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9월

2014-02-08     불광출판사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9월




기쁜 일이 생겨도 박수치고 기뻐할 것이 아니고, 또 슬프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땅치고 울 게 아니에요. 순경順境과 역경逆境이 날줄과 씨줄처럼 서로 얽힌 것이 인생입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잠시 스쳐가는 바람이요 출렁이는 물결이니, 내 착한 성품에 맡겨 버리고 그냥 그렇게 신행의 자세로 살아라 하는 겁니다.
-지선 스님, 128쪽 ‘살아있는 명법문’ 중

● 불교에서는 우리가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라고 합니다. ‘괴로움이 가득 찬 세계’라는 뜻입니다. 생로병사의 사고四苦에 애별리고(愛別離苦,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 원증회고(怨憎會苦, 증오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구부득고(求不得苦,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괴로움), 오음성고(五陰盛苦, 오온에서 생기는 괴로움) 등의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매사에 일희일비하며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참고 견디는 인욕忍辱을 수행으로 삼아 현실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 올해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습하고 눅눅했습니다. 장마가 49일 동안 이어지면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장기 기록을 세웠습니다. 장기간의 장마로 인해 습해진 대기가 이불 역할을 하며 연일 열대야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의 경우 열대야가 21차례 나타나 1994년 이후 최대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꿉꿉하고 후덥지근했던 날씨 탓인지 주변에 슬럼프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번 하던 일이 잘 안 되고 의욕도 없고 짜증이 는다면 자신의 슬럼프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마음이 느슨해지고 무기력감에 빠졌다면, 설렘과 열정이 가득했던 초심을 떠올려보십시오. 다시 의욕을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이번 9월호 특집 주제는 ‘협동조합’입니다. 올해 초 누군가 협동조합 얘기를 하길래, 별 관심없이 귓등으로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협동조합을 주제로 담론이 쏟아져나오고, 어느 지인은 동종업계 사람들을 모아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협동조합이 뭔가 싶어 들여다보니, 알면 알수록 흥미롭습니다. 민주, 평등, 배려, 자기책임, 사회책임, 연대, 정직 등이 협동조합의 가치를 담은 키워드입니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자본주의 폐해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협동조합의 세계를 이모저모 살펴보았습니다.
● 아침저녁으로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 냄새가 감지됩니다. “노인은 과거에 살고, 청년은 미래에 살며, 성인은 현재에 산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이 순간 여기’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을 부처님으로 대할 때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