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누리]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

불광누리

2012-06-21     류지호

오랜 습관이기도 했지만 출판 잡지 일을 하면서부터는 종이 신문을 더 열심히 보고 있다. ‘불광누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눈에 띄는 기사들을 스크랩하는 버릇이 생겼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했고,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최근 스크랩된 기사 중에서 몇 개의 내용을 간추려본다.

한 사람 또는 두 사람만이 사는 가구가 절반이 넘었다고 한다. 네 가구 중 한가구는 혼자 산다. 부모와 자녀 둘의 4인 가정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 평균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높은 이혼율, 독신으로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세태등이 모여서 이루어진 모습일 것이다.

‘우리나라 상위 1% 소득은 전체 소득의 11.5%’라는 보도가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위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등 경제 선진국보다 부의 편중이 심하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상위 1% 소득비중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 특징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1%도 상위 0.1%에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보다 다섯 배 이상 많다.

평소 궁금하던 내용을 답해주는 칼럼도 있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음식 배달과 편의점, 찜질방, 술집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을 우리는 누리고 산다. (돈만 있으면) 살기 편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비밀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 때문이란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취업인구의 29%가 자영업자다. 식당, 술집, 노래방, 이발소, 미용실, 모텔, 목욕탕, 부동산 중개소 등 가족노동에 의존해 구멍가게 수준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근로자 10명 중 3명꼴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100명 중 7명이다. 특히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우리나라가 12.2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은 1.8개에 불과하다. 지천에 깔린 게 음식점이다 보니, 필사적인 생존경쟁을 벌이지만 월평균 순이익은 고작 141만원이다.

‘망하는 창업자 매년 86만 명-땡처리업자에 넘겨진 서민의 꿈’, ‘초등생 31%, 토요일 점심 굶거나 혼자 먹거나’, ‘저소득층 이자 부담 급증 비상,’ ‘청소년, 스마트폰에 빠져 책 더 안 읽어’, ‘황혼이혼, 20년새 3배 이상 늘었다’ 신문에보도된 제목들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신문 내용들이 우리 사회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지속되는 무한경쟁의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들의 삶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윤택해진 물질생활에 비해 행복지수가 함께 높아지고 있지는 않다.

이번 호 특집 주제는 ‘길 그리고 걷기’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현대문명의 속도와 편리함을 버리고 걷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걸어서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걷기 좋은 길도 어디를 가나 많이 생겨났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천천히 걸으며 지나온 길과 지금의 길, 그리고 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나’는 지금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가고있는가? 독자 제현 모두가 원하는 길 위에서 걷고 있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