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알려 주신 인연의 소중함

내가 만난 불교

2012-07-21     불광출판사




인연因緣의 소중함, 그것은 부처님이 저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금도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미소와 배려, 따뜻함에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불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어떻게든 저를 살려내고자 하는 부모님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저는 당시 유행처럼 번졌던 ‘이질’에 걸렸습니다. 학교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병이 심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부모님께서는 저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아버지 지게에 얹혀 병원에 수십 차례 갔지만 병이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렵자 동네 어르신들은 제가 곧 죽을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은 부모님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에 가서 기도를 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업고 옆 동네에 있던 비구니 스님 사찰에서 정성스레 불공을 올렸습니다. 땀과 눈물이 범벅된 어머니의 모습은 아직도 저에게 죄송함과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시작한 뒤, 저에게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머니의 정성과 부처님의 가피덕분이었던지 며칠 만에 병은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그렇게 부처님과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그 후 대전의 종립 중학교에 입학한 저는 학교에서 청담 큰스님과 운허 큰스님 등을 친견했고 법문도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청담 큰스님께서는 ‘무상無常’을 자주 말씀하셨고, 운허 큰스님께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가르침을 전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후에도 탄성 큰스님, 법장 큰스님, 혜총 큰스님 등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혜총 스님께는 ‘보승寶勝’이라는 법명도 받았습니다. 늦었지만 제대로 불자가 된 것 같아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신 많은 선지식과 곳곳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이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30대 시절에 가르침을 구했던 탄성 큰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열반송을 남기셨습니다.

山色人我相流水是非聲山色水聲離聾啞居平生
산 색 인아 상 유 수 시 비 성 산 색 수 성 리 농 아 거 평 생
산 빛도 인아의 모습이요, 흐르는 물도 시비의 소리로다.
산 빛도 물소리도 떠난 곳에서 귀머거리, 벙어리로 평생을 살리라.

괴산의 작은 절 공림사를 중창하고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탄성 큰스님께서는 이 열반송과 같이 평소에도 부지런히 정진하여 실상實相을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상을 본다는 것은 헛된 것에 속지 않고 모든 것을 ‘바로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또 실체를 바로 보면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事事佛供’도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부처님 안 계신 곳이 없고 하는 일 모두가 불공이라는 것입니다.
7월 27일부터 8월 12까지 영국 런던에서는 30번째 하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저는 한국 선수단 단장으로서 선수들과 함께 뛸 것입니다.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은 몇 년씩 고생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불자와 국민여러분들께서는 부처님을 대하듯 선수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이기흥.
2012 런던올림픽 선수단 단장.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선수단장과 대한근대5종 연맹 부회장, 대한카누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조계종 중앙신도회 수석부회장과 대한수영연맹 회장, 대한민국 전국체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조계종 체육인불자연합회 초대회장으로 불자회 창립과 태릉선수촌, 올림픽공원 법당 개원 등을 통해 체육인불자회활성화와 스포츠 포교에도 앞장서 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불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을 설립해 청소년 장학지원과 해외 어린이 구호 사업 등에도 진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