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우리 모두 괜찮은 사람

한국마음치유협회 회장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마가 스님

2014-02-07     마가스님
 
 
 
자비명상 지도자 과정 스님들과 함께.
 
매달 스님들을 찾아뵈며 느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요즘 스님들 참 바쁘다’이다. 법문, 강의, 포교, 복지, 상담, 집필, 수행, 공부, 불사, 행사, 방송 등의 활동으로 시간을 쪼개며 살아간다. 어느 스님은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한 달 일정을 보여주며, 아마 아이돌 스케줄보다 더 빡빡할 것이라고 한다. 템플스테이의 전설, 힐링멘토의 원조, 자비명상의 대가로 불리는 마가 스님 역시 바쁘기로 따졌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님이다. 최근 힐링서적 『알고 보면 괜찮은』을 펴내고 더욱 대중의 마음 깊숙이 파고든 스님을 동국대 교정에서 만났다.
 

 

| 당신도 나처럼 많이 아팠구나! 

: 스님의 저서 『알고 보면 괜찮은』을 읽으며 ‘당신도 나처럼 많이 아팠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며, 미움・화・분노의 대상이 연민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마음이 쉬어지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이 책을 펴내면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왔던 스님들의 개인사 부분을 저는 드러냈죠. 제가 어떻게 태어나 성장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제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내보려 시도해 본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앓고 있는 어려움들을 제가 살아온 삶에 비추어보면서, 서로 갈등 해소를 해주고 마음치료를 해가는 과정으로 꾸며보았어요.
 
: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옆집 아주머니와 도회지로 나가 살림을 차려, 굉장히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내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참지 못해, 반항심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셨는데요.
오대산에서 자살을 시도했는데 죽지 못하고 월정사 노스님에게 발견돼,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절에서 머물며 출가를 하게 됐지요. 살아온 환경과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지내다보니 또다시 방황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서서히 나의 틀이 깨어져가면서 승가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거치며 가슴속에 깊이 감춰뒀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다시 발견하게 되고, 그로 인해 세상의 부정적인 모습들만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욱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러다 곡성 태안사에서 청화 큰스님을 만나면서부터 내 안에 들어있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해소되었어요. 그러자 세상은 분명 어제와 똑같은 세상인데, 내 마음이 바뀌니 어제와는 180도 달리 세상이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는 거예요.
 
: 청화 스님과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당시 선방에서 수행하며 약간의 각성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해제 후 내 속마음을 점검받기 위해 여러 선지식을 찾아뵈러 다녔죠. 마지막으로 청화 큰스님을 친견하였는데, 저를 빤히 보시면서 “자네는 출가 전에 어떻게 살았나?”라며 출가 이후 최초로 저에게 출가 전을 물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그 물음을 듣자마자 가슴이 콱 막히면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미해결 과제가 여과없이 올라온 거죠. 큰스님 회상에서 달포를 머물던 어느 날 갑자기 제 입에서 “아버지 감사합니다, 부처님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새어져나오며 감동과 환희심으로 가득찼어요. 그 사건으로 인해 육체적인 자아에서 벗어나 부처님 제자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받아온 시주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부단히 중생에게 회향하는 보살행의 길을 가보자 발원하게 되었죠.
 
|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산다 
: 템플스테이가 태동한 2002년부터 마곡사에서 4년간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3만여 명의 참가자를 만나는 전설을 만드셨습니다. 2003년부터는 중앙대에서 8년간 ‘내 마음 바로 보기’ 강좌를 열어, 1초 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고 수강정원이 150명에서 1,5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힐링멘토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마곡사 포교국장 소임을 살며 사람들의 아픔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 아픔들을 어떻게 어루만져줄까를 고민했어요. 제가 잘한 게 있다면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한 거죠. 스파르타식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이 아닌,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담과 명상을 결합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려고 노력했어요. 학생들과는 쌍방 소통 형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면서, 그들 스스로 자기 삶을 바로 바라보며 주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꽃이 주변 흙탕물을 탓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다해 꽃을 피워내듯, 현재의 어려운 상황들을 잘 이해하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자기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친구들이 많이 나왔죠. 지금도 가끔씩 고맙다는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 ‘자비명상이라고 쓰고 마가라고 읽는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요.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을 만나 뵙고 나서, 여러 프로그램을 실험적으로 진행하며 자비명상을 체계화시키셨습니다. 자비명상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달라이 라마에게서 ‘용서’, 틱낫한 스님에게서 ‘지금 이 순간 깨어있음’을 배우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두 분이 저의 멘토시죠. 달라이 라마께서 말씀하신 “용서는 자기가 자기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틱낫한 스님의 슬로건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늘 가슴에 품고 삽니다. 두 분 가르침의 영향으로 자비명상이 탄생된 거죠.
자비명상은 내 안에 들어있는 무자비함에서 벗어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채워가는 작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동, 말, 생각을 깨어있음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안의 자비와 무자비를 알아차림 속에서 바라보고, 자비의 마음을 선택하고 극대화시켜 내 삶을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시켜가는 것이죠.
 
