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하는 중국 불교산업

중국 샤먼 국제불사용품전람회 관람기

2014-02-07     불광출판사
진격하는 중국 불교산업




지난 3월 성공리에 막을 내린 ‘2013 불교박람회’ 사무국 실무자들이 중국을 찾았다. 중국 샤먼厦門에서 열리는 ‘제8회 국제불사용품전람회國際佛事用品展覽會(이하 국제불교전람회)’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번 중국 방문은 2014년 3월 6~9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릴 예정인 ‘2014 불교박람회’ 준비과정의 일환이었다. 방문단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것인가? 문화대혁명 이후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마저 받아야했던 중국불교의 현재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 8만㎡의 전시장에 들어선
4,500개 부스의 위용
인천국제공항에서 두 시간 반. 아주 가까운 거리다. 중국 샤먼이 위치한 곳은 푸지엔福建성 동남부. 샤먼은 중국 내륙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맑은 날이면 대만 금문도가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다. 방문단이 샤먼을 찾은 10월의 평균 기온은 23.5도. 역시 인접해 있는 대만과 거의 비슷하다.
장황하게 샤먼이라는 도시에 대한 정보를 늘어놓은 이유는 분명 대만불교의 영향력이 이곳에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만불교는 동아시아 불교 중 가장 괄목할 만한 불교권이 아니던가. 반면 중국불교는 1950년대를 지나며 과거 찬란했던 불교문화유산을 거의 대부분 상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만불교의 토대 역시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것. 불광산사만 해도 중국 임제종의 법맥이 이어져오고 있는 곳이다. 이 말은 대만불교가 살아 있는 한 중국 본토에서도 불교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국제불교전람회가 열린 샤먼국제회의전시센터(國際會展中心)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방문단은 중국불교가 살아나고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우선 ‘규모의 중국’이라는 말은 이번 박람회에도 여실히 적용되고 있었다. 내부 전시장 규모만 12만㎡(약 3만6천 평)인 박 람회장에서는 ‘국제불교전람회’와 ‘국제차용품전람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국제불교전람회의 전시장은 8만㎡, 국제차용품전람회는 4만㎡의 전시 공간을 사용했다. 하지만 불교와 차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사이. 두 박람회장 역시 서로 연결되어 사실상 하나의 박람회나 다름없었다.




박람회장은 가운데 큰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는 대규모 부스가 설치되고 그 뒤편으로 갈수록 규모가 작은 부스들이 설치돼 있는 식이었다. 통로 양쪽에 자리 잡은 부스 한 개의 크기는 한국의 통상적인 박람회 부스 10개 정도의 규모. 통로를 기준으로 가장 멀리 자리 잡은 부스들은 이른바 ‘보따리상인’이라 불리는 영세업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부스들은 박람회장 내부뿐 아니라 길게 이어진 로비 전체에 걸쳐 설치돼 있었다. 중국 최고의 불교박람회라는 명성을 좇아 전국에서 모인 불교산업계 종사자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이번 박람회에 설치된 부스의 수는 4,500여 개, 참가업체 수는 1,100개소에 달한다.



박람회 현장에서 목격한 중국 불교산업의 디자인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작은 사찰 하나를 통째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규모에 전통사찰의 양식을 살린 부스 디자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 매년 30%씩 성장하는 박람회란 이런 것
그러나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부스들의 디자인이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이일규 원장은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이제 디자인은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과 문화·사회적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최소한 박람회 현장에서 목격한 중국 불교산업의 디자인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작은 사찰 하나를 통째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규모에 전통사찰의 양식을 살린 부스 디자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디자인 미학과 부스 설치비용 절감을 모두 충족시킨 형태의 부스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광목과 비슷한 소재의 천을 천장에서부터 길게 내려 부스 벽을 대신하는 경우다. 이는 불교가 가지고 있는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를 부스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은 불상이나 불두를 활용해 효과적인 제품 진열을 선보인 곳도 있었다. 염주나 단주와 같은 악세사리를 취급하는 ‘5N’이라는 업체였다. 이곳의 진열방식은 제품을 마치 고가의 명품처럼 느껴지게 했다. 제품의 가격은 58위안(한화 약 1만 원)부터 598위안(한화 약 10만 원)까지 다양했다.
“우리 제품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수준급 품질을 자랑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보기 좋게 진열하지 않으면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그저 그런 상품처럼 보이겠지요. 그래서 제품이 돋보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7만 위안(한화 약 1,2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왕진쩐, 24, 5N 관계자) 이런 현상들은 중국의 불교산업이 더 이상 제품을 무작정 늘어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과 전략을 고려해 양질의 제품을 선보이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것은 중국의 부호들뿐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좋은 가게에서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샤먼 국제불교전람회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제1회 전람회 당시에는 부스의 수가 300여 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뒤 6년 만에 부스가 2,700개로 늘어났고 제8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4,500개까지 확장됐다. 이것은 샤먼 국제불교전람회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불교산업 자체가 얼마나 빠르게 커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진홍신 전람유한공사金泓信展览有限公司의 라이궈샹 총경리는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박람회의 규모가 매년 20~30%씩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식 산업이 불교를 중심축으로 두고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번 박람회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었다. 대만의 자제공덕회가 이 박람회에 대형 부스를 두 군데나 설치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나 불광산사, 중대선사의 스님들이 자유롭게 부스를 오가며 박람회를 구경하는 모습은 향후 중국불교의 발전방향을 가늠케 하는 장면이었다.

| 관람객의 90%가 실질 구매로 이어진다
박람회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관람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는 진홍신 전람유한공사 측은 박람회를 찾는 하루 평균 관람객 수를 3만 명, 행사 기간 총 관람객의 수를 15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관람객들의 방문이 실질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관람객들의 90%가 용품 구매를 위해 박람회를 찾습니다. 그런 문화가 정착돼 있는 것이죠. 업체들도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에 기꺼이 박람회에 참가하는 겁니다. 박람회의 의미와 취지를 생각한다면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최해철, ‘한국관’ 부스 대표)
박람회를 둘러보고 가장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도 중국불교가 훨씬 발전된 모습으로 정착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북방에서는 불교 전통이 많이 무너졌지만, 남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집집마다 가정 불단을 두고 있을 정도로 불교가 생활화돼 있고 그래서 일반인들이 불교용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현지 조선족의 설명은 방문단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번 박람회 관람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불교산업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한편으로는 OEM(주문자 제작방식)을 통해 조금씩 한국 불교산업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중국의 불교산업이 머지않아 자본과 물량을 바탕삼아 본격적으로 한국 땅에 진출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흐르는 물을 마냥 막을 수만은 없는 법. 이제는 한국의 불교산업계도 활로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2014 불교박람회’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