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더 이상 문화 소외지역이 아니다"

특집 ● 성보박물관, 보물을 드러내다 - 대표 성보박물관에 가다!

2012-04-23     불광출판사

월정사 성보박물관

월정사 성보박물관의 ‘성보’



국보 제292호 ‘상원사 중창 권선문’
세조 10년(1464) 혜각존자 신미 스님이 학열 스님, 학조 스님 등과 함께 세조의 만수무강을 빌고자 상원사를 새롭게 단장하면서 지은 글이다. 세조와 상원사, 신미 스님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이며, 당시의 국문학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가장 오래된 한글서적이면서도 보존 상태가 완벽하여 1996년 11월 28일 보물 제140호에서 국보 제292호로 등급이 조정되었다.



보물 제139호 ‘월정사 석조 보살좌상’
월정사 경내의 8각 9층탑을 향해서 정중하게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다리를 세워 탑에 대해 공양하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높이 1.8m의 보살상이다. 개태사와 신복사지 탑 공양상과 더불어 고려시대 화엄종 계통사원에서 만든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며, 당대 불교사상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된다.



보물 제1375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사리장엄구’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 제48호) 발견 유물일괄은 1970년 기울어졌던 탑을 해체 복원할 때 발견된 것으로 동경을 비롯해 모두 9종 12점이다. 이들 일괄유물은 대체로 10∼11세기 경에 제작된 유물들이어서 석탑이 건립될 때 함께 내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초기의 금속공예사 및 불교사상과 교류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상의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을 하루 앞두었음에도 오대산 월정사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경내에는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참배객들을 긴장케 했고 대설주의보가 내린 하늘에서는 쉴 새 없이 눈이 내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봄’에 시간표를 맞추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붓이 춤을 추는 민화 교실
오전 10시가 되면서 향적당香積堂 도서관에는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바로 ‘민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민화반에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강 신청을 했다. 평창과 강릉은 물론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7년째 민화반을 지도하고 있는 강사 오인효 선생의 지도로 수업은 이내 시작됐다. 수강생 대부분이 몇 년씩 공부를 해 온 터라 수업은 각자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은퇴 후 평창에 내려와 살면서 6년째 민화를 배우고 있는 이관용(76).윤상례(75) 부부는 용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용띠 해를 맞아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이관용 거사는 “월정사에 다니던 평범한 신도였는데,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재미나게 산다.”고
한다. 십장생도十長生圖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김선자(53.강릉시 포남동) 보살은 “3개월 예정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6월에 지인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에 출품하려고 한다.”며 붓을 재촉했다. 고정희(54.평창군 평창읍) 보살은 “연화도를 그리면서 세속의 때에 물들지 않고 청정하게 사는 삶을 서원해본다.”며 웃었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화반을 거쳐 간 사람들은 50여 명에 이른다. 작가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 취미로 민화를 그리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졸업생들이 월정사에서 모두 7번의 전시회를 진행해 대중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월정사 성보박물관은 민화반 외에도 매월 첫째, 셋째 주에 진행되는 ‘불교문화반’, 불교문화대학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꽃 한송이반’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문화 욕구’를 해결해 주고 있다. ‘불교문화반’에서는 매년 전국의 성보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을 답사하며 수강생들의 문화적 ‘마인드’ 함양에도 힘을 쓰고 있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2004년부터 3년간 어린이 박물관교실을 열었고 2007년부터는 ‘어린이 여름 문화틔움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오인효 선생은 “2005년부터 운영된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이 300명이 넘는다. 지방의 사찰박물관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연간 방문자만 10만이 넘는 박물관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수 있는 것은 탄탄한 박물관 운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박물관은 60여 개 월정사 말사의 불상과 불
화, 장엄구, 불교 의식구, 경전 등의 전시, 연구, 보존관리를 담당한다. 불佛.법法.승僧 삼보를 전시주제로 다양한 불교유산들을 내놓고 있다. 또 박물관은 매년 다양한 특별전과 학술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술총서 3권과 오대산 월정사 문화유적 발굴조사 보고서 2권 등을 펴내기도 했으며, 2013년 탄신 100주년이 되는 탄허 스님 선양사업도 박물관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2011년에만 11만 명이 박물관을 관람했다. 그리 큰 시설은 아니지만 월정사의 역사와 문화,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의 자취를 알 수 있도록 했고,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과 당좌의 문양을 탁본할 수 있도록 준비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홍은미 학예팀장은 “문화해설사 선생님들의 친절한 안내와 탁본 체험, 상원사 동종과 성덕대왕 신종의 비교 타종 등은 이곳만의 특화 프로그램이다. 사찰에 올 때 입장료를 내는 참배객들의 입장에서 박물관 체험은 좋은 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정사는 늘어나는 관람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박물관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보다 쾌적한 관람 환경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국보 제292호 ‘상원사 중창 권선문’을 비롯한 조각, 회화, 공예 등을 비롯한 3,500여 유물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주지 정념 스님 부임 이후 이미 강원도의 중심으로 떠오른 월정사가 성보박물관계의 ‘문수성지’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