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새 시대의 희망가

2014-02-10     불광출판사
연말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득권에 안주하며 사회적 부를 상위 1%가 독식하는 자기 파괴적 양극화사회로 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시민이 주도하는 공정하고 소통하는 민주사회,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국가가 봉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민족 간의 갈등과 대결로 한반도를 전쟁위협 속에 빠뜨릴 것인가. 아니면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체제를 다져갈 것인가. 대선은 역사와 문명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낡은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
 
|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지난 5년 동안 우리 국민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져왔다. 이른바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만 믿고 집단적 욕망의 포로가 되어 그에게 표를 던졌던 국민은 부메랑을 맞았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물론,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성장 잠재력의 저하, 남북교류의 단절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 등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국민은 매우 힘들고 고단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월가 점령 시위가 우리나라에도 전이된 것처럼 보인다. ‘1%의 탐욕과 99%의 분노’는 월가 시위대의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금도 서울 한복판 덕수궁 대한문 앞에 천막을 치고 있는 농성촌의 실상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피맺힌 절규는 아직도 우리의 귓전을 때린다.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들 경찰특공대가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용산참사 유족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파헤쳐 해군기지로 만드는 데 항의해 일어섰던 제주 강정마을 주민의 몸부림은 농성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그래서 ‘불통정부’란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협치)가 무너지고 독단적인 반시민 정책으로 민생이 피폐해졌다. 시대를 거스른 토건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대한민국은 더욱 황폐해졌다. 민생의 불안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양산해 서민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급기야 연평도 피격과 천안함 사건을 불러와 한반도는 하루아침에 평화의 시대에서 세계의 화약고로 전락해야 했다.
언론의 자유는 40년 전으로 후퇴했다. 공영방송은 정부에 의해 완전히 장악돼 관영방송으로 전락했다. 언론탄압에 저항하여 방송사 노조의 사상 최장기 파업이 일어났으나 수많은 ‘거리의 언론인’을 양산했을 뿐이다. 방송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극도로 위축되어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제약을 받고 있다. 수많은 누리꾼이 정부비판 글을 인터넷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거나 재판에 회부됐다. 이에 따라 언론자유 순위는 지속해서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을 뽑자
정부는 토건사업에만 몰두했다.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4대강 사업’에는 22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됐다. 이에 따라 토건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우리의 국토는 갈갈이 찢기고 말았다. 재벌 위주의 성장 제일주의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몰고 왔다. 지난 5년 동안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은 더욱 비대해지고 서민의 삶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갈 곳 잃은 서민은 거리를 배회해야만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도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이에 맞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의 기치를 내걸고 단일화에 나섰다. 이들 대선후보는 저마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있다. 언뜻 보면 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엇비슷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복지국가의 건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해소 등 이들 공약대로만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직도 아귀처럼 헐뜯고 싸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국민에게는 오로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으로만 보일 뿐이다.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민생은 뒷전에 밀려 있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만의 싸움’으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차피 선거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절차라고 했던가. 현명한 국민은 누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을 것인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의 품에서 그들을 위해 복무하면서도 겉으로는 서민의 편인 것처럼 위장술을 펼치고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철권탄압정치의 상징인 ‘유신선포’ 40주년이었다. 여기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6.10시민항쟁 25주년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종신집권의 막을 올린 유신선포와 시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의 막을 내린 6.10항쟁 기념행사가 동시에 치러졌다. 6.10항쟁 기념행사는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1987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역주행 시킨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이었다. 또한 유신40주년 행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유신의 망령’을 쫓아내기 위한 살풀이의 장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치러지는 대선은 유신망령의 부활을 저지하고 ‘1987년 체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극복하여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이른바 ‘2013년 체제’가 그것이다. 민주주의와 복지, 한반도 평화와 생태 친화적 성장의 비전을 가진 새로운 정치 주체와 정권의 창출이 그것이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통합하여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 시민들이여 깨어나라
올해는 ‘역사적 전환기’이자 ‘문명의 전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올해에만 50여 개 국가의 정치지도가가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고, 중국에는 시진핑 시대가 개막됐다. 일본도 12월 총선을 치른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아랍민주화 열풍과 월가점령 시위는 새로운 전환기의 전조라고 볼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폐해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자본주의 위기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대체할 바람직한 세계체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불러올 조짐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명의 전환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후퇴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다시 활짝 꽃피워야 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를 극복하여 공정과 정의가 바로 서고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는 새로운 상생의 경제체제가 들어서야 한다. 기득권과 특권을 타파하고 국민 개개인이 자기실현의 기회를 최대한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소득, 지역 등 각 분야의 격차를 해소하고, 든든한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대를 선도할 남북평화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부의 퇴행으로 민주체제가 훼손됐지만, 과거체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 ‘1987년 체제’를 뛰어넘어 민주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한 ‘2013년 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적 복지국가, 지속가능한 생태국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일보 기자 재직 시절 정권의 언론 통제 정책인 ‘보도지침’을 폭로하고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언론 자유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한국언론재단 연구이사,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시민사회신문 편집인이자 KBS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