가 중요합니다. 군대에서 처음 만나는 종교는 자대에 가서도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 오는 여름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써온 ‘행복의 길’ 원고를 모아 출판 계약을 마쳤습니다. 조만간 책으로 나올 텐데, 법공양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서 그 책으로 독서모임을 좀더 활성화시켜 보려고 합니다. 전역 후에는 바로 안거부터 들어가려고 해요. 출가해서 중앙승가대 졸업하고 비구계 받자마자 군대에 왔는데, 개인적으로 선정禪定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최근 세계불교의 흐름에서 권하고 있는 수행처는 모두 가서 경험해보고 싶어요. 포교는 안거 아닐 때 하더라도, 안거는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준비 되었다고 생각 들면, 마음 맞는 도발들과 결사에 들어가고 싶은 원력을 세우고 있어요.

원빈 스님
동국대 재학 중, 2005년 혜능 스님을 은사로 해인사로 출가했다. 사미계 수지 후 불심도문 스님을 시봉했으며 중앙승가대를 졸업했다. 중앙승가대 재학 당시 설법대회에서 부루나존자상을 수상했으며, 학생회기획부장을 역임했다. 2010년 비구계 수지 후 육군 제1사단 11연대 중위(군종법사)로 임관했으며, 현재 306보충대 관문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중앙승가대석사(응용불교학 전공) 과정을 마쳤고, 그동안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행복의 길’을 주제로 써온 글들을 모아 오는 2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블로그: blog.naver.com/cckensin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binmo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