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현덕사 ‘요트 및 커피 체험’ 템플스테이

강릉에서의 힐링, 바다와 커피 향이 부른다

2014-02-11     불광출판사
 

웰빙을 넘어‘몸과 마음을 치유하는’힐링 Healing 트렌드가 강세다. 방송가에선 독하고 자극적인 재미보다‘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등 고민과 위로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점유하며, 서점가에선 법륜스님과 혜민 스님을 필두로 한 마음 치유서 및 명상 · 심리 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힐링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 맛과 건강에 정서적인 치유효과도 고려하는 음식점이 각광을받는다. 바야흐로 힐링 전성시대, 힐링의 본좌는 템플스테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지친 마음을 쉬고나를 돌아보는 템플스테이, 최고의 힐링 체험이다. 휴가철을 맞아 강릉 현덕사의‘요트 및 커피 체험’템플스테이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대웅전 앞 수조에서 피어오르는 연꽃 한 송이. 연잎과 연꽃에 기대어 거미 한 마리가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거미줄을 정비하고 있다. 작아서 아름다운 절 현덕사는 경내를 꼼꼼히 둘러볼 수 있어, 만나는 것 하나하나마다 새롭고 정겹다.
 

현덕사는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는 유일한 사찰이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하는 그 마음이 따뜻하다. 얼마 전에는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약사여래마애불상을 조성했다. 소박하고 따뜻한 절을 닮아 주지 현종 스님도 소탈하고 권위의식이 없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를 맞으러 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 작아서 아름다운 절
오대산 줄기인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현덕사는 일반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다. 1999년에 창건하여 웅장한 천년고찰에 비해 그 규모도 터무니없이 작다. 상주인원도 주지스님과 지도법사스님, 사무장, 공양주보살 등 네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덕사는 막 걸음을 떼고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작고 소박해서 아름다운 절이다. 그저 예쁜 마음씨 하나만으로와서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고향집 같은 절, 이것이주지현종스님이 그리는 현덕사의 밑그림이다.
현덕사에 가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는 유일한 사찰이다. 육식, 교통사고, 실험, 개발 등 인간의 이기심과 편리함을 충족시키기위해 희생당한 동식물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매년가을에 열리는 동식물 천도재의 재단 위에는 아이들이 그린 동식물 그림이 올려져 생명존중 사상이 더욱 부각된다. 현재 불사 중인 극락전이 완성되면 독거노인을 비롯해, 가족 없이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을위해 49재를 지내줄 계획이다. 또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건강 기원을 위해 삼성각 뒤편에 약사여래 마애불상을 조성하고 얼마 전 점안식을 봉행했다.절 주변에 산나물과 약초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이를 잘 활용하면 건강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현덕사는 지난 2007년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받았으나, 규모도 작고 방사도 갖춰지지 않아 다소 소극적으로 운영했다. 다만 알음알이로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깊은 만족감과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태고의 한가로움 속에서 온전히 자신과 대면할 수 있다. 그리고 좁은 골짜기를 지나 마당이 넓은 터에 자리 잡고 있어,아무런 방해 없이 쏟아질 듯 빛나는 수많은 별과 휘영청 밝은 달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현덕사와 한번인연맺으면, 또다시 지인과 함께 찾게 되는 이유다.
최근 현덕사 템플스테이가 방송과 언론에 자주 등장하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강릉 지역의 대표적인 특색을 템플스테이와 접목했기 때문이다. 바로 강릉의 상징인 바다와 커피를 활용한 프로그램, 요트위의 선상명상과 생두를 직접 볶고 갈고 내려서 마시는 커피 오감명상이다. 예불, 108배, 포행, 참선, 공양을 마치고 드디어 강릉항(안목항)으로 출발한다.

| “자유를 얻으려면 요트를 타라”
강릉항에 도착해 탁 트인 바다를 보자 기분 좋은 상쾌함이 밀려든다. 세상의 모든 강물을 다 받아주어서 바다라고 했던가.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는 파도가 마음의 온갖 찌꺼기를 자신에게 버리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마음을 비우고 비워, 아무리 받아도 넘치지 않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고 싶다.
현덕사 요트 템플스테이는 강원크루저요트협회(이사부요트클럽)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구명조끼를 입고 요트에 몸을 싣는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파도가 거세진다. 출렁이는 요트의 움직임에 따라 오랜만에 오장육부도 요동치며 운동한다. 요트는 무동력이다. 오직 순수 바람의 힘과 돛을 이용해 세일링한다.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낭만이자 자유다. 그래서 자연을 느끼려면 등산을 하고, 자유를 얻으려면 요트를 타라는 말도 있다.
30여 분 항해하며 나아가자 멀리 백두대간의 중추 오대산이 보인다. 중대 적멸보궁 방향을 바라보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바람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산이 있어 좋고, 바다가있어 좋고, 바람이 있어 좋다. 그리고 산이 있어 고맙고, 바다가 있어 고맙고, 바람이 있어 고맙다. 또한 그것을 느끼는 내가 있어 좋고 고맙다. 산과 바다와 바람과 내가 하나다. 지극히 평화로운 체험이다.
이번 현덕사 템플스테이에는 요트를 처음 만든 나라인 네덜란드에서 온 아가씨도 함께 참여했다.현덕사에서의 예불, 108배, 참선 체험에도 열심이었는데, 요트 체험도 가장 적극적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요트 위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반면, 좁은 요트 위를 거침없이 활보하며 바다를 즐긴다.
이 발랄한 서양 아가씨는 암스테르담 대학 문화인류학과에 재학중인 마이케(Maaike, 23)로서, 연세대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강릉 여행을 하던 중 한국 사찰 문화가 너무나 궁금해, 강릉관광안내소의 안내에 따라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녀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현덕사에 간 건 행운 중의 행운이다. 사찰에서 놀라운 체험들을 다양하게 해봐서 좋았다. 사실 엄격한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으로 예상해 걱정도 있었는데, 모두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어서 고맙다. 어려서부터 채식주의자인데 신선하고 맛있는 사찰음식을 먹을 수 있어 특히 좋았다. 전체적으로 휴식과 수행이 아주 적절하게 진행되어 매우 만족한다. 네덜란드에 가면 많이 그리울 것이다.”
 

