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석불송(冠峰石佛頌)

독자의 시

2007-06-17     최재명

까치소리 날개되어 아침문을 여는

팔공산, 돌층계

좁은 길을 주섬주섬

오르면

연두빛의 깊은 궁궐,산의 끝자리에

모정(母情)이 그리워

하늘 우러르던

의현대사(義玄大師)는 가고 없고

그 자리에

석불(石佛)만 남아

수천의 등불을 밝혀들고

길손의 마음깃을 여미게 하는구나

뒤돌아보면

높이되어, 시작은 있으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승일

빛의 손, 당신이여.

날마다 소작비

길을 막는 어둠의 딱다구리

여린 간(肝)을 쪼아도,

임께로 가는 걸음.

맑은 눈빛을 변치않게 하소서.

슬픔이 기쁨이 되고,

기쁨이 슬픔이 되는

순간, 순간

미망의(迷妄) 껍데기에 볼모가 되어,

길을 잃는 번뇌의 사슬이여.

푸른 손, 당신이요.

오뇌(墺惱)의 비·바람이 등을 밀어도

돌아앉을 침묵으로

지심(地心)의 불씨를 지피는

저 돌밭의 나무 한 그루 되게 하소서.

 

이 시의 작가 최재명은 1940년 대구에서 출생. 1962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국문과 졸업하고 1990년 [時와 意  ]지에 신인상 당선 등단했고, 현재 대구 정석 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