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삼매를 즐기다

선불장을 찾아서

2012-07-20     불광출판사

조계종 국제선센터 참선집중수행

6월 10일 서울 신정동 국제선센터(주지 법정 스님, 이하 선센터) 주변은 시끄러웠다. 선센터 주위를 오가는 수많은 차량소리는 물론이고 인근에 위치한 교회의 야외집회에서 나오는 마이크 소리도 작지 않았다.
매주 일요일이면 인근 교회는 공금 횡령 문제로 교인들이 둘로 쪼개져 ‘고성방가’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종교가 세상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도 이제는 흔한 풍경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선 대중화와 세계화의 전진기지
2010년 11월 문을 연 선센터는 한국불교의 전통수행 법인 간화선看話禪을 대중화하고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등 불교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지상 7층, 지하 3층 규모의 전통과 현대 양식이 가미된 건물인 선센터는 설계자인 김개천 국민대 교수가 “황룡사 9층 목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던 것처럼 수많은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최근 국제선센터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불자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6월에만도 참선집중수행, 미국 샌디에이고대학 불교학 교수 까르마 렉세 쪼모 스님 초청 강연(9일), 미국 듀크대학 불교공동체 수미 런던 지도법사의 ‘가정에서 시작되는 불자의 길’ 강연(16일),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치유 콘서트’(17일) 등 굵직굵직한 행사들이 계속됐다. 선센터 주지 법정 스님은 “숨 가쁜 생활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깨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선센터 7층에 위치한 금차선원今此禪院을 찾았다. 금차선원은 말그대로 ‘바로 지금 여기’, ‘지금 이순간 깨어있으라’는 간화선의 핵심 가르침을 상징한다. 선원으로 들어가자 10명이 넘는 재가자와 스님이 앉아 참선을 하고 있다. 이들은 6월 6일부터 4박 5일간 진행된 참선집중수행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선센터 선원장 법오 스님이다. 이틀 전 선원을 찾았을 때보다 좀 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법오 스님은 “다들 열심이어서 별로 도
와줄 게 없다.”며 웃는다. 이번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는 금강 스님은 이틀 전 ‘선이란 무엇인가?’ 강의에서 화두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었다.
“화두 공부의 핵심은 대신심大信心입니다. 이것은 부처님 가르침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여래와 같은 지혜와 복덕을 구족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부처님 말씀과 같이 우리는 지혜와 복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정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이놈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들고 정진해 봅시다.”
금강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이뭣고’ 화두를 던졌다. 다만 화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평소 참구하던 화두를 그대로 하라고 했다. “그간 배웠던 지식으로 화두를 분석하고 추측하면 안 됩니다. 그것으로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화두 공부를 계속해 보세요.”



변화하는 나를 발견하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금강 스님과 조계종 교육부장 법인 스님, 선센터 국제국장 명법스님에게 ‘수행론’, ‘좌선의와 발원’, ‘화두 드는 법’, ‘생활 속의 선’등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무조건 앉기보다 참선의 이론을 공부하고 실참實參에 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은 앉아 있는 모습뿐만 아니라 표정도 이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엊그제는 몸이 쑤시고 힘들었는데, 오늘은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몸도 가볍고 좀 더 앉아 있다 가고 싶네요.” 최영호(59, 수선,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씨는 그동안 수차례 산사에서의 참선공부를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느 도시인들처럼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고 마땅한 공간도 찾지 못했다. 김광숙(48,광명행,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동) 씨는 직장 내 명상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불자다. 2년 전부터 명상을 하고 있다. “공부하는 습관을 다시 들이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됐어요. 또 참선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
기도 했구요.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서 공부에 대해 다시 정리를 하게 됐습니다.”
참가자들 중 유일한 외국인인 앤드류 아놀드(22, 미국) 씨는 명법 스님과의 인연으로 프로그램에 왔다. 이틀 전에는 “앉아 있는 것도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었다. 아직도 앉는 자세는 부자연스러웠지만 표정은 많이 밝아졌다. “사실 불교 자체보다 명상에 관심이 많아요. 불교에 대한 기초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초반에는 좀 힘들었지만 명법 스님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앤드류 씨는 앞으로도 한국에 더 머물며 참선을 더 익혀볼 생각이라고 했다.
육조혜능 스님은 ‘불법재세간불리세간각佛法在世間不離世間覺이세멱보리흡여구토각離世覓菩提恰如求兎角’, 즉‘불법은 세간에 있으니 세간을 버리지 않아야깨우칠 수 있네. 세간을 떠나 깨우침을 찾는 건 토끼에게서 뿔을 찾는 것과 같네.’라고 강조했다.
고요한 산사에서 정진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에서 정진하며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펼쳐질 선센터의 실험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국제선센터 참선집중수행 지도법사 금강 스님 미니 인터뷰
“참선은 주인 된 삶을 사는 첩경”



도심에서 참선집중수행 프로그램을 만든 계기가 있었나요?
선선테는 선禪을 세계화하고 사람들에게 선의 정수를 알리기 위해 들어선 곳입니다. 법정 스님이 주지소임을 맡은 이후 선센터 측에서 선 대중화 방안을 같이 마련해보자는 제안을 해왔어요. 그래서 하안거가 시작되는 이즈음에 프로그램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이 안거 기간 동안 꾸준하게 정진하기를 기대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요즘 사람들이 수행에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음치유에 대한 수효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서울 한복판에서 ‘수행과 치유’는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집중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모든 것을 끊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 등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일정 외에도 자율적으로 선방에서 밤을 세워가며 정진할 수도 있어요. 거의 용맹정진과 같은 수준으로도 수행이 가능합니다. 참가자들의 공부열기가 높은 만큼 스님들도 함께 앉아 정진합니다. 참가자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왜 수행해야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려 했습니다. 미황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도 불자의 비율은 10% 대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도 비슷해요. 불자, 비불자에 상관없이 수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미황사에서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셨습니다. 선센터와 같은 도심에서 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산중사찰은 철저하게 수행을 위해 마련된 공간입니다. 그만큼 모든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이에 비해 도심사찰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아침저녁으로 수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형 수행프로그램이 가능합니다. 산중에 비해 훌륭한 강사진도 쉽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산중이든 도심이든 어디에 있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어떤 마음으로 수행에 임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왜 수행을 해야 합니까?
현대인들의 관심사는 온통 ‘밖의 일’뿐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자존감 없이 밖의 것들에만 의존하려 해요. 자기 삶에 당당하지 못하고 외부의 조건에 끌려 다닌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이런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수행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욕망, 물질, 돈 등에 묶여 자신을 가꾸는 것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행을 하면 지금의 삶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 수 있으며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여러 수행 방법 중에서도 참선이 가장 효과적인 것입니까?
참선은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개발, 보급된 수행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이가장 좋은 수행법입니다. 욕망과 물질이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과 자의식과 무의식까지 지배하고 있습니다. 삶의 영역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참선입니다.

화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렵지 않습니다. 바쁜 것 같은 우리 삶에서 의외로 비어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이 자투리 시간들부터 활용하면 화두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면 삼매에 들 수 있게 되고 결국 지혜를 갖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화두를 들면 복잡한 삶 속에서 모든 것이 명확하고 뚜렷해집니다.

참선 지도의 ‘노하우’를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 내가 좋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황사에서 매월 진행하는 수련회에는 적게는 4명, 많게 는 30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합니다. 8일의 시간을 함께 하고 그 사람들이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도와주려 합니다. 미황사에 다녀간 사람들이 꾸준하게 정진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