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부터의 자유

인연 따라 마음 따라

2012-04-23     불광출판사

우리는 살면서 순간순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살지요.
그런데 그런 많은 생각들을 하지만
우리는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지
또 무슨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몰라요.
왜냐면 생각 자체를 관찰하도록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의 생각들을
무조건 암기하도록만 시켰지
생각 자체의 속성이 무엇인지
올라오는 생각으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나서
생각 자체를 가만히 관찰하는 시간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어요.
부처님이나 옛날 조사스님께서 말씀하신
깨달음의 마음 자리가
생각이 완전히 끊어져버리고 난 이후의
그 자리를 말씀하신다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런 자리를 몸소 체험하려면
생각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이해해야 생각을 완전히
넘어설 수가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적을 제대로 알아야 그 적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법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제가 그 생각의 속성을
여러분들께 소상히 알려드릴게요.
제 말을 절대로 그냥 믿지 말고
본인 마음 안의 생각들을
직접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제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점검해 보세요.

1
첫째, 우리는 현재를 생각할 수 없어요.
여러분 지금 바로 현재를 생각할 수 있나요?
바로 지금 이 현재의 순간을?
바로 지금을 생각해 보세요. 어서요.
현재를 생각할 수 있나요?
그것이 가능합니까?
생각은 과거나 미래의 일들만을
생각할 수 있어요.
현재를 생각으로 할 수는 없어요.
즉,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마음이
현재가 아니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는 또
생각이 없으면 과거나 미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온전히 현재에 와 있는 마음은
생각이 사라진 영원한 현재뿐이기 때문입니다.
어때요?
그러지 않을까요?

2
둘째, 우리가 생각을 하는 도중에는 지금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마치 화가 난 사람이 본인 스스로가
지금 화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정말로 희한한 일이지요.
매순간 생각하면서도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도중에는 모른다는 것이에요.
마치 몽유병자처럼 무슨 행위를 하지만
나는 그 행위를 하는지 그 순간엔 몰라요.
아하! 지금 생각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은 잠시라도 생각이
멈춘 상태에서 알아차려요.
그런가 아닌가 마음 안의 생각을
살펴보세요.
언제생각을하고있음을
어느순간에알아차리는지.

3
생각의 생멸 즉 일어남과 사라짐을
우리 스스로가 컨트롤할 수 없어요.
어떤 생각을 지금부터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해서
그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예를 들면 지금부터
안철수 씨 생각을 절대로 하지 말아봐요.
안 할 수 있어요? 안철수 씨 생각?
내 마음대로 그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어요?
반대로 지금 일어난 안철수 씨 생각을 당장
내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있어요?
일어난 생각을 내가‘없어져라’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그 말을 듣고 바로 없어지나요?
어때요, 불가능하지요?
그럼 생각이 일어남도 내가 컨트롤 못하고
생각의 사라짐도 내가 컨트롤 못하면
그 생각들이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각이
내 마음의 방에 잠시 들어온 손님하고 뭐가 달라요?

4
생각은 주로 내 밖의 원인과 조건이라는
큐를 받아 생각이 일어나요.
뉴스를 봤거나, 친구의 말을 들었거나
책을 읽었거나 등등 남들의 생각들이
내 안에서 재조합되어서 내 생각으로 둔갑을 해요.
즉 나만의 오리지널한 생각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러면 생각이나 신념이라는 것도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고 자라는 과정에서
주위 가족, 친한 친구, 주어진 환경을 통해
잠시 형성된 임시적 것들이 아닐까요?
내 스스로가 원래부터 선택한 것이 아니고
나에게 이렇게 생각하라고 정해진 그 틀들이
내 주변 인연이 닿는 사람이나
환경, 조건에 의해 이미 주어진 것들이 아닌가요?
어떤 생각이 옳은지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이미 결정되어져 있고 그 기준 또한
벌써 내 안에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생각의자유는생각이있는한나에겐없어요.

5
생각의 또 다른 특성은 일단
생각이 되어버리면 그 자체는 고정되어져 버려요.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방해해요.
왜냐면 내가 벌써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내가 사과라는 말을 안다고 해서
세상 모든 사과의 모습을 다 안 것인가요?
각기 미묘하게 다른 모습들의 사과를 볼 수 없도록
이미안다는생각이관찰을멈추게하고방해를해요.
즉 언어적 말을 아는 것을 가지고
실제로 안다고 착각을 일으켜요.
아연이나 구리라는 말을 안다고 해서
여러분 아연이 진짜 무엇인지 아세요?
구리가 진짜로 뭔지 아세요?
또‘저 사람은 보수다 혹은 진보다’라는 생각이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볼수없게만들고그사람을생각이고정시켜버려요.
안 그런가요?

6
마지막으로 생각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의 사물들이 각각 혼자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요.
‘포도다’하고 언어적 생각으로 포도를 보면
마치 포도가 세상에서 홀로 존재한다고
착각을 일으켜요.
그런데 포도는 포도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그 나무는 땅을 의지해 있고
신선한 공기와 햇볕과 또 함께하고
구름에서 내리는 비를 또 맞고
농부의 노고도 그 안에 들어가 있지요.
즉 포도라는 생각으로 포도를 보는 것이 아니고
그냥 생각이 쉰 상태에서 보면
포도와 함께 연결된 세상 전체가 눈에 들어와요.
바꾸어 말하면 생각은 서로서로 연기적으로 연결된
세상 전체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단지 한 부분만을 임의적으로
끊어서 인식하도록 만들어요.
실제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
마치 따로 독립해 있을 수 있는 것처럼요.

7
생각이 많으면 사람은 불행하다고 느껴요.
우리가‘골치아프다’하는경우도생각이많아서예요.
생각이 많으면 밤에 잠도 못 자요.
그리고 생각이 살아 있는 한
나라는 자아, 에고가 같이 살아있어요.
그러기 때문에 생각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어요.
오직 내 자아의 관점에서만 보게 만들어요.
그래서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가르침에서는
생각만 확실히 쉬면 세상의 진실한 모습이
바로 그대로 여실히 드러난다고 하셨어요.
그럼 우리가 생각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 비결은 사실 간단해요.
생각을 생각으로 멈추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생각으로 버리려고도 하지 말고
생각을 생각으로 다스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생각이 일어났으면
그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돼요.
알아차리는 순간, 의식은 생각 밖에 나와 있어요.
왜냐면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놈은
생각이 아니고 생각이 올라오기 이전부터 있었던
아무런 상相을 취하지 않는 순수한 앎이에요.
그 앎 자체는 생각에 물들어 있지 않아요.
나쁜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앎이 나빠지지 않아요.
그냥 거울처럼 비추어서 바로 알 뿐입니다.
올라오는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붙잡지 말고
그 생각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서
영화 스크린에 잠시 올라온 장면 보듯
보고 있어보세요.
더 간단히 말하면 생각이 올라오면
생각이 올라왔다는 것을 그냥 알아채기만 하세요.
생각으로부터의 온전한 자유는
생각을 알아채는 순간
그 바로 뒤에 따라 들어옵니다.
알아채는 순간, 그 생각의 상相으로부터
이미 자유로워져 있습니다.
그런지 아닌지 스스로 한번 점검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