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로 행복을 길어 올리다

상도선원 자애미소명상

2014-02-07     불광출판사
 

상도선원 로비 벽면에는 자애미소명상 안내문 속 티베트 소녀의 미소 가득한 얼굴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동토의 궂은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는, 씩씩하고 평화로운 얼굴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애미소명상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나둘씩 들어서는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한가득이다. 갤러리처럼 꾸며진 법당으로 가는 계단에는 싯다르타 태자의 고행상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상도선원의 ‘미소들’, 뭔가 달랐다.
 

| 자애의 샘에 붓는 마중물
선원장 미산 스님은 이름난 학승이다. 12년 동안 인도, 영국, 미국에서 공부했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 세계종교 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스님에겐 학자 특유의 딱딱한 긴장 대신, 편안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소참법문(때를 가리지 않고 하는 짧은 법문) 시간, 스님이 법회 참석자들에게 자애미소명상의 원리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이미 2박 3일 간의 집중수행을 거친 이들이었지만 미산 스님은 기본부터 찬찬히 짚어 나갔다.
“자애미소명상은 본래 거기에 있는 자비를 발현시키는 겁니다. 미소라는 마중물을 넣어 무궁무진한 참마음의 샘에서 자애가 솟아나도록 합니다. 가슴속 자애와 사랑의 느낌에 집중해서 일정 시간 몰입하면 무한한 에너지가 나옵니다. 먼저 이 에너지로 자기 자신을 감싸 안은 다음 밖으로 보내 가족, 친구, 우주 만물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까지 포용합니다.”
참석자들은 미산 스님의 유도에 따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밝고 훈훈한 기운이 정수리에서 양 눈썹 사이를 지나는 것에 집중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스님은 자애의 손길이 윗입술부터 코, 눈, 이마, 머리, 목을 차례로 쓰다듬어 주는 것을 흐뭇하게 느끼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으라고 말했다. 그 느낌을 가슴으로 보내 다정함, 뿌듯함과 같은 행복감이 가득 채워진 느낌을 느껴보라고 했다.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자신을 느껴 봅니다. 지금 여기에 맑고 밝게 깨어 있는 자신을 느껴 봅니다. 지금 여기에 이대로 온전한 존재를 그대로 느껴봅니다. 지금 여기 온전히 깨어서 과거나 미래의 생각과 감정에 잡히지 않으면 이대로 텅 비어서 충만합니다. 나는 이대로, 그대로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가슴에서 충만한 생명의 진동을 울려 퍼지게 하는 ‘옴 명상’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징소리와 함께 날숨에 ‘옴’ 소리를 길게 냈다. 둥글게 비어 소리를 채우고 다시 비워지는 징의 모습이 ‘텅 빈 충만’을 말해주고 있었다. 명상에 집중한 참가자들의 얼굴에도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애의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미소’의 역할이다. 자애미소명상은 고갈된 ‘자존감’을 먼저 채운다.
 
| 미소와 자애로 자존감을 채우다
자비관이라고도 하는 자애명상은 남방불교를 통해 들어온 수행법으로 종종 접하게 되는데, 여기에 ‘미소’가 더해진 자애미소명상은 새로운 개념이다. 미소와 수행은 어떻게 만났을까? 미산 스님은 일반적인 자애명상의 단점을 보완하고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자애미소명상을 설계했다. 보통 자애명상에서는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자애구慈愛句’를 함께 읽거나 마음속으로 되뇌는 방법을 쓴다. 여기에는 자칫하면 언어적인 분별에 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자애의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미소’의 역할이다. 자애명상이 모든 존재를 향해 자애의 에너지를 내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자애미소명상은 ‘자존감’을 먼저 채운다. 미소명상 실참을 마친 미산 스님과 참가자들이 다향실로 옮겨 경험을 나누는 자리에서 자존감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자애미소명상을 시작해 동생에게 권했다는 한 불자는 자신의 경험도 놀라웠지만 동생이 2박 3일의 체험으로 눈에 띄게 변화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움츠려 있던 긴장이 풀리면서 체형이 달라 보일 정도로 외양이 바뀐 데다, 관계가 힘들었던 상대의 심정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면서 대인관계가 윤활해지더라는 것. 보시하는 마음도 절로 생긴다며 ‘자애가 생기니 지갑이 열린다더라’고 전했다. 미산 스님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애미소명상을 경험하면 눈에 보이는 변화가 크다고 했다.
“현대인들은 자존감이 ‘바닥’이에요. 가치를 밖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연연해하는 외모, 학벌, 능력 등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이것을 붙잡고 밖으로만 성취를 이루려고 하니 열등감에 빠지게 됩니다. 습관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핍박과 자기심판을 반복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은 당연해요. 자존감이 없는 것이 몸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긴장입니다. 어깨나 가슴이 움츠러드는 거죠. 자신이 자애와 사랑으로 가득 찬 존재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해야 해요. 무엇보다 내가 건강하고 안전하고편안한 것이 먼저입니다.”
미산 스님은 현대인이 실제 삶에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조언 또한 명확했다. “감정에는 9가지 ‘켜’가 있습니다. 무력감, 슬픔, 두려움, 갈망, 분노, 자만심이라는 부정적 감정과 용기, 수용, 평화라는 긍정적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무력감은 가장 밑바닥의 감정으로 자기비하, 우울감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 감정에 오래 머물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든 감정은 일어났다 사라진다는 법칙성을 떠나 존재할 수 없어요.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붙잡는 순간 집착 에너지로 인해 긍정성이 변질된다는 속성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따뜻하게 진정으로 받아주세요. 훨씬 가벼워질 겁니다.”
 
