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뉴스의 시대

소셜 뉴스미디어 위키트리(Wikitree) 공훈의 대표

2014-02-11     불광출판사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뉴스의 시대

소셜 뉴스미디어 위키트리(Wikitree) 공훈의 대표




미디어의 시대가 가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신문, 방송 개념을 뜻하는 미디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데다 독자들의 지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신뢰 아래 정보를 독점하던 미디어는 이제 때때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한편에서는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새로운 언론에 대한 실험들이 계속 되고 있다.

| 내가 쓰고 SNS로 전파되는 뉴스
‘위키트리(Wikitree, www.wikitree.co.kr)’라는 매체 역시 그런 실험 속에서 탄생한 대안 언론이다.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유명하다. SNS 좀 한다는 사람치고 그 이름을 보지 못한 사람이 드물 정도다. 그런데 이곳이 좀 독특하다. 다른 언론처럼 기자들이 기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아니다. 위키트리의 공훈의 대표를 만나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매체인지 물어봤다.
“위키트리는 뉴스 사이트가 아니예요. 정확히 말하면 뉴스를 담아내는 플랫폼(platform, ‘기반’을 의미하는 IT용어)이죠. 주로 SNS를 통해 뉴스가 전파됩니다. 여기에서는 누구나 뉴스를 쓸 수 있고, 심지어 발행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올라와 있는 기사가 잘못된 점이 있으면 누구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모두 함께 협업을 해서 만들어가는 열린 뉴스인 셈이죠.”
위키트리 내부에도 기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로 SNS에서 올라온 주요 소식이나 파편화돼 있는 정보를 모아 하나의 중요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결국 위키트리를 움직이는 건 철저히 네티즌들의 힘이다.
위키트리가 움직이는 방식은 이렇다. 누군가가 종로에 불이 났다며 SNS에 현장 사진을 올린다. 이때 개인이 직접 위키트리에 뉴스를 올릴 수도 있고, 위키트리 내부의 기자가 SNS에 올라온 소식을 보고 위키트리 뉴스로 바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중계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이 그 뉴스에 정확한 위치와 현재 상황 등을 덧붙여 뉴스를 보강한다. 또 다른 사람이 추가로 보강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작업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뉴스가 만들어져서 전파된다. SNS가 가진 전파력 덕분이다.
위키트리를 활용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이른바 OPM(one person media)라고 불리는데 개인이 관심 있는 주제로 인터넷 신문을 발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용법은 블로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SNS와 연동돼서 전파된다는 측면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현재 111개의 신문이 위키트리를 통해 발행되고 있으며, 이중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것도 있다. 마케팅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공훈의 대표는 이런 식으로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담아 낼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담고 싶다”
“2008년 촛불집회를 보면서 고민을 시작했어요. SNS를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집회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기존의 미디어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직감했죠. SNS가 일반 미디어보다도 전파 속도가 훨씬 빨랐거든요. 용산 참사 때는 망루 위에 올라간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걸 보면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들의 주장을 들어주는 곳이 없으니 시위 현장으로 나갈 수밖에요. 그래서 세상 모두의 목소리를 담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공훈의 대표는 광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워싱턴 특파원 시절 UC버클리에서 정보관리시스템으로 석사를 받았다. 국내 최초의 실시간 미디어를 표방한 ‘머니투데이’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그다. 언론을 잘 알고, IT기술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위키트리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고 칩시다. 그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기자? 아니에요. 사건 당사자입니다. 기자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받아쓰는 식이잖아요. 그래서 오보의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반면에 SNS를 활용한 우리 같은 대안 매체에서는 사건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속보의 측면도 그래요. 불났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트위터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제보를 받아 나오는 언론사가 빠를까요? 이미 언론은 정확성과 속도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부터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키트리의 또 다른 강점은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언론은 특정 사건에 대한 관련 보도가 반복되면서 기사의 중요성이 떨어지지만, 네티즌들이 만들어 가는 기사는 그렇지 않다. 최초의 기사가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최종 시점까지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보도할 수 있는 셈이다. 위키트리 내부에서는 명예훼손과 저작권 분쟁 차단, 선거법 위반 여부만 손보면 된다.
공 대표는 조만간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별 달리 준비할 것이 없다. 직원을 더 충원할 계획도 아직은 없다. 구글의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해 외국인들이 위키트리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번역과정에서 잘못된 것은 이용자들 스스로가 고치면서 바로 잡으면 그만이다. 정말 혁신적인 사고방식이다. 위키트리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만 한다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오픈 미디어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키트리와.유사한.미국의.대안.미디어.

올보이시스
www.allvoices.com

나우퍼블릭
www.nowpublic.com

버즈피드
www.buzzfeed.com

기존의 미디어가 무너지고 있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네티즌들이 움직이는 크라우드 파워(crowd power)가 굉장히 활발하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위키트리와 같은 대안 미디어 형태의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위키트리와 비교할 수 있는 가장 비슷한 사이트는 올보이시스(www.allvoices.com)와 나우퍼블릭(www.nowpublic.com)이다. 이 두 곳은 위키트리와 출발시기도 비슷하고, 운영되는 방식도 비슷하다. 미디어 기능을 하는 동시에 뉴스와 홍보, 광고의 영역이 다 무너진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는 점까지 유사하다. 기사의 요건을 갖춘 글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만들어가는 형태인지라 정보성만 갖추면 뉴스가 곧 홍보의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이 잘못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허위 과장 광고나 홍보는 애시당초 먹혀 들어가질 않는다. 반면에 정보에 충실하고 재미와 가치가 있다면 뉴스를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네티즌들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의 트렌드라는 게 공훈의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이트인 버즈피드(www.buzzfeed.com)도 목적은 다르지만 운영방식은 위키트리와 비슷하다. 이 사이트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을 소개하는 게 주요기능이다. 하지만 평균 접속인구와 충성도에서 미국 최고의 언론으로 손꼽히는 CNN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위키트리를 포함한 이런 대안 미디어들의 공통점은 재미(fun)다. 기존의 언론이 속보에 목숨을 건다면, 이 사이트들은 재미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기존 언론 못지않은 정확성과 속도를 겸비했다. 기존의 ‘뉴스’라는 패러다임을 깨야만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 대표의 말을 곱씹게 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