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매년 봄철이면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소풍을 가게 된다.   올해는 3학년 꼬마들을 담임하게 되어 소풍을 기다리는 우리반 어린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소풍이 되게 해주고 싶었다.

   소풍을 가는 곳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진관사였다.   소풍 전날 내일의 준비물과 소풍지에서의 할 일을 알려주었다.

   매년 소풍을 가면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의사항을 듣고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은 후, 반별 혹은 학년 전체가 즐거운 게임을 한 다음 휴지를 줍고 돌아오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즐거운 소풍이라고 손꼽아 기다리며 소풍 전날은 잠도 잘 못잤던 경험이 내 어린시절에도 있었다.

   소풍날 9시까지 등교하라고 써주며 일찍 등교하지 말고 시간 맞추어 올 것을 신신당부했지만, 8시경에 교실에 들어와보니 몇몇 어린이들은 벌써부터 등교해서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들떠있었다.

   진관사는 학교를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걷는 거리였으나, 출발할 때부터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며 금방 그물에서 꺼내온 물고기처럼 팔팔하던 아이들이 축 늘어져서

   "선생님, 진관사가 얼마 남았어요?   다리 아파 죽겠어요."

하며 몇 번씩 반복해서 물어온다.   요즈음 아이들이 너무 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관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엔 비록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솟아나 있지만 3학년 전체가 소풍할 장소로는 아주 좋은 곳이 있었다.   3학년 전체가 모여 즐거운 게임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각반별로 적당한 장소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른 반들이 둥글게 앉아 놀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뒤로 하고 우리반 어린이들을 데리고 진관사 절입구에 도착했다.   절입구에는 진관사의 내력이 적혀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반 어린이들은 그곳에 적혀 있는 내용을 적느라고 열심이었다.   기록이 끝난 후 진관사 경내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비구니 스님들이 계시는 절이라 경내는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진관사 경내를 구경한 후 우리반 어린이들을 모두 대웅전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제 단청무늬 그리기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햄버거나 피자를 좋아하고 전자오락에 정신이 팔려 있는 요즈음 어린이들에게 우리 것에 눈을 돌리게 하고, 우리나라 건축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그냥 지나쳐 버리기만 했던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어린이들 스스로에게 발견시켜 주고 싶어서였다.

   우리반 어린이들은 가지고 온 공책을 펴놓고 앉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고, 서기도 한 편한 자세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청무늬들을 골라 그리기 시작하였다.

   대웅전 바닥에는 푹신한 카펫이 정결하게 깔려 있었다.   처음에는 앉기도 하고 서서 그리던 아이들이 차차 한 명씩 엎드려 그리더니, 나중에는 거의 대부분이 엎드린 편한 자세로 단청무늬의 아름다움에 취한 듯 무늬 그리기에 열심이었다.   대웅전을 가득채운 우리반 어린이들을 부처님께서 인자하신 얼굴로 사랑스럽게 내려다 보시며 흐뭇해 하시는 것 같았다.

   "다 그렸으면 일어나세요."

   "선생님, 너무 재미있어요.   조금 더 그리겠어요."

   우리반 어린이들은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아름다운 무늬를 찾아 그리기에 열중이었다.

   대웅전을 나와 나한전 돌계단에 앉아 소풍지의 자연보호 상태를 기록하고 여러 가지 나뭇잎 모양도 그렸다.

   절 마당 가운데에 철철 넘쳐흐르는 약수를 시원하게 마신 후 진관사 옆 계곡으로 갔다.   둥근 바위들 사이로 흘러 내리는 계곡물에서 마음대로 뛰놀게 했다.   물에 떠다니는 소금쟁이와 개구리를 쫓아다니며 물에 바지를 적시고, 신고 온 운동화를 적셨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어린이들이 자연속에 있으니, 더욱 생기있는 모습이 되었다.