| 저쪽이 아닌 이쪽을 보라
상도선원의 자애미소명상은 그 뿌리를 사무량심四無量心과 칠각지七覺支에 두고 있다. 사무량심은 중생에게 헤아릴 수 없는 복을 주는 네 가지 이타의 마음을 말한다. 즐거움을 베풀고자 하는 자무량심慈無量心,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 비무량심悲無量心, 중생이 행복을 얻는 것을 기뻐하는 희무량심喜無量心, 다른 사람에 대한 원한의 마음을 버리고 평등하게 대하는 사무량심捨無量心이 자비희사의 이타심이다. 미소라는 의도적 행위를 통해 자애의 에너지를 발현하는 근본에는 사무량심이 있다. 자애미소명상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칠각지七覺支는 불도를 수행할 때 참되고 거짓되고 선하고 악한 것을 살펴서 올바로 골라내는 일곱가지 지혜다. 택법각지擇法覺支, 정진각지精進覺支, 희각지喜覺支, 제각지除覺支, 사각지捨覺支, 정각지定覺支, 염각지念覺支가 그것이다. 자애미소명상을 집중해 들어가면 이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마침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2박 3일 집중수행 당시에 스님과 인터뷰(지도법사와 면담하며 수행을 점검 받는 일)를 하고나서 가슴속에 멍울이 느껴졌어요. 자애의 에너지를 보내면서 느낌을 알아차리는 중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 1시간을 몹시 울었습니다. 그 뒤로 집중을 하니 손과 머리 쪽에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미산 스님이 반갑게 답했다. “칠각지 가운데 희각지를 팔리어로는 ‘삐띠piti’라고 하는데, 희열의 느낌이 그렇게 오기도 합니다.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에 에너지가 바뀌면서 오는 현상이지요. 다만, 현상은 현상일 뿐 균형이 필요합니다. 에너지의 느낌이 아닌 가슴에 집중해 나가면 됩니다.”
스님의 말에 참가자가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들 때 ‘현상이 나타나기 이전, 그 자리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감지되었어요. ‘그 이전’은 평화롭고 따뜻한 것 같았습니다.” 미산 스님은 자애미소명상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각지의 택법각지인데 알아차림을 의식화하는 과정입니다.”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참가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밟는 등 각자의 숙제를 나름의 속도로 풀어가는 대화는 그대로가 법담法談이었다.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한 참가자가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미워하던 형제를 용서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명절에 만나면 그는 예전 그대로일 텐데 어떡하면 좋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미산 스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쪽(상대)이 아닌 이쪽(나)을 보세요. 그 사람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고 머리는 벌써부터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분별을 하지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공부 헛했구나’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머리가 하는 일이 그럴 뿐이지요. 하지만 거기에 매이지 말고 가슴의 느낌을 관찰해 보세요. 즐겁고 유쾌하게, 재미있게 하다 보면 자신이 존귀하고 온전한 존재라는 걸 자각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스님의 말이 가을바람처럼 선선하게 들려 왔다. 상도선원 다향실 밖 하늘에는 둥근 달이 ‘텅 빈 충만’을 미소 짓고 있었다.
 
상도선원 자애미소명상 안내

월례법회
일시: 셋째 주 토요일 오후 6시
기본과정(2박 3일 집중수행)
일시: 11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12월 1일(일) 오전 10시
- 연 4회 진행합니다.
심화과정
일시: 미정(수요일 저녁 7시 30분, 4주 간 진행)
- 기본과정 이수 후 참여 가능합니다.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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