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김순양 전통식초

발효로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 詩人

2014-02-09     불광출판사
이 코너는 우리의 전통 먹거리를 만드는 숨겨진 장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불광」과 이야기가 있는 숨겨진 보물 ‘명인명촌’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남도 거친 바닷길 울돌목 너머 진도. 섬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심산유곡인 여귀산女貴山 중턱엔 발 디디는 곳마다 사계절 내내 들꽃과 약초가 널려있다. 이곳이 수 억조 미생물 군단을 거느린 김순양 대장이 사는 곳이다. 동백 울타리 마당에 들어서면 생명의 마음으로 초를 빚는 시심詩心이 담겨 시큼한 향香이 그윽하다. 
● 황토방의 항아리 광목천 모자를 거두면 초 익어가는 소리가 마치 곤하게 잠든 개구쟁이 새근대는 숨소리처럼 정겹다. 서울 강남에서 외식사업을 하다 지치고 병든 심신을 쉬러 이곳에 정착한 지 벌써 10여 년. 발효 음식을 통해 마음과 몸이 새로운 숨을 쉬고, 생명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였다. 직접 농사지은 곡식으로 손수 누룩을 빚어 제철 과일, 흑마늘, 산야초, 심지어 버섯과 해조류를 발효시켜 다양한 식초를 만들고, 수확한 콩으로는 된장과 간장을 빚어왔다. 
● 늘 미생물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발효의 기적에 칠흑 같은 밤, 모진 바람 부는 날에도 외로움과 두려움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건 아마도 숨을 쉬며 스스로 생명을 살려가는 미생물들에게 “사랑한다. 사랑한다.” 읊조리는 무한한 시인詩人의 사랑 고백 덕이 아닐까?

정두철
서울대 농경제학과. 동대학원 졸. 펀드매니저, 메주와첼리스트 CEO, 안그라픽스 기획이사를 거쳐 지금은 다리컨설팅 CEO로서 ‘명인명촌’을 기획・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