   정해진 소풍 시간이 좀 지났지만 너무 신나게 뛰노는 어린이들에게 가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돌만 쳐들면 가재가 나왔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지금도 예전과 같이 여러가지 살아 있는 생물들이 더 많았다면 저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소풍 다음날, 소풍 다녀온 느낌을 글로 쓰게 했다.   우리반 어린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대로 우리반 어린이들이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는 생각에 흐뭇한 마음이 되었다.

   여기에 귀여운 꼬마들 글 몇 편을 실어본다.

   소풍가서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왕의 아들로 태어나셨는데, 왕의 자리를 버리시고 도를 닦아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단청무늬가 참 예뻤습니다.   우리나라의 무늬라 그런가 봅니다.

   진관사의 유래도 적었습니다.   진관사는 6.25때 부서졌다가 주지스님이 부임하셔서 현재의 사우를 건립하여 옛 진관사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써 있었습니다.

   이유림

   절 앞에서 진관사의 역사가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단청 무늬도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보호하시는 장군도 보았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왕자의 몸으로 옷을 하나만 입으시고,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옛날의 역사도 배우고 자연보호도 해서 기쁘고 보람있는 소풍을 보냈습니다.

   이영석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셨고, 다른 방에는 부처님을 지키는 수호신이 계셨는데, 아주 무섭고 힘이 센 것같이 보였습니다.

   단청무늬 그리기를 또 하고 싶었습니다.   자연보호도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조현기

   물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2학년때의 소풍과는 달리 자연보호도 하고 우리나라 역사 공부도 하였습니다.

   절에 들어가서 스님들의 예절을 배웠습니다.   가운데 놓여진 빨간 방석에 제일 높으신 스님께서 앉으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단청무늬가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임정아

   진관사의 유래를 알고, 진관사의 유래를 직접 공책에 적었습니다.

   또 절안에 들어가서 단청무늬를 그리고 석가모니상도 보았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도 사람이어서 눈썹과 눈썹사이에 점이 있었습니다.

   최영진

   진관사의 유래를 공책에 적고 쓴곳을 직접 가보고 공부한 것이 보람스러웠습니다.

   옛날의 단청무늬가 굉장히 예뻤습니다.   우리나라의 무늬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정말 몰랐습니다.

   진관사 안에 계시는 스님들이 예의 바르시고, 깨끗하게 청소하시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최우리

   진관사에 들어가니까 자연을 아끼고 보호해서 아주 깨끗하였습니다.   우리마을도 진관사처럼 깨끗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들께서 절을 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어떻게 존경해야 되나를 배웠습니다.

   저도 훌륭한 분을 존경하고, 부처님의 노력과 인내를 본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유림

   이번 소풍은 지금까지 갔던 소풍보다도 더 보람있는 소풍이었습니다.

   절에 들어가서 진관사의 유래를 사회공책에 적고 단청무늬도 그렸습니다.   옛날의 무늬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습니다.

   또 절 마당은 쓰레기가 없어서 참 깨끗하였습니다.   길가에 가보면 쓰레기가 많은데 진관사에는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진관사는 옛날에 무너졌다가 다시 옛모습으로 되었다고 합니다.   절 속에는 처음 들어갔기 때문에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진관사의 유래를 배우고, 자연보호에 대해서도 배운 이번 소풍은 참 보람있는 소풍이었습니다.

   김경탁

   진관사로 소풍을 갔습니다.   절안에 들어가니까 이상했습니다.   내가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조사한 것은 진관사의 유래, 단청무늬 그리기, 자연보호 여러 가지 나뭇잎 그리기 입니다.   거기서 단청무늬 그리기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꽃 두 개를 그렸습니다.   냇가에서 놀 때 다리가 물에 빠졌습니다.   그렇지만 날씨가 더워서 금방 말랐습니다.   아이들은 개구리 잡느라고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가 양말을 말려야 했습니다.

   냇가에는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담배꽁초, 과자봉지, 통조림 깡통 등이 있었습니다.   왜 쓰레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절 안에는 쓰레기가 없었는데...?'

   김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