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든든한 절

부 산 내 원 정 사

2014-02-11     불광출판사
평생 든든한 절
부 산 내 원 정 사




1972년 여름, 태풍에 저수지 둑이 무너졌다. 저수지 아래 절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고 정련 스님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 자리에 절을 짓겠다는 서원을 했다. 첫 번째 불사는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들을 세우는 일이었다. 꼭 10년이 걸렸다. 생로병사의 굽이를 함께하는 절, 내원정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 생생교육, 내원정사유치원
교육과 복지를 통한 전법에 원력을 세운 정련 스님의 두 번째 불사는 유치원이었다. 영리사업이 아니냐며 반대하는 신도도 있었지만 ‘새싹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내원정사유치원은 1985년에 문을 열었다.
28년째 내원정사유치원을 지키고 있는 김옥희 원장에게 정련 스님은 ‘예지력을 가진 분’이다. 정련 스님은 최근 유아교육의 화두인 ‘전통과 생태’를 18년 전부터 도입했다. ‘버스 타고 밭에 가서, 땅 파면 감자가 나오는 체험학습’ 이건 아니었다. 당장 뒷산을 밭으로 개간해 체험학습장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키워서 수확해 요리까지 해 보면서 눈빛이 달라지는 걸 목격했다. 체험교육은 ‘과정’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굳혔다. 연간교육과정을 ‘우리 것’을 익히는 내용으로 채웠다. 단오, 칠석, 동지 등의 절기 활동은 물론, 운동회나 어린이날 행사도 전통복장으로 전통놀이를 하고 선생님들이 마당쇠 분장을 하고 마당극을 펼친다. 내원에서는 전통이 일상이다.
김옥희 원장은 아이들이 호기심에 찬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낼 때 보람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은 사물을 보는 눈이 독특해요. 끝없이 질문을 던지죠. 개미를 찾아서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리고, 개미를 따라서 땅을 파고 들어가요. 궁금하니 관찰하고, 본능적으로 책을 보는 거예요.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죠.”
내원정사유치원에는 차로 3~40분 거리를 매일 태워다주는 학부모들이 있다. 어른과 눈을 맞추지 않던 내성적인 아이가 1년이 지나 인사 잘하는 아이, 뛰어노는 아이로 바뀌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 열혈노년, 부산서구시니어클럽
‘“누나, 언니라고 불러주세요.” 평균연령 70세, 동안 미모 그녀들은 아직 청춘입니다.’ ‘할매집 구멍가게’에 가면 이런 글귀를 만나게 된다. ‘“밥 굶고 다니지 말거라.” 배가 든든해야 큰일도 하고 공부도 잘한다는 할머니들의 채근은 손주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입니다.’도 있다. ‘동안 미모 그녀들’이 ‘따뜻한 채근’을 건네는 할매집 구멍가게는 부산서구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마련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1,500원짜리 컵라면에 밥이 딸려 나가지만, 퍼주는 손길에는 신명이 실려 있다.
또 다른 노인 일터인 ‘콩마을푸른밥상’에서는 천연재료만 넣어 만든 육수, 내원정사 텃밭에서 공수한 채소들과 국산콩두부로 차려낸 백반이 5,000원이다. 좋은 재료, 후한 인심이 바로 ‘콩마을푸른밥상’이 조미료맛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내원정사의 체험학습장도 수익사업공간으로 시니어클럽에 무상대여중이다.
이밖에도 15개 사업부문에서 400여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시니어클럽은 내원정사에서 가장 바쁜 산하기관 중 하나다. 이난희 관장은 정련 스님을 ‘꼼꼼한 사업가’로 표현한다.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구상하고 서류도 직접 챙겨 체계적으로 갖추기 때문. 그래서 외부에서는 내원 법인을 ‘업무량이 많은 곳’으로 평가한다. 요즘 노인 일자리가 우리 사회 이슈다. 아무래도 부산서구시니어클럽은 당분간 계속 바쁠 것 같다.

