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누리] 선거의 해, 불교계의 부응

불광누리

2012-04-23     류지호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4.11 총선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고 여야의 공방도 치열하다. 총선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한 표가 아쉬운 출마자들은 절 집의 문지방이 닿도록 다녀가고 있을 것이다. 예산 지원과 법 제도에 막강한 권한을 갖는 국회의원과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불사를 해야 하는 주지스님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불자 국회의원이 한 명이라도 더 당선되기를 바라고 협조해주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재가단체나 불교 신자들도 비슷한 정서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조계종이 전국 사찰과 불자들에게 ‘선거참여가 보살행입니다’란 소책자 1만8천 부와 리플릿 22만 부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는 소식이다. 조계종은 이 책자에서 선거 3대 원칙으로 모든 불자 투표 참여, 바르고 깨끗한 선거, 올바른 후보 선택을 제시하며 후보 선택을 위한 5대 기준으로 전통문화 계승발전, 사회적 약자 배려, 청렴과 종교의 다양성 존중, 환경친화적 의지, 사회적 갈등 통합 능력 등을 들었다.

종교와 정치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가는 늘 대두되는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조계종단 차원에서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 지침까지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을 계기로 정치와 불교계의 올바른 관계정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직자 소득 과세’ 방침 발언으로 종교인세금 납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들은 박 장관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인과세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성직자 소득 과세, 정부 의지가 관건이다”등의 사설 등을 통해 성직자 과세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현재의 비과세는 법적 근거가 없는 관행일뿐이고, 국민 모두가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종교인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는 논거다. 종교계도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이다.

가톨릭은 이미 주교회의의 자체 결의에 따라 세금을 내고 있고, 일부 개신교 목사들도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과 개신교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그럼에도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은 종교인과세에 대해서는 무대응 또는 노코멘트 일색이다. 선거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종교계와 이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는 종교계가 이 사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어 보이지만 막상 실행에 들어가면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러한 작금의 여러 정황을 볼 때 종교계가 자발적으로 납세하는 것이 가장좋을 듯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복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재원 마련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종교계가 앞장서는 의미에서도 필요하다. 또 얼마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전국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가 성직자의 과세에 찬성했다. 불교계가 국민 여론에 부응하여 먼저 스스로 실행한다면 많은 호응이 예상된다. 선거의 해인 2012년, 불교계가 정치권과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고 국민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솔선한다면 좀 더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