네델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마이케. 사찰 문화에 굉장히 감탄하며 놀라워하고, 108배든 참선이든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휴식 시간, 주지스님이 단주를 선물하자 그 보답으로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이것이 자유다.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마음의 대자유를 꿈꾼다.
 

막 볶아져나온 커피콩의 공중부양. 볶은 커피콩은 내부에서 계속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식혀줘야 한다. 소쿠리에 담아 털어주며 껍질도 날리고 열도 식힌다.
 

이것이 바로 산사의 품격이다. 들어는 봤는가, 사찰표 맷돌 막사발 커피! 드르륵 드르륵 커피콩 갈리는 소리가 경쾌하고 구수하다.
 

커피는 신선해야 맛있다. 볶은 후 시간이 지날수록 성분이 산화되어 맛과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볶자마자 갈고 내려서 만든, 최고로 신선한 커피. 막사발에 담아 마음을 돌아보며 마시는 커피맛이 일품이다.

| 사찰표 맷돌 막사발 커피에 수행의 향기를 담다
강릉은 커피의 도시다. 커피 명인 박이추 씨가 2004년 강릉에 정착하면서, 우리나라 커피 1번지이자 메카로 자리 잡았다.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커피전문점 보헤미안과테라로사를 비롯해, 수십 개의 커피전문점이 해변을 따라 즐비하다. 2009년부터는 매년 10월 강릉커피축제를 열고 있고, 현덕사도축제에 동참해 커피 만들기 체험 행사를 펼친다. 커피향은 멀리서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수행의 향기도 멀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커피 체험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고요한 산사의 여름 오후, 경내에 구수한 커피향이 가득하다. 옅은 풀색의 커피 생두를 프라이팬에 볶자, 차츰 검게 변하며 커피 고유의 향을 내뿜는다. 다 볶아진 커피콩은 재빨리 소쿠리에 옮겨 털어주며 열을 식힌다. 다음 과정이 압권이다. 커피콩을 글라인드가 아닌맷돌에 넣어 두세차례 고르게 갈아준다. 드립포트에 거름종이를 걸치고 커피가루를 넣는다. 이어서 천천히 물을 부으며 커피를 내려 막사발에 따르면,비로소 사찰표 핸드 드립커피가 완성된다.
막사발을 두 손으로 잡고 커피 맛을 음미한다.풍부한 커피향이 일품이다. 그런데 씁쓰레한 첫맛에 정신이 바짝 난다. 목을 넘기자 구수한 맛이 입안을 감돈다. 첫맛은 쓰고 끝맛은 고소하다.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는 동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참가자들의 표정도 평온해 보인다. 그중 유독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젊은 여성이 있다. 이날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취재 온 춘천 KBS‘강원도가 좋다’프로그램의이지은(25) 리포터다. 취재 와서 이토록 즐겁게 일하고 자신을 힐링하며 가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원래 커피를 좋아해요. 정성을 다해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특히 맷돌에 커피를 갈아서인지 더욱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절에선 차만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이란 걸 깨달았어요. 차든 커피든 만드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천주교 신자인데 현대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배려하는 불교의 모습이 좋았어요. 큰 절엔 몇 번 가보았지만,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절은 처음이에요. 작은 만큼 찬찬히 둘러볼 수 있고 스님과도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하나하나 정겨웠어요. 흔들리는요트 위에서 명상을 하면서는, 불안한 상태에서도 나를 놓을줄 아는지혜를 경험한 것이 큰소득이죠.”

현덕사 템플스테이
휴식형 프로그램 _ 상시 가능
체험 프로그램 _ 매월 2·4주(토·일)
●요트 및 커피 체험은 참가자 희망시 상시 가능
문의_033)661-5878, www.hyundeoksa.or.kr

<우리절에 안기다>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