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수행법은 호흡명상이었다

아잔 브람 명상 강의

2014-02-08     불광출판사
 


각산 스님의 아잔 브람 명상 강의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설명은 명쾌했다. 때로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세계적인 명상 스승 아잔 브람의 한국인 제자 각산 스님이 2,500년 전 붓다의 호흡명상을 그대로 되살리는 아잔 브람 명상법을 3차에 걸쳐 36회 강의로 풀어놓는다. 붓다에서 아잔 브람으로, 아잔 브람에서 각산 스님으로 곧바로 이어진 듯, 쉽고 깊이 있는 강의는 붓다와 현대인 사이에 가로놓인 수천 년의 시간과 거리를 단칼에 잘라낸다. 각산 스님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강의 장소로 동국대 정각원을 택했고, 수강료는 받지 않는다. 붓다 시절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을 닮았다. 불보살과 아라한의 장엄한 모습을 입체로 조성한 후불탱後佛幀 속 생생한 풍경이 ‘오늘 여기’에 펼쳐져 있었다.
 
| 미얀마식 위빠사나와 태국식 위빠사나
“자, 고요하게 눈을 감습니다. 이 몸을 고요하게 한다고 마음을 먹으십시오. 몸이 편안해진다 생각하시고 지금부터 화두, 또는 호흡 명상을 합니다. 호흡 명상일 경우에는 들숨을 쳐다보고 날숨을 쳐다보면 됩니다. 그냥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온 몸으로 숨을 쉬기도 합니다. 고요합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부처님을 염하시면 됩니다. ‘붓-다, 붓-다.’ 들숨에 ‘붓’, 날숨에 ‘다’. 고요한 마음으로 연상하십시오. 고요한 허공의 경지에 이 몸이 떠 있습니다. ‘붓-다.’ 자, 이제 눈을 뜨십시오. 어떤 생각도 만들지 않으면서 보이는 그대로 알아차립니다.”
강의는 명상 유도로 시작됐다. 부드럽고도 걸림 없는 목소리였다. 스님의 명상 시간은 법문 시작에 앞서 죽비소리만으로 입정入定과 방선放禪을 알리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랐다. 각산 스님은 명상법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말로 100여 명의 좌중을 한동안 고요한 상태에 들게 했다. 아잔 브람 명상(아잔은 태국어로 ‘스님’을 뜻하는 존칭이다)의 방식을 가늠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 위빠사나 수행법이 폭넓게 번졌다. 이것이 초기불교에 근거해 미얀마에서 체계화된 수행법이라는 것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산 스님은 미얀마식 위빠사나가 곧바로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인 것처럼 이해되는 분위기가 염려스럽다고 말한다.
“정확한 논거를 짚어봐야 해요, ‘무엇을 출처로 하는가?’라는 물음이 있어야 합니다. 미얀마식 위빠사나는 「청정도론淸淨道論」과 같은 ‘아비달마’, 즉 부처님 제자들이 펴낸 주석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요. 초기불교 전체를 ‘아비달마’와 동일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크나큰 오해입니다. 아잔 브람 명상이 태동한 태국에서는 경전 중심의 수행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 뿌리가 ‘주석서냐 경전이냐’, 이것이 같은 남방불교국가인 미얀마식 위빠사나와 태국식 위빠사나의 차이를 만들지요.”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을 쉽니다. 틈나는 대로 고요히 앉아서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숨이 들고 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수행의 깊은 단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
각산 스님은 아잔 브람 수행법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든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숨을 쉽니다. 틈나는 대로 고요히 앉아서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숨이 들고 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수행의 깊은 단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각산 스님은 많은 명상법과 수행법 가운데서 ‘진짜’를 가려내는 법을 귀띔했다. 팔정도八正道, 그 중에서도 정정正定, ‘바른 선정’이 있느냐 없느냐로 알 수 있다는 것. 선정 없는 깨침은 궁극적인 깨침이 아니라는 것이 각산 스님의 말이다.
아잔 브람 수행법은 마음 관찰 - 호흡 관찰 - 호흡의 전체 보기 - 감미로운 호흡 - ‘니미타nimitta’ 체험 - 선정 - 깨침의 7단계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마음 관찰’은 ‘지금 이 순간, 알아차리기’다. 내 마음에 일어나는 현재 생각을 알아차려 마음이 편히 쉬어졌을 때 ‘호흡 관찰’로 들어간다. 호흡 명상을 할 때 「청정도론」에서는 ‘코 끝 보기’를, 미얀마의 마하시 명상센터에서는 ‘배꼽 보기’를 제시한다. 각산 스님은 아잔 브람을 만나서 호흡 관찰의 위치를 어디로 할 것인가가 지금까지 배운 것과 달라 당황했다고 말한다. 아잔 브람은 호흡 관찰의 위치를 정하지 않는다. “아잔 브람께 네 번을 다시 되묻고 난 뒤, 하도 이상해서 경전을 뒤졌지요. 어디에도 호흡 관찰의 위치를 코나 배꼽에 두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호흡은 단지 마음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호흡 관찰이 20~30분가량 유지되면 ‘호흡의 전체 보기’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호흡 자체가 아름답고 황홀해지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감미로운 호흡’이다. 마치 허공 속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보름달과 같은 빛덩어리가 나타나는 ‘니미타 체험’ 단계가 찾아온다. 밝은 빛과 함께 격렬한 감동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기에 심월心月이라고도 한다. 깊은 삼매에서 ‘선정’에 드는 것이 그 다음 단계다. 각각의 단계는 호흡 명상을 진행하고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이어진다. 그 마지막이 궁극적인 ‘깨침’이다.
깨달음. 왠지 거창하고 범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각산 스님은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아잔 브람 명상은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 바라보기’는 걷기 명상, 대화 명상, 운전 명상으로도 가능하다. 심지어 불면증마저도 명상이 될 수 있다고. 잠이 안 오는 것은 생각 때문이며,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호흡 명상이다. 잠을 자려는 마음을 버리고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 그대로가 호흡 명상이다. 36회 강의의 여섯 번째 시간을 마치며 스님이 당부했다.
“수행하지 않으면 삶은 바뀌지 않아요. 깨달음에 있어서 교학은 ‘필수’일 뿐 ‘절대’가 아닙니다. 믿음이 약하고 지혜가 강한 사람은 독한 약물에 중독된 것과 같아서 정작 좋은 약이 듣지 않습니다. 믿는 힘이 삶을 바꿉니다. ‘내가 바로 부처’라는 믿음으로 정진해 들어가면 수행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겁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붓다와 내가 있다. 고요하다.
 
