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 삶을 아름답게 정화시키려 합니다

2014-02-10     불광출판사

3년 전, ‘무아無我-나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전展을 통해 ‘불교 팝아트Pop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추구한 김영수(42) 작가. 그는 기존 불교미술의 틀을 깨고, 일상에서 대중적인 소재를 찾아 불교 교리를 친근하게 풀어냈다. 개집을 단청으로 장엄하고, 달마대사가 아이돌 가수의 춤을 추며,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호법신장으로 등장한다.
그는 수행과 NGO활동을 병행하며, 불교적 사유를 창의성과 시대정신으로 빚어 작품 속에 반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변혁을 거듭하며 사회와 진실하게 소통하려 한다. 그의 미소가 듬직해보이는 이유다.
 

달마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 친근하고 재미있는 불교미술
: 현대미술의 팝아트 장르를 불교미술에 도입해, 기존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불교 팝아트를 시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도 처음엔 전통불교미술을 배우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시회를 거듭하며 대중과의 호흡과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전통불교미술 할 때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지 못했거든요. 불교미술의 대중성을 고민하던 끝에 팝아트적으로 접근해보자 했지요. 일상에서 시각적인 미술 소재를 잡아 불교적으로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기회가 생겨 대학가에서 전시를 했는데, 젊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재미있어 하고 호기심 갖는 걸 보며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교에 대한 궁금증도 불러일으켜, 문화예술을 통한 포교의 역할도 할 수 있었지요.
 
: 불교미술은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나요?
저의 청소년기는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삶을 허무하고 비관적인 것으로 치부했죠. 부랑자를 꿈꾸며 거리의 삶을 동경했어요. 나름대로 자유를 향한 갈망 같은 게 있었나 봅니다. 군대를 갔다오며 삶을 허비하듯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체능에 어느 정도 소질과 관심이 있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소조불상 조각을 하는 윤수천 선생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사천왕상 조성하는 모습을 보며 한눈에 반할 정도로 매료되었어요. 이후 선생님께 도제식으로 불교조각을 배우기 시작했죠. 불교 공부를 위해 동산불교대학에 들어가 이론과 참선 수행을 접하게 됐고, 이후 수행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에서 공부를 이어갔어요.
 

슈퍼울트라킹왕짱신중탱화
 

윤회금지
 

춤추는 달마
 
| 시대와 소통하는 불교미술
:  불교미술 작가로서 불교미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처음 입문했을 때는 그저 불교의 종교적인 상징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협의로는 부처님 가르침이 녹아있으면 전부 불교미술품이라고 생각하고, 넓게 생각하면 불교미술 아닌 게 어디 있겠나 싶어요. 선禪을 예로 들자면, 좌선 과정뿐 아니라 삶 전체가 선 아니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실재적인 삶의 모든 현상이 불교이고, 삶 안에서 형상화된 미술 작품 또한 모두 불교미술로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 늘 새로운 상상력으로 불교미술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데, 전통불교미술과 더불어 불교미술이 나아갈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전통불교미술 분야에서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기능으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지금은 저처럼 현대불교미술의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뿐 아니라 전통불교미술을 계승하는 분들도 그 범주에 속하지 않으려고 다들 창작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전통과 문화재적 가치를 잘 지켜가며, 각자의 분야에서 시대성과 전문성을 키워간다면 불교미술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 최근 작품활동이 뜸하고 사회적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습니까?
불교권 내에서 15년간 쉴 틈 없이 활동하다보니, 머리 좀 식힐 겸 바깥 세상이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소셜디자이너스쿨에 참여했는데, 가치관이 바뀔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디자인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곳이에요. 제가 지식으로만 익혀왔던 불교를, 그곳에서는 삶의 형태로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은 문화나 예술, 사회적기업 활동을 교류하는 대안시장 만드는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년 3월에 열리는 불교박람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요. 불교가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뿌리 찾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공공을 위한 산업군과 불교단체뿐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들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불교미술 분야는 아트페어 형식으로 진행해 비전 제시의 토대를 마련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는 아직 조급함은 없습니다. 우선 내 삶을 아름답게 정화시키고 나서, 그 속에서 표현하고 만들 이야기가 준비되면 기존의 불교미술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미술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요.
 
 
김영수
불상소조 작가 윤소천 선생 문하에서 불교조각에 입문했으며, 한국디지털대학교 문화예술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를 졸업했다. 전승공예대전과 불교미술대전에서 입선, ‘소조불상展’, ‘佛’, ‘무아, 나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거짓말!’ 등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기획전과 초대전을 가졌다. 불교 팝아트 장르를 개척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2009년 대원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안시장과 관련하여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 중에 있으며, 내년 3월에 열리는 불교박람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