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하룻밤만 더 자고 가게 해주세요”

우리 절에 안기다

2012-02-23     불광출판사

“스님! 하룻밤만 더 자고 가게 해주세요”
용인 화운사 어린이 전문 템플스테이‘놀아봐! 꿈꿔봐!’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올라~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화운사 ‘놀아봐! 꿈꿔봐!’ 어린이 전문 템플스테이에 가는 길, 어린 시절 신나게 뛰어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한겨울 동장군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노랫말처럼 정말 추운 줄도 몰랐다. 콧물이 연신 흘러내리고 손발이 꽁꽁 얼어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썰매를 제치고, 연을 날리며, 잣치기, 구슬치기를 하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리워진다. 템플스테이 참가 어린이들을 통해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본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신나게 놀며 <  >를 꿈꾼다
오전 10시, 화운사에 도착하자 어린이 전문 템플스테이답게 30여 명의 아이들 웃음소리가 먼저 반긴다. ‘어린이 5계’와 반야심경을 외고 사찰예절과 절하는 법을 배우는 입재식을 시작으로 ‘놀아봐! 꿈꿔봐!’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신나게 놀면서 꿈을 펼쳐보기에 앞서, 우선 몸을 풀고 배도 든든히 채워야 할 것이다.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에서 파견된 전문가 선생님의 지도로 즐거운 찬불가 율동을 배워보는 레크댄스 시간과 함께,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점심공양이 이어진다.
‘놀아봐! 꿈꿔봐!’ 템플스테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어림잡아도 15개 남짓 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길게 진행하면 아이들이 지루해 하며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적인 프로그램과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적절히 배합한다. 그 중심 테마는 아이들이 부처님 품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바른 인성을 키워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데 있다. 화학실험, 어린이난타, 소금 만다라명상, 조별 미션 등 여러 특화된 프로그램은 협동심, 창의력, 집중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한번 참가한 아이들이 재참가하는 비율이 많아, 다달이 또는 계절별로 프로그램에 변화를 준다.



겨울에 핫팩 만들기와 썰매타기를 했다면 여름엔 야광 팔찌 만들기와 물놀이로 바꿔주는 식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조를 나눠 조별로 진행된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4조로 나뉘었다. 각 조에는 2명의 지도교사가 배치된다. 조별로 ‘지금 이순간, 우리는 신나게 놀며 <>를 꿈꾼다’라는 문구의 <>에 들어갈 조이름을 정하고, 각자의 꿈을 구체화시켜 그림으로 그려본다. <>속은 ‘네잎클로버’, ‘ 숲속에서 만난 꽃’, ‘장꼬들(장난스런 꼬맹이들)’, ‘미존(미친 존재감) 등으로 채워졌다.
각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는 조는 동물 점수를 받는데, 정진표에 기록된 점수를 합산하여 회향식때 상이 주어진다. 사자는 10점, 토끼 7점, 펭귄 5점, 개구리 3점, 병아리 1점이다. 아이들은 동물 점수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정진표에 사자가 붙여지면 교육관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고, 병아리라도 떼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화운사 템플스테이 운영자 소임을 맡고 있는 지인 스님은 정진표를 당근과 채찍으로 사용해 아이들을 통제한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동심의 세계
점심공양 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화 영화를 감상한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가 끝나면 퀴즈대회를 연다고 하니, 아이들의 눈빛이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반짝반짝 빛난다. 그 덕분인지 퀴즈대회를 열어 첫 문제로 부처님의 태자시절 이름을 묻자, 서로 맞추겠다고 아우성이다. 곧 이어 지인 스님이 부처님처럼 지혜로워지는 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깊숙이 공감하는 눈치다. 나는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으니,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연기법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 실천법은 ‘어린이 5계’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서 케모마일(국화허브) 꽃잎을 뿌려놓은 다완에 따뜻한 물을 부어, 그 변화되는 과정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시는 다훈명상이 시작됐다. 향긋한 차향과 다완의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잠시 후 발우공양을 하며 음식 찌꺼기를 마시는 표정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아귀의 배고픈 고통을 생각하며 발우공양을 끝까지 해낸 게 스스로 대견스러운지 이내 밝은 표정을 회복한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 할 터, 장구채를 들고 신명나는 우리 전통 가락을 배우며 부정적인 감정을 날려버리는 ‘어린이 난타’가 진행됐다. 밤이 깊어가자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아이들이 절마당으로 모인다. ‘놀아봐! 꿈꿔봐!’의 하이라이트 ‘별빛달빛 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켜켜이 쌓아놓은 장작에 불이 붙여지고 하늘에서 휘황찬란한 폭죽이 터지자 아이들이 뛸 듯이 기뻐한다.