각산 스님의 아잔 브람 명상 강의

주제
1차: 붓다의 호흡 명상
2차: 초기불교 수행과 간화선 통합수행의 이론과 실제
3차: 붓다의 명상과 간화선 실참
기간(1차)
4월 1일~6월 17일 매주 월요일 오후 2시~4시(2, 3차 추후 공지)
장소
동국대학교 정각원
강사
각산 스님(아잔 브람 한국명상센터 참불선원장)
수강료
무료
문의
1544-7609, 010-3149-7111
 
 
아잔 브람 명상 Q&A
아잔 브람 명상 강의에서 각산 스님이 질의에 답하신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Q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몸의 당김, 진동과 같이 몸에서 관찰되는 현상에 집착하게 됩니다. 잘하려는 욕심이 많은 편인데요, 호흡 관찰이 잘 되지 않는 이런 상태에서도 선정에 이를 수 있는지요?
A 미얀마식 수행에서는 호흡 관찰보다는 알아차림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호흡을 바라보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는 ‘석가모니’를 믿는 게 아니라 내 본성의 부처를 믿는 것이지요. 나를 믿는 순간부터 어려움의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수행 중에 무엇이 일어나던지 ‘내가 호흡을 본다’로 돌아가면 됩니다. 마음에 불만족이 있을 때에는 선정에 이를 수 없습니다. ‘깨치려고 하면 못 깨친다’라고 하지요. 호흡을 고요하게 하려는 마음을 쓰면 됩니다.
 
Q 수행이 안 될 때, ‘될 때까지’ 하려는 마음도 욕심인 것 같고, ‘다음에 하지’ 하는 생각도 욕심인 것 같습니다.
A 달리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안 죽으려고 꽉 잡고 있는 것도 욕심인가보다’ 하고 손을 놔버리면 어떻게 되나요?(청중 웃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고 있을 때, 좀 쉬어가면서 하는 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용맹정진 하리라는 마음을 먹고 자리에 앉았어도 과식이나 과로와 같이 조건이 주어지면 잠은 오게 되어 있어요. 잠이 올 때는 잠을 받아들이고 ‘자면서 하지’ 하면 됩니다. 화두든 호흡이든 그것을 놓지 않는 거지요.
 
Q 화두참구 중에 오로라 같은 빛을 체험했는데 이것이 ‘니미타’입니까?
A 그것을 다른 스님께 물어보셨습니까?(질문자가 ‘아니요’라고 대답함.) 팔정도의 삼학三學은 초기경전에서 오학五學으로 이야기합니다. 계정혜戒定慧에 경전 학습, 개인교습이 더해져야 수행이 증장된다는 겁니다. 수행을 하실 때는 어느 곳에서든 질문을 해서 점검을 받으세요.
‘니미타’는 여러 형상으로 드러납니다. 보름달과 같이 사라지지 않는 빛을 보는 것도 있고 지각활동에 따라 소리라든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보려고 하면 사라지는 빛은 ‘니미타’의 전조현상이고, 그대로인 것은 ‘니미타’가 맞습니다. 화두가 사라지고 ‘니미타’가 나타났다면 그것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으면 됩니다.
 
Q 명상 강의를 듣고 처음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4일 정도 지나니 등과 가슴 쪽이 막힌 것처럼 호흡이 힘듭니다. 이대로 계속하면 되나요?
A 에너지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삼매를 경험할 때 에너지의 폭발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초보자가 수행을 잘하려고 하면 몸이 경직되게 마련이지요. 에너지가 막히는 겁니다. 수행을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럴 때는 가볍게 몸을 풀고 다시 앉으세요.
 
Q 법화경 사경 기도를 해야 할지, 주력수행을 해야 할지, ‘이뭣고’ 화두 참선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참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딸의 권유로 위빠사나를 알게 되어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 모든 수행은 ‘하나’를 붙드는 것입니다. 어떤 수행을 하던지 하나를 부여잡고서 가르침을 주신 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열심히 정진하면 똑같이 고요한 경지에 들어갑니다. 경전 독송을 한다고 하면 이치를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독송을 합니다. 백 번만 독송해 보십시오. 그런 식으로, 어떤 수행이든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