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누리] 현재의 자리에 멈춰 서서

불광누리

2012-05-23     류지호

오월이다.

싱그러운 신록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산하를 물들이고 있다. 잦은 봄비는 대지를 적시고 초목을 성장시킨다. 온 우주가 새 생명의 환희로 가득 찬 듯하다. 자연은 이렇듯 놀라운 변화를 변함없이 계속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오월은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달이다. 올해도 봉축위원회는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이라는 표어 아래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각 사찰과 단체들도 연등을 만드는 등 각종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조계종단 출범 50주년,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 경허 스님 열반 100주년 등 특별히 기념할 만한 것이 유독 많은 해여서 세미나, 전시회, 기념법회 등 마쳤거나 진행 중인 행사도 어느 때보다 많다. 앞으로 여수세계박람회(5.12~8. 12),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6. 10~15) 등이 예정되어 있어 불교계의 움직임은 어느 해보다 활발할 듯하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친 정치권은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향한 각 당과 대권 주자들의 치열한 공방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지구촌 축제의 하나로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도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분주하다.

많은 행사 외에도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또 세상의 변화는 얼마나 빠른가. 그 세상의 변화에 우리는 얼마나 민감한가.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개인의 생활 패턴은 물론 산업의 구조까지 휙휙 바뀌고 있다. 오늘날 인류의 눈부신 과학 기술 발전은 우리들의 삶을 장밋빛으로 물들여줄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위 지구촌의 근대화, 현대화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각종 통계를 보게 되면 우리가 이룬 성과가 간단치 않음을 알게 된다. 작년 무역 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 세계 9위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천 달러를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실구매력 국민소득은 3만 달러로 세계 22위다.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높은 수치다. G20회의와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를 치러낸 나라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확정으로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6번째 나라가 된다.

많이 좋아졌고,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모두들 열심히 노력했고 바쁘게 살아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여러 조사 결과이다. 심지어 100위 밖이란 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 원인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어려움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한다.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의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상황,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국민들의 낮은 행복지수는 무얼 말하고 있는가.

이제 다시 천천히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세계와 사회, 우리 각자의 삶을. 이 번 호 특집은 ‘가족, 불교로 이어지다’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불교적 삶을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기사 중에서 단기출가를 경험한 부부는 말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고 자신을 한번쯤은 현재의 자리에서 멈춰 세워 보세요. 그러면 자신도 발견하게 되고 가족과 이웃 주변의 모습들이 천천히 보입니다. 그 속에서 나의 삶이 어떠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시 오월이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뜻을 생각해 본다. 부처님은 이 땅에 태 어나 외치셨다.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홀로 존귀하다.”

세상에 자신보다 더 존귀한 것이 있을까.

독자 제현 모두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