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있으면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의 왕 청 계 사

2014-02-11     불광출판사
아, 불교! | 지역과 함께 하는 사찰

의 왕 청 계 사

산속에 있으면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과거에는 큰 사찰이 있는 곳에는 사하촌이 형성됐다. 마을의 중심이 되었을 정도로 사찰이 지역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사찰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찰은 지역과 별개의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사찰의 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지역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나아가려는 사찰들이 늘고 있다. 의왕시 청계사(주지 성행)도 그런 사찰 중 하나이다.




| 적극적인 자세를 통한 신뢰 쌓기
청계사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산 속에 있는 절’이었다. 하지만 성행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성행 스님은 먼저 주변 지역 현안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당시 관공서는 청계사에 하나같이 배타적이었다. 하지만 청계사는 의왕시 공모사업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등 꾸준히 지역 복지, 문화 인프라를 넓혀 갔다. 의왕시가 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 최근에는 주지스님의 의지가 강한 복지 분야에서만큼은 관공서가 먼저 도움을 청하는 정도가 됐다.
희망지기 100가구 결연사업 1호, 자원봉사센터와 타봉사관 후원, 톨게이트 성금 모으기, 동지 팥죽 나눔, 식사 봉사,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위탁 운영, 장애인 생활시설인 녹향원 건립 및 운영, 자비나눔봉사단 운영 등은 청계사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복지 활동은 손에 꼽기도 힘들다. 이는 관공서들이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려운 복지 틈새이다.
복지뿐만이 아니다. 문화 분야도 지역과 밀착되어 있다. 청소년 불교스카우트나 아이숲, 초등숲과 같은 청계산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도 지역 문화 활동의 일환이다. 또한 지역민을 위한 청계사 주지배 족구대회나 친선대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도 마찬가지다. 청계사 산사음악회는 라디오 방송국 공개방송으로 진행되며 근처 지역민들이 천 명 이상 모인다. 이처럼 청계사는 지역과 밀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사찰로 끌어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청소년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대안학교까지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지금은 사찰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청계사가 시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는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에는 사회복지사 40여 명이 장애인 800여 명을 돌보고 있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원래는 청계사가 의왕시에서 위탁 받은 후 운영 주체를 사회복지재단으로 바꾼 것이다. 청계사의 복지 분야 사업의 장점은 바로 신도회인 상락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행사가 열리면 300여 명에 이르는 상락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에 참가한다. 지난 4월 19일 복지관 주최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에도 상락회 회원 60여 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다른 사찰보다도 신도회가 왕성히 활동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포교로 연결됐다.
의왕시 유일의 장애인생활시설인 녹향원은 지역민들이 청계사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이 시설은 장애인이 사망할 때까지 보살피는 곳이다. 원래는 한 지방 유지가 자기가 죽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위해 설립한 곳인데 청계사가 이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부모가 죽더라도 유산을 맡겨 장애인 자녀를 죽을 때까지 보살피는 곳이어서 서로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청계사는 이를 위해 6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 부모들을 설득했다. 49재까지 지내주겠다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부모들은 감동했다고 한다. 2년 전에는 시의 인가를 받아 현재는 40~50억대 기금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시의 인가를 받는 과정도 험난했다. 무허가시설로 판정받아 몇 번이나 철거당할 뻔한 것을 간신히 인가를 받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역 내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이처럼 청계사가 다양한 지역 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은 바로 ‘신뢰’이다. 청계사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의왕시 시장이나 시 의회 의원들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청계사가 지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민들의 인지도도 높다는 반증이다. 신뢰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다. 청계사는 이 신뢰를 바탕으로 신도를 확장하고 포교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 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들이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찰로 성장하고 있다. 성행 스님은 사찰이 먼저 지역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사찰과 지역의 관계가 변하고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같이 의논하고 고민하고 연구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죠. 이제는 산속에 가만히 있으면 누가 사찰에 먼저 손 내밀지 않습니다. 전면에 나서 더 적극적인 마인드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모두 다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