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평화, 행복을 포착하다

지구촌 불교 성지

2012-04-23     불광출판사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룸비니 동산에서 만난 데니쉬
붓다의 탄생지 룸비니 동산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여러 대의 릭샤(인력거)가 줄서 대기하고 있다. 그중 한 청년이 자신의 릭샤에 오르라고 손짓을 한다. 청년의 이름은 데니쉬. ‘어색한’ 포즈로 자신을 찍어 달라고 한다.
사진에 관심이 많은 친구다. 그가 끄는 릭샤에 올랐다. 페달에 올려놓은 거친 발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힘을 주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데니쉬! 너의 발에 박힌 굳은살은 오늘도 달린 거리만큼 두꺼워지겠구나.’ 꿈틀대는 그의 등이 파인더에 잡혔다.



갠지스 강의 해질 무렵
가트(강으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서 한 남자가 목욕을 하고 있다. 목욕하는 남자는 상당히 진중한 모습이다. 입으로 만트라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정성스레 닦는다. 사람들은 목욕을 하면 죄도 씻겨 나가고 간절한 바람까지도 성취된다고 믿는다. 긴 침묵이 이어진다. 하나의 종교 의식을 보는 듯 경건한 기운이 내 마음에 깃든다. 천천히 해가 넘어가고 갠지스 강 주변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사람들은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마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느리고 평화롭다.
모든 게 슬로우 모션이다.



행복을 찍는 사진사
길 건너편 마을에 사람들 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무엇을 하는지, 힘이 실린 숨소리도 연신 들려오고 하늘 위로는 먼지처럼 부옇게 무언가가 날리고 있다. 호기심에 마을로 향했다. 명화 속 한 장면처럼 평온한 풍경이다. 쌀을 탈곡하고 있고, 볏단 위에 편히 누워 있는 이도 보인다. 아이들은 모여서 웃고 울며 뛰논다. 잠시 후 나를 발견한 그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줍게 웃는다. 아이들은 사진사 주위로 모여들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따뜻함이 그들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진사는 낯선 그들을 보고 그들은 낯선 사진사를 쳐다본다. 주위에 사람이 더 많이 모였다. 가족사진을 촬영하자고 제안하자 수줍어 멀리 숨어서 지켜보던 처녀도, 다리가 불편한 아이도 모두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사는 하나, 둘, 셋 하면서 ‘스마일~’하고 같이 웃는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세상은 사진사에게 가장 행복한 장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