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한반도 우리 스스로 막을 수 있다

2014-02-09     불광출판사
더워지는 한반도 우리 스스로 막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 같은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폭염은 전력 예비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남해안에는 해파리 떼가 피서객들을 습격하다 못해 어민들의 조업까지 망쳤다. 폭염과 함께 발생한 녹조로, 수돗물에는 유해성 물질이 검출되는 등 식수까지 위협받게 됐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10여 명에 달했다. 폭염을 식혀줄 것이라 믿었던 단비는 국지성 호우, 즉 폭우로 또 다시 아까운 인명을 앗아갔다. 그리고 2013년 6월 초, 한반도의 대지는 벌써 뜨겁다. 평균 30도를 훌쩍 넘기며,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로 뜨거웠다.

| 한반도의 습생까지 바꾸어 놓은 무더위
무더운 여름으로 대표되는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옛말에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태는 한반도에서 가장 흔한 어종이었다. 생태탕, 동태탕, 노가리, 황태구이가 자주 식탁에 올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명태 어획량이 줄어 귀한 생선이 되었다. 고등어의 주요 서식지도 동해와 서해를 따라 북상했다. 서해에서는 조기나 갈치 대신 멸치나 오징어의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다. 아열대성 대형 해파리 떼가 나타나 어업에 피해를 주는 등 아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해양 생물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주요 과수 재배지역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사과로 유명했던 대구는 이제 사과의 주산지가 아니다. 사과 재배면적이 1960년대에 비해서 약 20% 수준으로 감소했고, 재배지역은 경기도 포천까지 상승했다. 그 외에 제주도에서만 재배 가능했던 한라봉은 김제, 나주 등 내륙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기타 대부분의 작물들의 재배지역이 가파르게 북상하고 있다. 또한, 키위의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하고 기존에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망고, 구아바, 아보카도 재배가 가능해지는 등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가능해지고 있다.
말라리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 중 하나이다. 한반도에서도 1983년을 마지막으로 발병보고가 사라졌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 말라리아 환자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는데, 기온 상승으로 인한 모기 활동량 증가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열대병으로 알려진 뎅기열 역시 모기를 통하여 감염되는 질병이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열대 지방에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국내에는 없던 질병이다. 그러나 2011년 한반도에서도 국내 발병으로 의심되는 정황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쯔쯔가무시, 렙토스피라, 신증후군출혈열 등 열대성 질병의 발병이 보고되는 횟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전염병들은 평균 기온 상승과 더불어 질병 발생률도 따라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쯔쯔가무시, 렙토스피라, 말라리아, 장염, 세균성 이질 등의 전염병들은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발병확률이 1.8~6%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질병을 옮기는 모기나 진드기 등 매개체들의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도대체 한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주원인은 한반도 육지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해서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열대병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볼 수 있다.

| 재난과 바로 연결되는 지구온난화
지구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박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이나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구온난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따뜻해지면 뭐 그렇게 큰 영향을 줄까’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재난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염, 폭우, 폭설, 혹한 등도 지구온난화가 부른 기상이변이다. 이러한 탓에 기후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라는 말보다 ‘기후변화’라고 표현한다.
전 세계 뉴스를 보더라도 이상기후에 의한 재난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수십 년 간 쌓아올린 경제성장의 탑도 태풍이나 허리케인 하나로 날아가는 세상이다. 혹한이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슬프게도 세계 각지에서 이상기후의 보고 빈도는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도시를 중심으로 온도 상승폭이 크다. 기상청 자료를 인용하면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평균 기온은 조사가 시작된 1912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최근에는 약 1.5~1.7도 가량이 상승했다. 이상 고온이나 이상 저온현상이 나타난 빈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장마, 폭우, 홍수로 대표되는 수재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강우가 여름철에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수 피해액의 경우 1970년대에는 연평균 1천억 원 정도였으나, 1980년대에는 3천억 원대로, 1990년대에는 6천억 원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매년 더 과격하게,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열대야, 가뭄, 폭풍, 해일, 열파, 호우 등 기상현상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유발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그럴 수 있다’로 과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증가할 것은 분명하며 이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가속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수면의 경우 기온 상승에 따라서 해수면 높이 역시 상승하고, 상승한 해수면은 그 자체로 침수피해를 유발한다. 이는 또 태풍, 폭우, 해일로 인한 피해도 증대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약간의 상식을 가진 독자라면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그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화석연료라고 하면 생소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석유, 가스, 석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기도 상당 부분 이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잠에서 깨어나 형광등을 켜는 것부터 수돗물로 샤워하는 것, 밥을 짓는 것,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등등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이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심지어 여성들이 좋아하는 향수도 꽃이 아니라 석유에서 추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인간의 많은 행동이 지구온난화를, 나아가 이상기후를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여러분 하나하나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에너지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나 물자가 우리 인류의 오늘과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절약하는 것이 인류를 구하는 작은 실천임을 알았으면 한다. 전기, 석유, 가스를 아끼려는 작은 노력이 지구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름철 에너지 절약요령을 소개하면 첫째, 냉방기기는 구입할 때부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1등급인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시는 26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더위를 면하는 정도가 건강에도 좋다. 둘째, 비데의 보온기능, 난방용 온도조절기 등 여름에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끄는 등 다소 불편해도 슬기로운 에너지소비생활이 필요하다. 셋째, 사용하지 않는 곳의 조명은 완전 소등하고 필요한 곳도 밝기를 최소화해 불필요한 에너지소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전기보온밥솥, 헤어드라이기, 전자레인지, 다리미 등 소비전력이 큰 가전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당장 조금 시원하겠다고 사용하는 에너지가 우리나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더 뜨겁게 할 수 있다. 현대 생활의 편리함에서 에너지를 빼놓을 수가 없지만 조금만 아끼고 슬기롭게 활용하면 우리 스스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한반도와 지구의 미래는 바로 우리 개개인 하나하나에 달려있는 것이다.

정욱형
월간 「CEO Energy」, 일간 「에너지코리아뉴스」를 발행하는 에너지전문언론사인 ‘씨이오에너지’의 발행인 겸 대표. 20여 년 경력의 에너지, 환경 분야 저널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행정대학원 언론홍보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잡지교육원 강사, 서울무궁화로타리클럽 회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기후변화의 불편한 진실』 (공저), 『에너지 이코노미』(엮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