오전에 익힌 찬불가 율동을 비롯해 숨은 끼를 자랑하는 장기자랑도 이어진다. 그리고 각자 무대에 올라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9살 정윤이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 행복을 찾게 해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하고, 13살 현정이는 춤과 노래로 고통스런 사람들의 아픔을 씻어주는 가수를 꿈꾼다고 한다. 또한 부모님께 받은 행복을 나눠주는 스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등 아이들의 꿈은 각양각색이지만 세상을 행복하고 이롭게 하겠다는 마음은 서로 통한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참 곱고 아름답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다음 날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과 108배에 참여했다. 절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니 집에서 부리던 어리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아침 발우공양까지 휴식시간을 주자, 꽤 피곤했던지 잠드는 아이들이 많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보물찾기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다시 활력을 찾아 생생해진다. 절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숨겨진 쪽지를 잘도 찾아낸다. 캠프파이어에 이어 아이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소금만다라명상’이다. 조별끼리 모여 협동심을 발휘해, 다양한 색의 소금으로 만다라의 빈 공간을 정성껏 채워나간다. 다른 색의 소금이 섞이면 망가지니, 세심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만다라가 완성되면 촛불을 켜고 자신의 꿈을 만다라에 담아 기원한다. 이후 아름답게 채색된 만다라를 손가락으로 휘저어 흐트러트린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집착할 무엇도 없다는 무상無常의 가르침이다.
화학실험 시간엔 비닐주머니 안에 아세트산나트륨과 똑딱이를 넣고 핫팩을 만들었다. 뜨거운 물을 넣고 식힌 다음, 똑딱이를 여러 번 꺾어주니 신기하게도 점액질로 변하며 따뜻해진다. 점심공양을 마친 후 핫팩을 손에 쥐고 야외활동을 시작한다. 썰매타기와 방방타기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놀 때 가장 아이답다. 마냥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이 그 자체로 순진무구하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챙기고 차례를 양보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교육관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 쓰는 시간을 갖는다. 1년 후라도, 30년 후라도 좋다. 부처님 도량에서 품은 꿈과 희망의 아름다운 기원이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회향식에 앞서 1박 2일간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슬라이드 영상으로 흘러나온다. 아이들을 데리러온 부모들이 속속 도착한다. 하루 새 부쩍 성장한 자녀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부모도 있다. 각종 조사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이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한다. 가장 행복지수가 낮은 것이다. 건물과 도로에 갇힌 아이들은 극심한 입시경쟁에 시달리며, 뛰어놀 공간도 시간도 없다. 황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의 환경 속에서 각종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화운사 템플스테이를 회향한 어느 아이에게서도 어두운 그늘이나 구김살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신나게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부처님 가르침을 체득하는 과정속에서, 스트레스를 발산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갔다. 진심으로 행복해 하고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해맑은 목소리로 지인 스님을 붙잡으며 소리친다.
“스님! 하룻밤만 더 자고 가게 해주세요.”

화운사 ‘놀아봐! 꿈꿔봐!’템플스테이
일정 _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일
문의 _ 031)335-2576, www.hwaunsa.kr

<우리절에 안기다>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