: 일상에서 자비명상을 실천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삶이 힘든 걸까요? 내 마음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내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을 바꾸려고 생떼를 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환경은 바뀌지 않으니 나만 힘들어지는 거예요. 내 마음이 바뀌면 상황은 똑같더라도, 예전에는 지옥 같은 힘든 삶이었다면 지금은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 바뀌려면 습관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일단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자각운동을 통해서, 자기 입이 불평불만으로 튀어나오고 있는지 입꼬리가 올라가서 미소 짓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내가 먼저 웃을 때 우리집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내가 먼저 웃을 때 너와 나 사이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얼굴과 낙하산은 펴져야 삽니다.
 
|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섬, ‘그래도’ 
: 자비명상은 한국불교 전통수행법인 간화선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좌선의坐禪儀」 첫 구절을 살펴보면 ‘자비심 위에 보리심이 싹튼다’고 했어요. 보리, 즉 깨달음의 싹이 트기 위해서는 자비심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자비명상은 간화선이나 위빠사나와 다른 수행이 아니고, 수행자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기반을 다지는 일입니다. 자비로운 마음 위에 여타 수행법이 접목됐을 때 수행이 잘 됩니다. 자비로운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수행법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자비명상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삶에 대한 문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제가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섬을 하나 발견했는데, 바로 ‘그래도’라는 섬입니다. 힘겨운 일이 닥칠 때마다 이 섬에 자주 가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살아있고,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이다.” 이렇듯 매사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면 불행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 행동이나 말, 생각을 선택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선택은 않고 바람만 갖고 있어요. “부처님, 행복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하죠. 그렇게 기도해서 행복해졌습니까.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부처님, 저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러이러한 행동과 말과 생각을 하겠습니다.”라는 발원을 해보세요. 지금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기고, 지금 찡그리면 찡그릴 일이 생깁니다.
 
: 스님께서 진행하는 자비명상은 전국 사찰의 힐링법회를 비롯해 기업, 학교, 관공서, 문화센터, 방송 등에서 1순위 섭외 대상입니다. 소위 ‘마가 시대’가 열렸다고도 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조만간 책 두 권 정도가 더 나올 거예요. 이번에 나온 『알고 보면 괜찮은』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가자’가 주제라면, ‘명상을 통한 100일 변화 프로젝트’와 ‘수행을 돕는 디테일한 명상 지침서’를 주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완벽한 계획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내년에 전국 30개 도시를 도는 전국 순회 법회를 계획 중입니다. 또 1월부터 불교TV에서 마음치유 방송 진행을 맡게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우리 스님들을 승려에 그치지 않고 승보로 만드는 역할입니다.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출가자를 대상으로 ‘자비명상 지도자 과정’을 열고 있는데, 좀더 열정적으로 집중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1년에 수만 명의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혼자 힘으로는 한계를 느낍니다. 스님 한 명이 깨어나면 주변이 깨어나니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미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스님들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들을 보고 있어 굉장히 흐뭇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사회에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그 힘듦을 함께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며 이고득락離苦得樂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마가 스님
1982년 입산하여 1985년 도선사 현성 스님을 은사로 수계를 받았다. 중앙승가대학교 복지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제방선원과 토굴에서 수행 정진하였다. 2002년부터 4년간 공주 마곡사 자비명상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 템플스테이의 전설로 통하며, 2003년부터 8년간 중앙대학교에서 ‘내 마음 바로 보기’ 강좌를 열었는데, 수강생들이 몰려 ‘1초 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스님’으로 유명했다. 현재 사단법인 자비명상 대표, 한국마음치유협회 회장, 동국대학교 정각원 교법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최신간 『알고 보면 괜찮은』을 비롯해 『고마워요 자비명상』, 『내 안에서 찾는 붓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