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도 탈락! 마음도 탈락!

2014-02-11     불광출판사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도 탈락! 마음도 탈락!




부처님께서 말년에
폭탄선언을 하셨다.
“앞으로 4개월 후에
‘빠리닙바나’에 들어갈 것이다.”
‘빠리닙바나’란 반열반般涅槃이다.
결국 입적,
즉 돌아가신다는 것을
선언하신 거다.

| 진정 여래를 존경하는 방법
니르바나Nirvana를 소리로 번역해서 열반, 뜻으로 번역해서 적멸寂滅이라고 한다. 물론 살아있으면서도 열반을 체험할 수 있다. 열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이 꺼진 상태, 이게 바로 열반이다. 한없이 시원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상태가 열반이지만, 아직 몸뚱이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여전히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때로는 병에도 걸리고 늙게 된다. 그래서 마음은 물론 몸까지도 완전히 해탈한 상태를 ‘빠리닙바나parinibbana’라고 해서 반열반이라고 한다.
그러자 아라한과를 얻은 제자들은 동요함 없이 그대로 자기 일상생활을 살았지만, 아직 수다원과도 얻지 못한 제자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라면서, 마치 부모를 잃은 자식들처럼 방황을 하게 된다. 어쨌든 부처님 돌아가시기 전에 얼굴이라도 많이 봐두고자 주변을 맴돌면서 떠나지 않고 꽃과 향을 바치고 있었다.
하지만 띳사 비구는 이와 반대로 부처님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또 동료스님들과 대화도 하지 않고 혼자 떨어져서 수행만 하고 있었다. 과위를 얻지 못한 비구들은 “저 띳사 비구는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나보다. 부처님이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저 혼자 떨어져 비구들과 대화도 안 하고 있다.”며 부처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띳사 비구를 불러서 부처님께서 이유를 물으니, 띳사는 “부처님께서 입적하실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부처님 계실 때 과위를 얻기 위해서 이렇게 동료들하고도 따로 떨어져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띳사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존경하는 방법을 아는 자다. 여래 주변을 맴돌면서 꽃과 향을 바치는 것은 진정으로 여래를 존경하는 방법이 아니다. 도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수행하는 자가 진정으로 여래를 존경하는 자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게송을 읊으셨다.

벗어남의 맛을 알고
내려놓음의 맛을 알면
근심과 악행에서 벗어나
진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이 게송을 듣고 띳사 비구는 아라한과를 얻게 된다. 몸뚱이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고 마음의 분별을 내려놓은 해탈의 맛을 알게 된 것이다. 몸뚱이를 얽어맨 속박에서 벗어나고 아울러 마음의 짐까지 내려놓으면 얼마나 개운한가? 시원하고 상쾌한 그 맛을 알아야 비로소 근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모든 근심 걱정의 뿌리에는 애착이 있다. 그러므로 애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근심이 많다. 애착을 내려놓지 못하다보니 근심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가 사람들의 걱정거리를 모아서 분류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들의 40퍼센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즉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걱정하는 것 등이다. —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관한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 22퍼센트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 대한 걱정이다. 이른 바 사소한 일에 목숨 건다는 얘기다. — 4퍼센트는 전혀 손쓸 수 없는 일들이다. 걱정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 나머지 4퍼센트만이 정말로 걱정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앞서의 96퍼센트나 되는 수많은 걱정거리 때문에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4퍼센트의 일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고 한다.
티베트에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할 수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에 따르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열심히 풀어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아무리 걱정해 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세상에 걱정할 일이란 없다
부처님 당시에 ‘산따띠’라는 장관이 있었다. 이 장관이 국경 지방의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오자 왕이 상을 내리고 일주일 내내 잔치를 벌여주었다. 그리고 그 나라 최고의 무희를 보내서 일주일 동안 시봉을 하게 하였다. 산따띠 장관은 일주일 내내 말 그대로 주지육림 속에서 즐겼다. 맨 마지막 일주일째가 되는 날 거의 만취상태에서 목욕을 하러 코끼리를 타고 성 밖으로 나가다가, 마침 성 안으로 들어오는 부처님과 대면했다. 그를 보고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제자들에게 “저 싼따띠 장관이 조금 있다가 여래에게 올 것이다. 그리고 게송을 듣고는 아라한과를 성취할 것이다.”라고 예언을 하셨다. 산따띠 장관은 마지막으로 파티를 즐기며 무희의 춤을 지켜보았다. 이 무희는 날씬해 보이려고 일주일간 거의 굶다시피 했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와서 춤을 추던 중간에 쓰러져 그대로 가버렸다. 순식간에, 그는 급작스런 충격 속에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부처님께 찾아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대는 그대의 슬픔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에게 잘 찾아왔다. 그대가 그 여인을 잃고 흘린 눈물의 양은 저 바다보다 많다.”고 말씀하셨다. 금생뿐 아니라 과거 수없이 많은 생 동안 사람의 삶은 거의 되풀이가 된다. 왜냐하면,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삶은 그대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산따띠 장관도 부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계속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는 그런 슬픔이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신다.

지나간 과거를 붙들고 근심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이 머무르는 바가 없다면
그대는 평화롭게 살아가리라.

이 게송을 듣고 산따띠는 아라한과를 얻게 된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의아해 마지않았다. 출가자도 아닌 재가자로서 일주일 내내 잔치를 벌이고 술과 여인을 가까이 했는데, 과연 게송 한마디를 듣고 아라한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진짜 아라한이 된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의심을 알고, 산따띠에게 직접 해명을 하도록 한다. 산따띠는 신통력으로 허공에서 가부좌를 하고 과거 생의 연을 설한다.
그는 과거 생에 고통 받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하면 내가 저렇게 고통 받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살 수 있을까? 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이 무엇일까?’ 이런 것을 고민했다. 처음에는 물질적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 즉 법륜을 굴리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물질적 도움은 물고기 한 마리를 주는 것이요, 법륜을 굴리는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궁극적 행복과 평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생에 계속 법륜을 굴린 공덕으로 금생에 장관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또 마지막에는 부처님으로부터 게송을 얻어 듣고 곧바로 아라한과를 이루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걱정해봐야 소용이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는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도 탈락脫落 마음도 탈락할 뿐!

월호 스님
행불선원 선원장. 동국대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쌍계사 조실 고산 큰스님 문하로 출가하였다. 쌍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였으며,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전수받았다. 현재 조계종 교수아사리 및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소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문 안의 수행 문 밖의 수행』, 『할! 바람도 없는데 물결이 일어났도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