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푸는 삶, 먼저 내 주변부터

2014-02-11     불광출판사
베푸는 삶, 먼저 내 주변부터




월정사에 오르는 길목, 전나무 위로 하늘이 시리게 파랗다. 몇 해 전, 한 달 동안의 출가를 결심하고 이 길을 오르던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21기 회장인 배종국 거사는 “악에 받쳐 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생의 굽이를 돌아 수행의 인연을 맺은 뒤에 30여 명의 도반들에게 3년째 「불광」 정기구독을 선물하고 있다. 수행과 나눔이 일상이 된 후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그가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놓은 인생 이야기는 불교설화를 닮았다. 살아가는 그대로가 경전이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월정사 찻집 청류다원에 그윽하다.




배바다산업
대표 배종국

: 굴곡 많은 인생길을 걸어오신 걸로 압니다. 어떤 사연인지요?
배 만드는 일을 네 번 말아 묵었지요. 대학 졸업하고 처음에는 은행에 근무했는데 앉아있으면 똥구멍이 간질간질해요, 성격은 급하제, 밖에 돌아다니는 게 몸에 배어가지고. 그래서 경찰시험을 쳤어요. 됐드라고. 적성에 딱 맞아요. 싸이카 타고 단속하러 다니고. 그때 누나가 사업을 했는데 너도 해봐라캐서 FRP 배 만드는 일을 시작했죠. 딱 1년 만에 말아 묵어버렸어요.
그래도 그만둘 순 없잖아요. 포항 구룡포에 가서 또 조선소를 했어요. 하다가 한 1년 지나서 사기당하고, 그 뒤에 어음 고의부도를 당하고. 강원도로 가서 혼자 선박수리를 하면서 한 평도 안 되는 하꼬방에서 네 식구가 라면 끓여 묵고 해서 3억 빚을 이삼년 만에 다 갚아 버렸어요. 그 뒤에 도 한 번 더 계약금을 도둑맞았고 5년 전에 울진에 내려와서 조선소를 하고 있어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FRP 조선소들이 부도난 곳이 태반인데 지금은 해양수산부 지정수리업체 지정도 받고 사업이 자리를 잡았지요.

: 여러 차례 고난을 겪고 나서 일이 잘 풀리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요?
그전에는 절에 일 년에 서너 번이나 왔다 갔다 했나. 울진에 내려와서부터 불영사 일운 스님 원력이 성성하니 그 눈빛에 빠져가지고 매일같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불영사는 집에서 1시간, 장육사는 30분인데 그때 내가 장육사에 누각을 하나 지었어요. 한 달 반을 퇴근하고 목수 연장 가지고 가서 내 손으로 다 지었죠. 그때가 4월달인가 그래요, 집사람이 장육사에서 삼천배 백일정진 할 때에요. 누각불사를 마치고 나니까 도량에서 흰 옷을 입은 사람 둘이 찰나에 보이더라고요. 집사람이 삼천배를 마치고 내려오다 나를 보면서 막 울어요. 나도 이상하게 눈물이 팍 나서 둘이 마당에서 맞절 삼배를 하고 울었지요. 며칠 뒤에 주지스님께 물으니 신장님이다, 불영사에 신장님이 세 분 계시다고 해요. 한 분 더 볼라면 우예 해야 돼요 하니까, 볼라꼬 보는 게 아니고 열심히 기도하면 된다 그러시드라고.
그 뒤에 큰놈을 단기출가 15기로 보내고 보니까 자존심이 상하는 기라, 집사람은 30만 배 했제, 작은놈도 미황사 가서 7박 8일 좌선하고 왔제, 가만히 보니까 나만 한 게 없어요. 그래서 단기출가를 하게 됐어요. 그런 것들이 다 연관이 돼 있겠죠. 그 덕분인지 지금은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어요.

: 단기출가학교 도반 30여 분에게 「불광」 정기구독을 선물하고 계신데요, 3년째 이어가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전에는 속에 응어리진 것, 사업하면서 얻은 배신감이 있었는데 월정사에 머리 깎고 들어오니까 마음속이 깨끗하더라고요. 아무 생각 안 들고 좋았지요. 끝나고 나니까 도반들한테 법공양을 하고 싶어져서 「불광」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몰라서 그렇지 받아보면 다들 좋아하거든. 한 번씩 문자가 오드라고요, 고맙다고. 그거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한 거 있잖아요, 주름살이 한 개 한 개 펴지는 기분. 그런 즐거움으로 보시하는 거지요. 자기 근처에 있는 사람부터 해주면 그 원력을 입어가지고 또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거고. 베풀면 그대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그대로가 아니라 몇 백 배가 돌아와요. 일단 내 마음이 편안하잖아요.

: 지니고 계신 단주가 독특해서 눈에 띕니다.
큰놈은 자동차공학과 다니면서 매일 300배씩 꼭 하고, 작은놈은 실용음악과 다니다 입대했는데 군법당에서 율무단주를 만들어서 세 개를 보내왔어요. 엄마, 아빠, 형 하라고. 아이들도 불도에 귀의했고, 이젠 남은 인생 베풀 것은 베풀면서 꾸준히 수행하다가 가는 게 우리 부부 꿈이에요.

: 20대의 자제를 두신 부모로서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뉘우치는 걸로 족해요. 뉘우침이 없으면 진전이 없죠. ‘아, 내가 이러이러하게 잘못을 했구나’ 하는 마음을 내는 노력만으로도 실수나 실패를 만회하는 거지요. 가만히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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