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뒤의 절

경주 기림사

2014-02-11     불광출판사
절 뒤의 절
 
경주 기림사
 
이젠 끌리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동행한 시인 김선우가 손을 벌리고 나무에 올랐다.
시인은 “찍어서 나 한 장 주세요”라며 활짝 웃는다.
 
삼층석탑이 용마루 위로 올라왔다.
이런 형상은 그림자 건축에서만 볼 수 있다.
 

 
 
추상과 여백에 내가 들어가 균형을 잡았다.
 

 
 
또 하나의 절이 마당에 생겼다.
햇볕을 등지고 서있는 가람은 마당에 그림자 절을 만들었다.
만지고 들어 갈 수 없는 2차원의 세계는 명암의 대비로 추상과 여백의 끝이 없다.
그림자와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가람과 나무는 저기 멀리 있지만, 그림자는 바로 내 눈앞에 그려졌다.
 
어느 순간 마당을 쓸고 간 겨울바람마저 그림자는 쓸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다.
산사의 끝에서 감성을 만나는 순간이다.
콘트라스트는 점점 약해지고 저녁 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그림자는 사라지고 기림사는 깊은 겨울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