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불교 테마파크에 가보셨습니까 ?

대만불교의 변화들

2014-02-09     불광출판사



불타기념관 / 불광산사

5월 26~3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한국불교대만소개사업’이 대만의 타이페이[大北]와 화리엔[花蓮], 가오슝[高雄] 등지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사업은 그간 한국불교를 대만에 소개하는 한편, 불교계 각 종단의 소임자 및 실무자들이 대만불교를 견학하면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초석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기존의 방문지와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어 대만불교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지금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대만불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며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 대만에 술집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십수년 동안 대만불교는 한국불교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대상이었다. 오랜 역사도 아니고 세계적인 유적지도 없지만 한국불교가 귀감으로 삼을 만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대만불교를 대표하는 4대 본산인 불광산사, 법고산사, 자제공덕회, 중대산사 모두가 한국 불자들에게 순례의 대상이 됐다. 대만불교를 분석하는 논문들도 적지 않게 쏟아져 나왔으며, 관련 서적도 심심치 않게 출간됐다.
대만불교를 연구한 전문가들이 입 모아 말하는 대만불교의 성공 키워드는 ‘인간불교’다. 심산유곡에 머무르며 이미지만 남은 불교가 아닌 중생 속으로 들어가는 불교, 그 안에서 중생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실천이념이 바로 ‘인간불교’의 핵심이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몇몇 고승들이 60년 간 그 이념을 실천해온 결과는 놀랍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수가 어느새 바위에 구멍을 뚫어가듯 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이에 대한 단적인 예는 이번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대만 현지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준 필복신 씨의 설명으로 대변된다.
“예전에는 대만에도 술집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대만에 건너온 1980년대 후반에만 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나이트클럽이 대만에 있을 정도로 대만의 밤문화는 유명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거리를 나서면 술집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술집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은 참가자 분들도 경험으로 느끼셨을 겁니다. 지금까지 대만 사회에 살며 지켜본 결과, 저는 이것이 대만불교가 이 사회에 미친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 테마파크, 감각적 디자인, 그리고 개방
이미 대만불교가 대중들과 호흡하며 발전해온 이야기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만불교가 어떤 식으로 변화를 모색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2011년 12월 세상에 공개된 ‘불타기념관’이다. ‘불타기념관’은 가오슝 불광산사 바로 곁에 지어졌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불광산사 개산조 성운 스님이 10여 년에 걸쳐 불사를 이어온 끝에 완성된 초대형 불교건축물이다.



남평별원

대만불교의 변화를 눈 여겨 보며 대만불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었다. 이미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며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불교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불타기념관은 팔정도를 상징하는 8개의 대탑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그 끝에 남방불교의 스투파를 닮은 기념관 본관이 위치해 있다. 본관 위로는 사성제를 의미하는 4개의 탑이 있으며 그 뒤로 높이만 48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좌불 ‘불광대불’이 있다. 본관 내부에는 불교의 교리와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 및 사상을 4D 영화를 통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또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함께 태국과 미얀마에서 보내온 금불, 옥불도 반드시 친견해야 할 기념관의 명물이다.
재밌는 사실은 대만 현지인들은 불타기념관을 테마파크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쇼핑몰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과 기능을 수용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보니 불교를 주제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와 ‘테마파크’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단어가 불타기념관의 모습으로 절묘하게 구현된 셈이다.
타이페이의 농선사農禪寺와 가오슝의 남평별원南屛別院에서는 대만불교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을 유지하면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맞춰가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농선사는 법고산사를 세운 성엄 스님의 은사 동초 스님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신도들과 함께 치열하게 수행하던 사찰이자 법고산사의 발원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곳이 대대적인 불사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대법당의 벽에 반야심경 글자들로 창을 만들어 여기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법당 내부를 장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만들도록 한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반적으로 통유리와 콘크리트를 적절히 활용하고 과감한 직선을 채용해 현대적 미감을 극대화시켰다. 그 위에 경전을 재해석해 디자인에 녹여내고 교리의 핵심을 곳곳에 반영해 현대적인 불사의 새로운 전형을 선보였다.
가오슝의 남평별원은 도심 속 포교당의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 남평별원은 숙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만식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전통적인 불교의 요소를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인과 건축방식으로 담아내 찾아오는 사람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외부 테라스를 지역 주민들에게 완전히 개방하고 있어 지역민들이 쉼터나 카페, 도서관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사찰을 어렵지 않게 찾아오고 있고, 자연스럽게 불자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변화가 아닌 내실을 다지기 위한 변화도 감지됐다. 자제공덕회의 경우 세계 곳곳으로 구호의 손길을 내밀면서 적지 않은 외부확장을 이뤘다. 최근 들어 부모은중경 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평화로운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첫 발은 화목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논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근본을 잊지 말되 변화는 수용해라
대만불교가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는 불광산사 도감원장 혜전 스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혜전 스님은 몇 년 전 개산 40주년을 준비할 당시 성운 스님과 나눴던 대화를 예로 들며 “처음 개산할 당시 조산(삼보일배)으로 사찰을 일궜으니 40주년에 그때의 정신을 되살려 매일 조산을 하자고 하셨다.”며 “아무리 사회에 큰 공로를 세웠더라도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자기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 40년 뒤의 불광산사도 조산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한국불교와 대만불교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정확한 견해를 피력했다.
“한국불교의 장점은 전통이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천년고찰과 주변의 고목, 여법한 법당을 보면 환희심이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절은 그런 고풍스러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사찰을 보면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또 행자로부터 시작되는 출가자의 체계적인 양성과정은 아주 중요한 불교의 근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가 한국불교에서 배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그런 전통적인 분위기 속에 새로운 요소들을 받아들인다면 무궁무진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전통의 교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만불교의 변화를 눈 여겨 보며 대만불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었다. 이미 그들은 세상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며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불교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초심을 가다듬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대만불교는 ‘위기’보다는 ‘발전’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너무나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