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앙의 향기 깊게 밴 실용적 예술품

불교공예

2014-02-10     불광출판사

성덕대왕신종 聖德大王神鐘. 통일신라 771년, 국보 제29호, 높이 3.66m, 구경 2.27m,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공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모든 생활용품과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용품과 도구 중에 예술적으로 아름답고 뛰어난 것들을 소위 ‘공예품’이라 하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종류와 숫자를 차지하고 있어 문화재로서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백제금동대향로. 국보 제287호, 6세기말~7세기초, 높이 64cm,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 의례 장엄구에서 일상 용품까지 광범위
이처럼 일반 공예품이 지닌 쓰임새와 아름다움에 덧붙여 불교적 의미가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것을 ‘불교공예품’이라 한다. 불교공예품은 불교의 의식 용구를 지칭하는 불구佛具, 즉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종교의례 장엄으로부터 수행자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용품 및 도구 등 회화·조각·건축을 제외한 온갖 것을 다 포함할 정도로 그 종류는 다양하며 매우 광범위하다.
우리나라는 불교가 공인된 삼국시대 이래로 불교가 국교였던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뿐만 아니라 숭유억불 정책을 펼쳤던 조선시대에도 많은 불교공예품들이 제작되었고, 따라서 그 숫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불교공예는 주로 쓰임새에 따라 크게 의식법구儀式法具, 공양구供養具, 장엄구莊嚴具,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의식법구는 다시 범음구梵音具, 의식구儀式具, 의장구儀仗具, 수행구修行具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의식법구 중에 범음구는 장엄한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 마음을 울리는 신묘한 소리로 감동을 주는 것인데 사물四物, 즉 사찰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범종梵鐘·법고法鼓·운판雲板·목어木魚 네 종류의 법구가 이에 속한다. 그 외에 쇠북(金鼓)·바라· 경磬 등 범음구는 종교적 분위기와 감흥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불교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또 의식구는 의식을 집전하는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법구나 의식에서 사용되는 법구를 말하는 데 그 예로는 금강저金剛杵·금강령金剛鈴·목탁木鐸·소통疏筒 등이 이에 속한다.
공양구는 여러 가지 불교의식 가운데 하나로서 불·법·승 삼보三寶에 대하여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물을 올리는 의식에 쓰이는 향로香爐·화병花甁·정병淨甁·등燈·다기茶器·발우鉢盂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장엄구는 불보살이 머무르고 계시는 법당을 종교적 분위기가 나도록 장엄하게 꾸며주는 여러 가지 불구를 말하는데, 불단佛壇(수미단須彌壇이라고도 함)·천개天蓋·불감佛龕·법상法床·번幡·화만華鬘·업경대業鏡臺·업칭業秤 등이 있다.
사리장엄구는 부처님 사리나 스님의 사리를 신비스런 영물로 여겨 온 마음을 바쳐 예배의 대상으로 삼아 탑塔의 탑신塔身, 기단基壇, 상륜相輪, 심초석心楚石에 그냥 사리만을 넣지 않고 겹겹으로 차림새를 갖추어 모시게 되는데 이것을 사리장엄구 또는 사리장치라고 한다. 사리舍利란 산스크리트어 사리라Śarīra를 소리 나는대로 적어 줄인 말로 신체 또는 뼈를 뜻하며 몸을 태워(茶毘) 남은 유골을 가리킨다. 따라서 불사리佛舍利는 부처님의 신체와 유골을 의미하며, 승사리僧舍利는 스님의 신체와 유골을 말한다. 이런 사리장엄구는 믿음의 상징이자 신앙심의 표상으로 최대한 장엄한다. 불교공예품으로서 가장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지니며 불교미술사적으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감은사 동삼층석탑 사리장엄구. 통일신라 682년경, 보물 366호, 높이: 내함 20.3cm 외함 28.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표충사 청동함은향완靑銅含銀香垸. 1177년, 국보 제75호, 청동에 은입사, 높이 27.4cm, 입지름 26.2cm.
 
| 각 작품의 예술성과 특징 눈여겨봐야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불교공예품들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몇 가지 예를 들어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존하는 한국의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근본을 이루는 것은 상원사 동종(725년, 국보 제36호)이다. 이는 물독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태로 종복으로부터 생긴 파장이 오므라든 종 입구를 통하여 서서히 빠져 나감으로써 여운을 남겨 울림소리가 오래토록 남겨지는 효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또한 종신 위아래의 당초문과 보상화문의 화려함과 생동감, 종신 중앙에 대칭을 이루고 있는 주악천인상과 연화형 당좌는 범종의 묘음을 찬탄하고 천상계를 찬미함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또 우리나라 현존하는 가장 큰 범종으로 성덕대왕 신종(771년, 국보 제29호)이 있는데 이는 가장 맑고 웅장한 소리와 아름다운 형태, 화려한 문양 등을 지녀 한국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록된 명문에서 보이듯이 일승一乘의 원만한 소리인 부처님 말씀과 같은 소리를 들음으로써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제도할 수 있다는 범종의 참뜻을 느낄 수 있으며, 통일신라의 과학, 건축, 조각기술이 총 망라 된 최고의 걸작품이다.
둘째, 감은사 서삼층석탑과 동삼층석탑의 사리장엄구(682년경, 보물 제366호)로 통일신라 금속공예 주조 기법의 뛰어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또 방형의 사리장엄구 외면에 각 1구씩 사천왕이 부조되어 있는데 갑옷을 입은 무장의 모습이 특히 서역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 당시 통일신라 미술의 국제적인 면모를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셋째, 표충사 청동은입사향완(고려 1177년, 국보 제75호)으로 국내에서 전하는 고배형 청동은입사향완 가운데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것이며 안정된 균형미, 세련되고 섬세한 은입사 기법의 문양 배치, 공간감과 회화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불교공예품을 감상할 때는 앞서 말한 예술적인 부분과 다양한 특징들을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로써 더욱 흥미롭고 다채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또한 우리나라 불교공예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공예미술의 역사와 변천에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공예품은 중생제도衆生濟度를 위한 신앙적인 의미와 함께 실용성을 두루 지니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불국토의 연화장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아름다운 불교공예품은 부처의 참다운 진리를 시각적·청각적으로 연출하여 진정한 예술작품으로 승화되고 있다.
 
 
고승희
동국대학교 불교미술문화재조형연구소 전임연구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대전시 문화재 전문위원이기도 하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100여 회에 걸쳐 초대전과 단체전시에 참가했으며 2012년 인사아트센터에서 ‘서방정토극락세계’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기도 한 촉망받는 불교미술작가다.
 
 
 


현대의 불교미술 - 불교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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