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누리] ‘국민 독서의 해’와 <불광>

불광누리

2012-02-24     류지호

‘국민 독서의 해’에「불광」을 곁에 두자불광누리

 

신년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 대학 시절 처음 만난 스님으로, 후에는 모시고 일도 했었다. 여느 스님보다 꾸밈없이 사람을 대하고 어려움에 처한 재가자들을 잘 도와주었다.

그래서 많은 재가자가 형님처럼 따르고 존경했던 분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한참 만에 뵀을 때 그 분은 승복을 벗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과 잘 웃는 모습에서 건강하고도 정직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았다. 늘 개방된 그의 집에 적지 않은 이들이 다녀가고 나도 하룻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온 그에게서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아기 엄마와 두 아이, 그 형 외에 유수 신문의 문화부 기자와 함께. 그 형과 기자는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막역한 사이인데 일부러 나를 소개시켜줄 요량으로 같이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식사비까지 그 기자에게 지우면서. 앞뒤 아무런 설명이 없는 자리였지만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다.

어느 출판사 사장님을 두 번째 만났다.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낸 필자 때문에 알게 된 분이다. 식사 후 사무실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분이「불광」잡지 바뀐 것을 훑어보더니, 곧장 30명의 지인에게 이 잡지를 보내겠다며 즉석에서 구독신청서를 작성해준다. 아, 생각지도 못했는데...감격이다.

가끔씩 만나는 선배가 한 분 있다.

어느 날 사무실에 들렀는데 「불광」1월호를 보더니 3년치 구독료와 소정의 후원금을 준다. “우리 불교계에도 이런 격조있는 잡지가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는 격려의 말과 함께.

판형을 키우고 전면 컬러화로 ‘보는 잡지’시대의 추세를 받아들이면서도 텍스트의 양과 질을 발전시키려는「불광」의 시도에 여러 얘기가 들려온다. 다행히 격려하는 말씀과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아 졸아진 마음을 조금은 펴본다. 그리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다수의 독자 여러분의 뜻을 헤아려 독자라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 편집진의 역할이라 믿는다. 애정 어린 경책의 말씀들도 새기면서.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국민 독서의 해’다. 전 국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독서장려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독서력 향상과 국가 지식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다. 문광부가 조사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2004년 76%였던 우리나라 국민독서율이 2009년 71.7%, 2010년에는 65.4%로 하락했다. 국민 10명 중 4명 가까이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으며, 그 비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통계수치다. 그래서 전임 장관 때 영국(1998년과 2008년)과 일본(2010년)이 ‘국민 독서의 해’지정으로 국민 독서 진흥에 성과를 올린 것에서 착안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읽지 않는 개인과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와 지식 습득이 대중화되었다 하더라도 활자를 통한 독서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검증된 방법임을 과학은 말하고 있다. 국민 독서의 해에 독자 제현 모두가「불광」을 곁에 두고 지혜와 자비를 증장시키는 책을 가까이하고, 주위 사람에게도 권유하는 삶이 되기를 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