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 이사장 대해 스님

생명의 본질은 곧 '불성' 영화로 드러내다

2014-02-07     편집부

2006년 8월 대구와 경주 일대에서 유네스코 산하 국제문화기구인 UNICA에서 개최하는 단편영화제가 열렸다. 그 기간 중에 UNICA 세계연맹총재와 경산 대해사 국제선원 대해 스님의 대담이 열렸다. UNICA 세계연맹총재가 물었다. “진리가 뭡니까?” 그러자 스님은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2007년에 UNICA 영화제에서 진리가 무엇인지 영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스님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5분 30초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어 영화제에 출품했다. 이 영화는 UNICA 한국대표작으로 선정, 그해 9월 ‘제69회 UNICA 세계단편영화제’에서 입선을 수상했다. 세계 29개국에서 출품된 124개 작품들과 경합한 결과였다.

 

| 7년간 76편을 제작한 세계 단편영화계의 거물

스님을 처음 만난 건 그때였다. 그리고 그 뒤로 7년. 아주 오랜만에 스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스님은 현재 도곡동에 있는 조계종 국제선원에서 주석하면서 사단법인 ‘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이미 단편영화계의 거물이 되어 있었다. 그간 만들어진 작품 수만 76편. 에스토니아 탈린국제영화제 TOP 10과 1st prize 수상을 비롯해 영국 BIAFF 국제영화제 4Srar상 수상, 오스트리아 에벤세 국제영화제 은상, 러시아 백야국제영화제 입선 등 세계 주요 단편영화제를 휩쓸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수차례에 걸쳐 감독전이 열렸으며, 초청 상영이 이어졌다. 이탈리아 일간지 리베르토LIBERTO 와 러시아 샤그 등 각국의 언론에서는 스님의 영화세계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55회 백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초대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칸영화제 수상자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영화인들의 멘토’로 불리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빗대 스님을 소개했다. 소감을 물었더니 스님은 예의 그 미소를 지었다.

“초기엔 혹평을 받은 적도 적지 않아요. 대체로 ‘영화가 너무 무겁다’, ‘너무 어렵다’ 같은 반응이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면서부터 대접이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이런 반응들은 제 영화에 불교의 교리가 충실히 담겨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영화라는 인식들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요.”

스님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한 마디로 포교를 위해서다. 어린이법회를 혼자 맡으면 많아야 40여 명을 가르칠 수 있지만,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들을 가르치면 수백 명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시공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로서 영화만 한 것이 없다. 스님은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빨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와 깨달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의 유언1 : “모든 문제의 열쇠는 우리 안에 있어요. 생명의 본질, 즉 불성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우리에게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소크라테스의 유언2

 

| 우리는 이미 부처임을 깨우쳐주고 싶다

스님이 만든 76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생명의 본질’이다. 좀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불성佛性’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스님은 이 주제를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어했다.

“생명의 본질은 찰흙과 같아요. 찰흙을 가진 사람이 이걸 어떻게 주무르느냐에 따라 천사를 만들 수도 있고 악마를 만들 수도 있죠. 생명의 본질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건 하얀 도화지 같은 것이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찰흙으로 천사를 빚어내고 하얀 도화지 위에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면 이 세상은 역시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과연 필요한 게 있을까요? 아니요.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그걸 깨닫기만 하면 되는 거죠. 우리가 곧 부처님이라고 하잖아요.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잘 정리해놓고 보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는 주제였다. 다만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스님은 영화로 보여줄 뿐이다. 생명의 본질은 하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은 여럿이다. 아무리 여러 가지 다양한 현상들이 벌어져도 본질은 똑같다는 사실만 이해하면 된다. 다만 본질과 현상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본질과 현상은 결국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어떤 현상이든 해법을 찾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님이 만들어온 76편의 영화들은 바로 다양한 현상들을 소재로 삼아 본질과 현상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보여주는 것들이다. 비만, 죽음, 유산 다툼, 학교폭력 등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고질병들이 그런 현상의 문제들로 각각의 영화에서 다뤄졌다. 그렇게 탄생한 스님의 대표작들이 ‘색즉시공 공즉시색’, ‘무엇이 진짜 나인가’, ‘이해가 되어야 살이 빠진다’, ‘아기도 아는 걸’, ‘소크라테스의 유언’, ‘대방광불 논리회로’ 등이다.

이해가 되어야 살이 빠진다
색안경

 

 

| 세상을 바꾸기 위한 한 걸음

스님이 영화를 만들면서 궁극적으로 꿈꾸는 목표는 교육과도 맞닿아 있다. 스님은 ‘생명의 본질’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생명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현장에 배포하는 일도 함께 진행 중이다. 스님의 이런 활동은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분위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 정부가 ‘한국 전통문화 소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5년 5월까지 총 20회에 걸쳐 스님에게 교육을 의뢰해 온 것이다. 이 사실은 단순한 영화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스님이 해온 활동 목적 자체가 대외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만들어온 영화들이 모두 단편영화에, 실험영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혹시 장편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스님은 “당연히 장편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장편을 만들기 위해서 갖춰야 할 역량과 여건을 키우기 위해 아직까지는 단편에 집중해왔을 뿐이란다.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편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도 첨언했다.

“모든 문제의 열쇠는 우리 안에 있어요. 생명의 본질, 즉 불성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우리에게 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지금의 저 역시 그렇잖아요. 세계가 저의 활동무대예요. 지켜봐주세요. 우리의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님의 당당한 미소가 찬란한 오후의 햇살을 닮았다.

 

대해 스님의 영화는 유튜브(www.youtube.com)에서 ‘대해 스님의 법영화’ 혹은 ‘DAEHAE Buddhist priest’를 검색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