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순간, 불교와 음악

2014-02-11     불광출판사
한국불교가 음악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 동안 소홀했던 범패梵唄나 영산재 등을 재조명하며 단절되었던 불교음악 전통을 되살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현대인들과 보다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국악, 클래식, 대중가요 등과 접목한 현대적 개념의 불교음악을 창작해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그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불교음악의 활성화 및 대중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옛것은 옛것대로, 새것은 새것대로 보완하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하나하나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빈자리들이 만잔의 수위로 넘실댈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교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주어야 할 것이다.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도, 문화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가꾸는 것도 다 우리의 몫인 까닭이다.
한편 매년 현충일 서울 봉원사에서는 불교의식 가운데 하나인 영산재(중요무형문화재 50호,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가 시연되는데, 여기에 범패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일단 전통불교음악의 진수를 만나보자.
 

태평소를 불며 도량 안으로 시련侍輦행렬을 모셔오고 있다. 신앙의 대상인 불보살과 천도 대상인 영가 등을 대웅전 마당으로 모시는 의식을 시련이라고 한다. 영산재를 봉행하며 태평소와 함께 연주되는 악기는 북, 바라, 요령, 태징, 법라 등이다. 바라무와 나비무 등 작법무를 추거나 범패를 부를 때도 연주된다.
 

목어를 두드리는 스님의 모습이 진중하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한 영산회상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의식이다. 영산회상에 운집한 대중은 물론 모든 불보살과 신중이 법회에 동참해 설법을 듣고 법열法悅로 충만했다. 그 환희로운 축제의 자리에 모든 중생을 초대하고 해탈을 기원하기 위해 사물四物이 연주된다. 범종은 천상과 지옥 중생, 법고는 땅 위의 축생, 목어는 물 속의 생명, 운판은 하늘을 나는 날짐승들을 위해 소리를 울린다.
 

스님들의 청아한 범패 소리가 도량을 청정하게 장엄한다. 불교의식 성악곡인 범패는 범패승이 부르는 전문적 소리 (안채비, 바깥채비, 화청)와 일반 승려들이 부르는 평염불로 나뉜다. 범패는13단계로 이루어지는 영산재의 진행을 이끈다. 그 선율이 깊고 부드러우면서 맑고 감미롭다.
 


영산재는 범패와 작법무, 그리고 기악으로 이루어진다. 소리와 춤, 악기 연주로 구성되는 불교문화예술의 꽃이다. 사물 중 하나인 법고는 범패 · 작법무를 지원하는 악기의 역할도 하지만, 법고무를 통해 웅장한 춤동작을 보여준다. 법고무는 느린 동작으로 시작해 격렬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정중동의 유려한 모습으로 법고를 두드린다.
 

범패와 더불어 영산재를 대표하는 바라무. 바라무는 양손에 바라를 들고 빠른 동작으로 추는 춤으로서 불교무용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악귀를 물리치고 도량을 청정하게 하여 마음을 정화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불교무용에는 바라무 외에 나비무, 법고무, 타주무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불교무용은 불교의식에서 재를 올릴 때 추는 춤으로서, 작법무作法舞라고 부른다. 범패가 부처님께 올리는 음성공양이라면, 작법무는 아름다운 춤사위로 공양 올리는 신업身業공양이다. 영산재의 장엄함을 더해 주며 신앙심을 고취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