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를 켜듯 살라............

깨침의 두레박........

2007-06-18     관리자

부처님은 자주 제자들을 격려하였다.

침묵을 하시다가도 자신의 질문이 꼭 필요한 제자에게는 말씀을 하셨다.

   깨달음을 얻으려고 절에 들어가

부처님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소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부처님이 소나에게 물었다.

   "소나여, 사람의 목숨이 얼마 동안에 있느냐?"

소나는 얼마 전 며칠만에 죽은 어느 신도집의 아기가 생각나 이렇게 대답했다.

   "며칠 사이에 있습니다."

   "너는 아직 도(道)를 모르는 구나."

   부처님께서 이번에는 소나 옆에 있는 늙은 수행자에게 물었다.

   "그대여, 사람의 목숨은 얼마 동안에 있는가?"

   늙은 수행자는 바로 어제밤에 공양을 들다가 목에 음식이 걸려 죽은 거지 아이를 생각하며 말했다.

   "밥을 먹는 사이에 있습니다.   스승이여."

   그러나 부처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대도 아직은 도(道)를 모른다."

   늙은 수행자는 부처님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거리며 자리를 물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소나는 그 자리를 물러서지 않았다.   부처님이 자리를 뜨고 난 후에도 이렇게 다짐을 하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이 자리를 뜨지 않겠다.'

   이후, 소나는 몇년을 쉬지 않고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지혜의 완성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깨달음을 얻겠다고 절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 중에 서너 명 정도만 부처님에게 인가를 받았다.   소나는 비탄에 빠져 자신을 위로했다.

   '애를 써도 이루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착한 일을 하면서 복을 짓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사실 소나는 다른 수행자처럼 집으로 돌아갈까 하고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소냐여, 너는 세속에 있을 때 비파를 잘 탔었다지?"

   "네. 그랬습니다."

   부처님은 잠시 침묵을 한 후 다시 말했다.

   "네가 비파를 타려고 그 줄을 고를 때 너무 조이면 어떻더냐?"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었을 때는?"

   "그때도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거나 조이지 않고 알맞게 잘 골라야만 맑고 미묘한 제소리가 납니다."

   "그렇다, 너의 공부도 그와 같이 해야 한다.   정진을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리게 하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거기에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아라."

   순간, 소나는 머리에 벼락을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혜는 세속의 삶 속에 있는 데도 여지껏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해 왔던 것이다.   소냐는 호흡을 멎게 할 것 같은 전율을 온몸으로 느꼈다.   놀라 떨고 있는 소나에게 부처님이 다시 물었다.

   "사람의 목숨은 얼마 동안에 있느냐?"

   소나는 턱에 받친 호흡 때문에 겨우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호흡 사이에 있습니다."

   "그렇다,   너는 이제 도(道)를 아는구나."

   부처님이 마음의 등불을 전해 주자, 비로소 소나는 마음속의 어둠을 다 몰아내고 잃었던 지혜를 되찾았다.

   二十億耳經에서 -

정찬주는 소설가며 동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집 [새들은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산문집 [마음의 바리때]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등을 발표하였다.

윤장열은 서양화가로서 '81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수행했으며 여섯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