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소통으로 만들어가는 시공간 초월의 세계

소셜문화, 세상의 벽을 허물다

2014-02-11     불광출판사
참여와 소통으로 만들어가는 시공간 초월의 세계

소셜문화, 세상의 벽을 허물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얼굴을 맞대야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정보를 수용하고
재가공하거나 변형시키면서
소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소통’을 말하는 데 있어
더 이상 공간은 중요치 않다.
이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서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 소셜문화의 키워드는 참여와 소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웹사이트, 컴퓨터 기반 멀티미디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같은 것들을 ‘뉴미디어new media’라고 불렀다. 하지만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으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SNS, Social Network Service)가 등장하면서 ‘뉴뉴미디어New New Media’라는 개념이 생겼다. 이것은 보다 새롭고 이전과 차별화된 미디어 형식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다. ‘뉴뉴미디어’가 가진 상호작용의 특징과 소통 방법, 그리고 적극적인 참여 방식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2010년 말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사태가 바로 ‘뉴뉴미디어’의 폭발력과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이라 하겠다. 또 지난해까지 미국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로 번져나갔던 ‘Occupy Wall street’ 사건은 어떤가? 이처럼 ‘뉴뉴미디어’, 또 다른 이름으로는 ‘소셜 미디어’라 불리는 존재는 인간 문명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고 있는 ‘소셜문화’가 과연 무엇인지, 그 파급 효과는 어떨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소셜문화의 의미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에서 ‘제공자(제작자, 생산자)-수용자(사용자, 고객)’의 형식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은 온전한 생산자도 온전한 소비자도 없다. 제공된 상품은 수용자에 의해서 보완 및 수정되고 재창조된다. 그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결국 모두가 생산자이자 수용자가 되고, 처음 날 것 그대로였던 상품은 이내 멋들어지게 포장된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처럼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인간이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재창조의 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모두가 함께 좀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소셜문화다.
소셜문화는 단순히 특정 영역이나 공간 조건을 의미하는 미시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회적, 문화적 소통구조를 통해 기술이 우리 사회 속에 온전히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매체(media)는 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소통 범위가 확장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단순히 정보를 담는 공간적 기능에서 이용자가 서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 교류하는 플랫폼의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 즉,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모두 미디어라고 불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의 이런 현상들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했던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1911~1980)의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
분명히 상호 소통이 가능해진 현재의 미디어는 이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만 이뤄지던 이전의 미디어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비판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실시간 토론이 가능해졌다.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존의 미디어가 아닌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조그만 힘을 모아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도 한다. 이런 현상들이 바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셜문화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다. 이런 ‘소셜문화’라는 화두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은 스마트폰을 대표로 하는 모바일 환경이다.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상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이 기술은 소통의 환경에 있어 실재(물질적) 공간과 가상(비물질적) 공간을 융합해 단방향, 쌍방향을 뛰어넘어 일대다一對多, 혹은 다대일多對一, 다대다多對多의 소통 환경을 구축했다. 또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개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폭제가 됐다.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실시간 소통과 공유가 가능해지고, 보다 다양한 방식의 정보를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대중들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간들의 참여적 행태는 관조적 참여, 수동적 참여, 활동적 참여, 창조적 참여 등 네 가지로 그 특징을 구분할 수 있다. 피동적인 성격의 관조적 참여와 수동적 참여는 영화관, 전시장에서의 우리 모습과 같다. 반면, 적극적인 성격의 활동적 참여와 창조적 참여는 소셜문화에 동참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기술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발전되어 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는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인들에 의해 생산되거나 재창조된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공유되면서 참여 문화의 확산을 불렀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셜문화가 활성화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이유는 이런 참여의 확대와 함께 제공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데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경계가 무너지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대
이제 우리는 매일 네트워크 환경에서 여러 미디어 형식과 융합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다소 생소하거나 낯선 단어들을 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보’라는 용어는 얼마 전까지 전문적인 표현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의 경계까지 허물어버리고 있다.
이제는 ‘정보’라는 단어는 서로 공생하며 살기 위한 문화적 환경의 주요 가치수단처럼 되어 버렸다. 보통 정보의 가치는 개인적 가치,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로 나눠서 생각한다. 개인적 가치는 개인의 사적 정보를 비롯해 개인이 소유한 자산과도 같은 성격이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남용할 경우 개인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회적 가치는 삶의 유지를 위해 사회구성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책,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은 사회적 가치를 충족시켜줄 공공의 정보들이다. 경제적 가치는 경제활동에서 필요한 정보가 갖는 재화적 가치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 경제적 가치를 가진 정보는 기업의 생존까지 좌우할 수 있다. 상업적 목적의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자체의 정보, 금융, 증권 등의 정보가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정보가 가진 이런 여러 가치의 측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면서 기존에 없던 형태의 활용방법이 생겨나고 있다. 정보가 가진 효용성은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면서 대안 언론으로서의 소셜 미디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소셜 마케팅, 특정 상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저가에 공동구매하는 소셜 커머스, 문화 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소액기부운동 소셜 펀딩 등의 개념을 탄생시켰다.
소셜문화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상호 소통의 특징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소셜문화가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점차 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공유와 소통, 그리고 참여와 창조로 특징지어지는 소셜문화는 그 성격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에서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통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형식들에만 매몰되어서 소셜문화 특유의 참여와 소통을 단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소셜문화가 힘을 갖추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감성적 측면이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상업화나 산업화는 대중들이 소셜문화 구축에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차후 필요하게 될 정부나 기관들의 정책적인 접근에 세심한 관찰을 요하는 이유다. 이미 우리는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콘텐츠 산업 활성화 정책’이라는 이름의 접근이 해당 분야의 정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목격한 바 있다.
과거 우리는 몰개성화의 삶을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역동적이다.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만큼 빠르게 소셜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인가? 앞서 얘기한대로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소통의 가치 수단이 ‘물질’에서 ‘정보’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개인과 전체가 소통하는 이상적인 구조 특성이 소셜문화에 있다’고 보는 일부의 관점이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엿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지양
동방대학원대학교 환경문화콘텐츠 전공 교수. 숭실대 미디어학과에서 미디어아트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디어 콘텐츠와 인간의 상호작용적 소통문화’를 주제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세계미술연맹 학술이사와 한국영상 미디어협회 기획이사, 한국정보디자인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SOKI 국제 일러스트레이션&디자인 공모전 심사위원, 다산 정약용 기념전시관 건립 전시물 공모심사위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