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젊은 종교다

청년 붓다, 우리시대의 부처님

2014-02-11     불광출판사
불교는 젊은 종교다

청년 붓다, 우리시대의 부처님




부처님은 35세에 성도하셨다.
그 첫해 녹야원의 다섯 비구를 비롯하여
야사와 그의 친구들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깨달음에 이른 제자가 60명이 되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전도의 명을 내리셨다.

| 젊은 교주의 혁신적인 사상
“비구들이여, 나는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해방되었다. 그대들 역시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해방되었다. 이제 법을 전하러 길을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세상을 불쌍히 여겨 길을 떠나라.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
부처님을 포함하여 61명의 젊은이들이 구세救世의 길을 나섰다. 부처님의 나이가 30대 중반이었으니 제자들은 그보다 어린 30대와 20대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초기경전을 보더라도 목련이나 사리불 정도가 부처님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제자들이었고 대부분은 부처님보다 나이가 어렸다.
당시 인도사회의 종교 문화를 생각할 때 불교는 무척 ‘젊은’ 종교였다. 교주와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나이가 젊다는 것만으로 불교를 ‘젊은’ 종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는 당시 인도의 주류 사상인 베다 전통과 바라문교의 사회적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오랜 전통에 대한 도전 정신은 바로 젊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암바타경』에서 부처님은 자신을 시험하러 온 브라흐만 암바타에게 “어떤 사람이 왕의 흉내를 낸다고 그 자신이 왕이 되고 왕의 권위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암바타여, 바로 그렇다. 그대가 얘기하듯이 최초의 바라문들이 있었다. 그들은 만뜨라를 만들고 만뜨라를 설하는 선인(仙人, isi, rshi)들이었다. 지금의 바라문들은 그 선조들이 만들고 설한 만뜨라 구절들을 노래하고, 설하고, 모아왔다. 그들은…. 이제 너와 너의 스승은 그 선조들의 만뜨라를 전해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그대가 선인이라든가, 그대가 선인이 되는 길을 수행하였다든지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부처님의 이러한 언급은 당시 인도 사회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바라문교를 그 바탕에서부터 흔들어버리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당시로서는 혈통에 의한 바라문의 종교적 권위와 카스트 제도의 사회적 권위를 부정한다고 하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젊은 교주의 혁신적인 사상은 비단 전통에 대한 도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당시 산스크리트어는 종교적・사회적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당신의 가르침을 산스크리트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일부 제자들의 제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언어의 배타적 권위보다 언어 본래의 소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 최첨단의, 대안적 삶의 양식으로서의 불교
한편 젊은 교주의 혁신적 사상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지혜에 관한 가르침에서 잘 드러난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지혜란 삶의 경험과 인생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그러한 지혜가 아니었다. 그 지혜는 세계의 실상實相을 꿰뚫어 보는, 금강석조차도 쪼갤 수 있는 날카로운 반야의 지혜를 의미하였다. 일종의 통찰적 지혜였다.
오늘날 동양사상 특히 유교나 노장 전통에서 흔히 기대하는 현자賢者의 그런 지혜와는 다른 종류의 지혜였다. 불교에서 지혜란 나이에 따라 성숙해지는 그런 지혜가 아니다.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 발견되는 불상의 상호가 대개 50・60대 정도 연령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 전통의 현자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미지 때문이다. 고대 동아시아 전통에서 ‘지혜로운 자’가 30대라고 하는 것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상상하는 부처님은 바로 동아시아 전통의 나이든 현자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상에 나타난 상호만이 아니다. 대중들이 ‘젊은 부처님’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지금 한국불교의 모습이 요즘 말로 너무 ‘올드Old’하기 때문이다. 불자들이 아닌 타종교인이나 일반인들의 불교에 대한 이미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이 오랜 종교라서 그렇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왜 불교의 이미지가 ‘올드’한지 깊이 생각해볼 바가 있다. 더구나 그 ‘올드’함이 안정감이나 차분함의 이미지를 주기보다 구태의연하고 정체된 이미지와 관련하고 있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불교는 대단히 ‘젊은’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불교가 소개된 지 백년 남짓한 짧은 역사 때문은 아니다. 처음 불교가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서구인들의 불교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는 ‘오랜 전통’ 그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불교를 이해하게 되면서 불교 본래 모습이 젊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가 불교를 젊은 이미지의 종교로 바꾸어나갔다.
지금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에서의 불교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인들에게 불교는 ‘첨단의’, ‘도시적인’, ‘최신 유행의’, ‘지적知的인’ 이미지를 가진 종교이다. 한 예를 들면 파격적일 정도로 단순함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인 형식미를 극도로 자제한 패션이나 인테리어를 젠 스타일Zen style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젠’이란 동양의 오랜 전통이 아니라 최첨단의, 도시적인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이러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며 실제로 불교는 서구인들에게 진보적인 삶을 대변하고 탈근대적 삶의 양식이자 포스트 모던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불교는 더 이상 동양의 전통적 종교의 이미지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이자 대안적 삶의 양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 앉아있는 부처님, 행동하는 부처님
한국불교는 젊어져야 한다. 불교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많은 세계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이때, 한국불교는 ‘노쇠한’ 전통의 모습을 벗어나 ‘젊고’ ‘생기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외부적인 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무상한 세월 속에 시절인연 오기만을 기다리는’ 소극적이며 ‘노쇠한’ 모습의 불교가 더 이상 한국불교의 일반적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35세의 청년 고타마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 앉아서 제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누구도 청하지 않았지만 부처님은 그들을 깨우치기 위해 스스로 녹야원까지의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절인연 탓하면서 자신을 알아줄 제자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제자를 찾으러 다니셨다. 이것이 바로 청년 붓다의 모습이다.
부처님은 늘 행동하셨으며 제자들에게도 행동할 것을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길을 떠나라고 하셨다. 부처님의 일상과 일생은 늘 길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 길 위에서 늘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가르침을 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불교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부처님의 모습은 앉아 있는 모습이다. 대웅전에서 늘 만나게 되는 부처님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앉아 계신 부처님의 모습은 부처님의 일생 가운데 아주 잠깐의 시간일 뿐이다. 일상에서 또한 부처님은 늘 움직이시는 분이었다. 우리는 흔히 경전에서 앉아서 설법하시는 부처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일상의 많은 시간을 움직이면서 보내셨다. 아침마다 제자들과 함께 탁발을 나가셨고 사람들을 만나고 어려운 사람과 현장을 찾아 늘 움직이셨다. 이것이 바로 행동하는 불교, 청년 불교의 모습이다.
청년 붓다, 청년 불교가 부처님 본래의 모습이며 불교 본래의 모습이다. 그것은 곧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적 권위나 제도의 권위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며,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함께하는 모습이다.
올해 사월초파일 청년 붓다가 우리 곁에 다시 오시길 간절히 바란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고려대 영문과 및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하고(석사, 인도철학), 미국 UC버클리 대학원을 졸업했다(박사, 불교학). 미국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교수, 「불교평론」 주간, 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리는선우’ 상임대표, ‘철학연구’ 편집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불교와 불교학』, 『퇴옹성철의 깨달음과 수행』, 「‘깨달음의 사회화’에 관련한 몇 가지 고찰」, 「초기불교사 ‘재구성’에 관한 검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