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육식

김정호 교수의 행복심리학

2012-07-21     불광출판사

부처께서는 절대 고기를 먹지 말라고 금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거나 직접 죽이는 것을 본 경우에는 먹을 수 없다.
보지는 않았더라도 자신을 위해 동물을 죽여 만든 고기라는 말을 들은 경우에도 먹을 수 없다. 보거나 듣지는 않았더라도 자신을 위해 동물을 죽여 만든 고기라고 의심이 가는 경우에도 먹을 수 없다.
만약 부처께서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아마도 현재 방식의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진 동물의 고기도 먹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육식에 대한 반성
작년 초 전국적인 구제역 발병으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매몰하면서 생매장까지 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매스컴을 통해 우리의 식단에 올라오는 고기가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육되어 고통을 받은 동물의 고기라는 사실을 접하면서 육식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는 작년 구제역 파동 직후에 MBC 스페셜 ‘고기 랩소디’가 방영되었고, 얼마 전에는 SBS 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가 방영되었다.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상당량의 고기, 달걀, 우유는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소, 돼지, 닭 등이 과거처럼 방목되지 않고 대부분 좁은 공간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키워진다. 공장식 축산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상품을 만들어내듯이 고기 등을 만들어낸다. 동물은 즐거움과 고통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생명으로 여겨지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원료로 다뤄진다. 더 많은 고기를 더 빨리 얻기 위해 스스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의 큰 몸집으로 품종을 변화시키며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자연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생을 살다가 죽게 된다. 공장식 축산에서 돼지는 쇠 파이프로 칸막이를 한 비좁은 공간에서 키워지는데 몸을 돌릴 수도 없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돼지는 스트레스로 쇠 파이프를 물어뜯기도 하고 들이받으면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에서 대부분의 닭들은 태어나자마자 평생 흙을 밟아보지 못하고 좁은 케이지에 갇혀 알만 낳거나 식용으로 키워진다. 좁은 공간의 스트레스로 서로 쪼는 행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자른다. 비좁은 공간에 살면서 전염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의 동물들에게는 다량의 항생제가 투여된다. TV에서 방영된 미국의 사례에서는 젖소가 새끼를 낳자마자 새끼는 어미 소의 보살핌 속에 걷게 되기도 전에 사람 손에 질질 끌려가고 어미 소는 미친 듯이 동요를 보였다. 그러나 어미 소는 얼마 후 우유를 짜는 기계 속에 들어가서 젖을 쏟아내야 했다.
공장식 축산의 방식으로 사육되는 동물들은 커다란 고통을 받으며 일생을 보
내게 된다. 우리에게 고기, 달걀 등을 제공하는 동물이 겪고 있는 많은 질병이 인간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방사선의학과의 윤준 박사는 스트레스 받은 달걀을 먹으면 우리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주장한다. 만성적인 고혈압 등의 스트레스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받은 고기에서 아밀로이드 섬유가 발견된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뇌를 손상시킬 수 있는 단백질로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많은 고기가 값싸게 공급되면서 사람들의 고기 소비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식용가축을 키우게 되었는데 그것이 지구 생태적으로 문
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마존은 지구 산소량의 20% 생산하는데 매년 경기도 면적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파괴된 아마존 산림의 70%가 가축 사육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세계 온실 가스의 51%를 가축이 방출한다고 한다.
한 보고에 따르면 소의 되새김질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만 따져 봐도 전 세계 13억 마리의 소가 연간 방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약 1억 톤으로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고 한다.
고기 소비의 증가는 인간의 기아와도 관련된다. 가축을 키우기 위해 미국 곡물의 70%, 전 세계 곡물의 30%가 가축사료로 쓰인다고 하는데 이 양은 전세계 2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들의 육식은 반성의 때가 온 것 같다.
고기를 먹는 자체보다도 고기를 얻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04년도에 KBS에서 방영한 ‘한민족 리포트’에 미국에 사는 박미연 씨가 소개되었다. 그녀는 채식을 하지만 육식을 반대하기보다는 좀 더 인간적으로 고기를 먹자고 주장한다. 그녀가 만들고 활동하는 단체의 이름은 COK(Compassion Over Killing)로 우리말로 하면 ‘도살에도 자비를’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을 희생시켜서 고기를 얻더라도 인간적으로 키우고 도축하자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지혜와 자비를 강조한다. 또한 지혜에서 자비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거창한 지혜를 떠나서 적어도 바르게 알 수 있을 때 자비도 나오는 것같다. 육식을 한다고 할 때, 자신의 눈앞에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 동물에서 온 고기와 고통스럽게 살다가 생을 마친 동물에서 온 고기가 있을 때,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어떤 고기를 선택하겠는가. 이러한 선택도 그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바르게 알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건강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바르게 알아야 건강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식 축산보다는 자연스러운 방목에서 얻는 고기, 달걀, 우유가 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방송프로그램에서 공장식 밀집사육, 즉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되던 한 무리의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실험을 했다. 4주 후 닭의 모습은 눈에 띄게 건강해 보였다. 빠진 깃털이 나면서 제법 정상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으며 항생제 없이도 면역력이 공장식 밀집사육의 닭들보다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낳은 달걀은 공장식 밀집 사육에서 얻은 달걀과 달랐다. 방사한 닭들의 달걀은 탄력이 있었고 달걀의 신선도를 나타낸다는 난백(흰자위)의 높이도 올라갔다.

연기법으로 살펴보는 공장식 축산과 인간 행복의 상관관계
고기를 먹을 것인지 아닌지, 또는 어떤 고기를 먹을 것인지는 개인적 가치와도 관련된다. 동물의 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육한 경우에 얻어지는 고기, 달걀, 우유는 당연히 비싸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존중이나 건강에 부여하는 가치가 더 크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연스러운 사육을 통해 얻어진 고기 등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며 이것은 정부적 차원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식품점과 음식점에서는 쇠고기가 한우인지, 미국산인지, 호주산인지의 원산지 표시를 한다. 이제 모든 고기는 원산지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으로 얻어진 것인지 방목으로 얻어진 것인지 사육방식도 표시해야 한다. 달걀의 경우에는 적어도 식품점에서는 방목한 닭의 달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앞으로는 음식점과 제과점에서도 사용하는 달걀이 어떤 방식으로 사육된 닭으로부터 얻은 달걀인지를 밝혀야 한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우유도 어떻게 사육되는 젖소에서 얻는 우유인지를 밝혀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정부는 사육방식 표시제도를 실행해야 한다.
부처께서는 연기법을 가르치셨다. 연기법은 모든 사물,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건과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천명한다. 현대인이 평균수명은 늘었으나 여러 가지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기간도 늘었다. 공장식 축산과 관련이 높을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 말고도 갈수록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람, 분노통제를 잘 못하는 사람, 불안한 사람, 우울한 사람,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도 어쩌면 바로 우리의 몸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고기, 달걀, 우유 등을 얻는 방식에서도 생산성과 효율성 등 결과만을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자비심을 잃어가는 것과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에게 고기, 달걀, 우유를 제공하는 동물이 행복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면 우리의 행복과 건강도 안전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