| 재활전문, 마하재활병원
내원정사 총무국장이자 거제시 마하재활병원 병원장인 지일 스님은 정련 스님을 보면 학창 시절 급훈이 떠오른다. 다름 아닌 ‘근면’ 두 글자다.
“불사를 하실 때는 직접 감독하면서 챙기십니다. 현재는 글쓰기에 심취해 계시지요. 삼경 외에는 눕거나 쉬지 않으십니다. 자기관리에 충실하신 분이에요.”
마하재활병원은 사찰이 혼자 힘으로 병원을 세운 첫 번째 사례다. 병원 건립 당시 정련 스님은 1년 동안 매주 부산 내원정사와 거제도 공사현장을 오가며 몸소 벽돌을 나르고 마당에 나무를 심었다. 건축비는 33억 원이 소요됐다. 사고 후유증이나 뇌졸중, 노인성 질환 등으로 고통 받는 재활환자를 위해 특화된 마하병원은 지난 3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으로부터 의료서비스 질과 환자안전 능력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환자 중심’ 병원을 모토로 설립한지 5년만의 성과다.
마하병원은 거제시에서도 농가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인 동부면 부춘리에 둥지를 틀었다. 대형 병원들이 신도시에 있어 동부면은 의료 환경이 열악한 점을 감안해 마하재활병원에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지역민의 고충이 해결됐다.
지금 내원정사에는 2만평 새 부지에 수행공간을 안착시키기 위한 선방불사가 시작됐다. 장기적으로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고 납골탑을 봉안하거나 수목장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상조회사 의존도가 높은 부산지역의 상조문화를 불교의식과 사찰 공간으로 흡수해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람들의 고통과 고민이 깊을수록 더욱 큰 원력으로 정진하는 이들이 있다. 부처님이 중생의 생로병사를 해결하기 위해 수행자의 길을 걸어 가셨듯, 생로병사의 여정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내원정사가 있어 든든하다.

사회복지법인 내원 기관 안내
내원정사유치원, 내원어린이집, 하단어린이집, 함지골청소년수련관,
구덕청소년수련관, 중구청소년문화의집, 영도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몰운대종합사회복지관, 부산사하지역자활센터, 중증장애인요양시설 반야원,
마하재활병원, 몰운대노인복지센터, 부산서구시니어클럽 등
문의 | 051)241-0696

세.살.아기부터.백세.노인까지.함께하다.




1 불광사

도심포교사찰 불광사(회주 지홍)는 창건 직후부터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절을 추구해 왔다. 1987년 개원한 불광유치원은 명상과 요가, 자연친화 산책활동이 특화된 지역 명문유치원으로 자리 잡았다. 솔이·광이 어린이집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불제자를 길러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송파노인요양센터는 1층에 치매지원센터를, 3층에서 5층까지는 어르신 요양센터와 주야간보호센터를 두고, 2층에 지역주민을 위한 소규모복지센터를 만들어 헬스, 요가, 스포츠댄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이 지역주민시설과 합쳐져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다. 앞으로는 장례문화와 관련한 대안도 준비하고 있어 생로병사를 책임지는 불교계 모델로 발돋움할 것이 기대된다.
02)413-6060 | www.bulkwangsa.org

2 범어사

화엄정신을 이어받은 절 범어사(주지 수불)는 금정구종합사회복지관, 화명종합사회복지관, 금정노인요양원, 금정시니어클럽, 기장시니어클럽, 요양시설 연화원, 마야어린이집, 금정청소년수련관, 여자청소년중장기쉼터 영희네 집 등을 운영 중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는 가마솥 국밥집 ‘무꼬가게’, 수확 체험과 주말농장이 가능한 ‘꿈그린’ 농장, 시니어인터십 ‘아파트 실버택배’ 등이 있다. 또한 범어사는 불교계에서는 드물게 위기청소년 보호 시설인 영희네 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 계층이 불교와 문화를 배우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불교대학을 포함해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 어르신 등 전생애 계층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절로 손색이 없다.
051)508-3122 | www.beomeo.kr

3 낙산사

3대 관음성지 낙산사(주지 정념)는 중생의 고통을 돌보는 관세음보살의 정신으로 노인복지센터와 양양군노인복지관, 노인 요양원, 유치원, 무산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 중풍 등 중증노인성 질환 어르신을 위한 보금자리인 낙산사 요양원은 울창한 송림 경관을 자랑하며, 1983년 새마을 유아원으로 출발한 낙산사 유치원은 새 건물을 짓고 확장 개원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지난 연말, 1년간 수고한 복지재단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에는 수백여 명이 참석해 앞으로도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고. 2005년 대형 산불로 전소되다시피 했던 가람을 다시 일으킨 낙산사 사부대중의 원력이 10년 후에는 어떤 복지프로그램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할지 자못 궁금하다.
033)672-2447 | www.naksan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