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큰 그림'을 위한 전략기획이 필요하다

특집 ● 자비, 세계에 뿌려지다 - 한국불교 국제구호사업의 현황과 과제

2012-07-22     불광출판사



한국불교의 조직적이면서 체계적인 국제구호사업은 ‘한국JTS’가 인도 북부 비하르 주 둥게스와리에서 불가촉천민들에 대한 구호사업을 시작한 1993년을 기점으로 약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교계에는 약 30여 개의 관련기관들이 활동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단체들이 국경 없는 자비행을 펼친 국가들 중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구호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네팔, 동티모르, 라오스, 몽골,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케냐, 필리핀 등 12개 국가에 이르고 있다. 사업내용으로 보면 고아원, 유치원, 방과후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센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직업훈련학교의 건립과 운영 등 교육 사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식수 및 관개수로 개발사업, 병원 및 보건소 건립과 운영, 화장실 설치, 위생교육 등의 환경개선사업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무역 지원, 적정기술 보급, 사회적기업 창업, 전통문화 학교 설립, 장애인특수학교 설치, 시범농장 운영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제들
그러나, 한국불교의 국제구호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이 처한 시대고時代苦와 사회고社會苦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구촌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한국불교의 실질적인 역할을 위해 교계의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첫째로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과제는, 양적으로는 관련기관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들 중 체계적이며 지속적이고 확장성 있게 사업을 실행하는 기관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30여 개의 교계 관련기관들 중 국제구호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담사무국을 국내에 설치하고, 빈곤국가 현지에도 직원 및 자원활동가로 구성된 사업팀을 상시적이며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빈곤국가의 사회문제들은 역동적이고 복층적이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지의 사회,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문조직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현재 한국JTS, 로터스월드, 지구촌공생회, 더프라미스의 4개 기관 정도만이 교계 밖에서도 전문적인 기관으로 인정받는 국제구호단체들이라 할 수 있어 교계 전반적인 분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기관들이 사업을 실행할 때 일회성이나 시혜적인 자선사업들을 넘어 서서 현지인의 자립역량을 강화시켜 스스로 일어설수 있게 하는 개발 사업을 일으켜야 하며 그에 걸맞은 조직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교계 구호단체들의 물적 기반이 불교계로 한정되어 있음으로 해서 더욱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계에서 가장 규모 있는 국제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는 3개 단체의 2011년 결산내용을 보면, 대북지원사업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빈곤국가의 구호사업에 사용된 재정은 로터스월드 7억, 한국JTS 10억, 지구촌공생회 15억 등이다. 이는 이웃종교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구호단체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현실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데, 2011년 결산 기준 굿네이버스가 270억,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가 500억, 월드비전 한국이 950억 원을국제구호사업에 사용하였다.
단순한 산술적 비교에서도 아직 불교계는 이웃 종교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계기관들도 모금사업의 실무역량 확대뿐만 아니라 종단 차원에서의 교계 기부문화 증진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교계기관들이 자원개발에 있어 불교계에 한정하지 않고 인류복지에 기여하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기관들로 자리매김하여 일반 국민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한국불교에는 국제구호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여러 자원 중 가장 핵심적인 ‘인적자원’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교계구호단체들은 이른바 ‘3무三無현상’을 기본적으로 겪고 있는데, ‘3무 현상’이라는 것은 한국불교에서 국제사업을 위한 3가지 핵심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청년’, ‘전문가’, ‘불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이는 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거의 갖추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국제구호분야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사회참여활동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한비야 전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이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의 영향으로 청년들의 국제 활동에 대한 관심이 대폭 커지고 있고 어느 때보다 많은 청년들이 해외자원봉사를 나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계 구호단체들의 인재난은 현실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교계기관들뿐만 아니라 종단차원에서도 청년들이 교계의 국제구호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장하고 이들에 대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의 증가
한국불교에 국제구호사업과 관련된 기관들이 30여개에 이르고 1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침으로 해서, 국제구호는 불교의 사회참여와
관련된 여러 분야들 중에서도 이제는 제법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제구호사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반국민들의 관심 증대는 이 분야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필요성을 없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지난 20년 동안의 양적 성장외에 이웃종교 따라가기를 넘어서 글로벌 수준에서도 유의미한 현장사업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학술적 연구의 진전이나 관련단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 효과증대 등 질적인 발전의 측면에서는 성과가 미약하다
고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불교계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교계 밖에서도 인정받는 JTS의 수자타아카데미 개발모델이나 로터스월드의 사회적기업을 활용한 국제구호사업, 더프라미스의 국제구호사업 실무자 양성을 위한 주민운동교육 프로그램 등 불교를 넘어 한국의 국제구호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도전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은 교계 단체들이 개별기관의 발전을 넘어 서서 단체 간 우수사례공유, 실질적인 국제구호 네트워크의 형성, 청년실무자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실시
등 질적인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불교계 국제구호사업의 큰 그림을 발전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전략기획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김동훈.
만 10년간 한국JTS, 지구촌공생회,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을 거치며 아시아,아프리카 14개국에서 국제개발협력, 국제자원활동 분야의 현장사업을 수행해왔다.
공저로『자원활동은 자원봉사가 아니다』가 있으며, ‘불교계 해외원조사업의 전략과 과제’, ‘국제개발협력과 한국의 사회적 기업’등의 논문이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사)씨즈Seeds’에서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및 글로벌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업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