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파랑새를 찾아서

우리 절에 안기다

2012-02-01     불광출판사

     낙산사에서 바라본 해돋이.

양양 낙산사 템플스테이

딱 5년 만이다. 중학교 졸업여행, 대학 때 설악산 등반 이후 낙산사를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지난 2006년 12월 ‘테마가 있는 사찰 기행’취재차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낙산사는 2005년 식목일 화재로 인해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확연했다. 한겨울임에도 복원작업이 한창이었다. 땅을 고르는 굴삭기, 돌 다듬는 소리 사이로 화마火魔가 비켜간 7층석탑, 해수관음상, 홍련암의 기도행렬과 목탁소리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낙산사 가는 길, 서울엔 비가 내렸고 홍천을 지나며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인제에 이르러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렸다. 첫눈이었다. 어린아이가 된 듯 마냥 기쁘고 설레었다. 마침 “첫눈을 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떠올라, 차에서 내려 입을 벌리고 눈을 받아먹었다. 그런데 막상 소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난감했다. 급한 대로 가족 화목, 지인들의 건강등을 서둘러 발원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한계령을 넘어 양양에 진입하자 눈은 다시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는 관세음보살
낙산사洛山寺의 사명寺名은 관세음보살이 상주하고 있다는 인도 남쪽 해안의 ‘보타락가산補陀洛伽山’에서 유래했다.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우리나라를대표하는3대관음성지다.『 법화경』「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만일 중생이 온갖 고뇌를 받을 때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즉시 그 목소리를 듣고 모두 해탈을 얻게 하느니라.”라고 했다. 천수천안관자재보살千手千眼觀自在菩薩亮이다. 즉,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으로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다 아시고 해결해주신다. 지극정성으로 간절하게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가피를 입어 도움을 받는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원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심하고 괴로운 일이 닥치면, 마음을 달래고 위로를 받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찾아 달려간다. 낙산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도 관세음보살의 따뜻한 품이 간절하다. 세상의 시름을 가득 안고 들어온 표정에는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더욱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묵은 감정과 상처를 씻어내고 활력과 희망의 빛을 얻고자 한다. 템플스테이 소임을 맡은 묘향 스님이 이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힘들고 버거운 마음으로 오셨지만,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도 보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도 들어보며 느긋하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시길 바랍니다. 가정, 직장 등 과거의 지나온 일은 모두 잊고, 지금 여기 낙산사 템플스테이에 집중하며 무엇을 얻어 갈까만 생각하세요. 그러다 보면 여태껏 힘들고 고됐던 감정이 다 부질없고 한낱 욕심이었음을 느끼시게 될 거예요.”


     (상)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높이 16m의 거대한 해수관음상. 이 순백의 불상은 700톤의 화강함 석재로 조성되었으며, 착공 5년 만인 1977년 점안했다. 포근한 미소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려와 참배객들로 하여금 무한한 자비심을 느끼게 한다.

     (좌하) 낙산사 전각에 그려진 거북이 그림. 바닷가 사찰이라서 그런지, 경내에 조각, 탑. 그림 등에 유독 거북이가 눈에 많이 띈다. 물의 신으로 여겨지는 거북이에게 화재 피해를 막아달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우하) 해ㅛ수관음상 앞 복전함을 떠받치고 있는 다리가 세 개뿐인 두꺼비, 삼족섬. 앞다리 두 개는 정상이지만, 뒷다리는 항문 자리에 하나만 있다. 먹이는 돈인데,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않으니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복을 바라는 민간의 소박한 바람을 상징한다.

희망과 용기의 마음 충전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강점이다. 사찰예절과 절하는 법 등을 배우는 사찰습의, 템플스테이의 꽃인 발우공양,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저녁예불을 드리고 선열당에 빙 둘러앉아 참가자들은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모든 참가자들이 일대 일로 돌아가며 서로 합장인사를 나누고, 롤링페이퍼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글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친구, 부부 등 함께 동행한 사람에게는 장점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덕담을 전한다. 마무리는 스킨십이다. 따뜻한 감정을 담아 포옹을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서먹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돌아가며 마음의 벽이 차츰차츰 무너진다. 굳었던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선열당 가득 웃음으로 채워진다. 자신의 장점과 푸근한 덕담이 적힌 종이는 일상에 돌아가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상심하고 기운이 없을 때 펼쳐보면, 좋은 추억이 떠오르며 입꼬리가 올라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희망과 용기의 마음을 충전하는 데 있어, 다른 보약이 필요 없다. 나흘째 내리던 겨울비가 오후부터 그치더니, 밤이 깊어가자 바닷가 하늘 위로 반달이 떠오르고 별들이 총총하다. 잊고 살아온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때문일까. 괜시리 콧날이 시큰해진다. 한바탕 떠들썩했던 선열당도 숙연해진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꿈과 희망을 품어보는 시간이다. 개인적인 욕심만 채우는 소원보다는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자리이타의 발원을 정성껏 소원지에 담아본다. 각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소원지는 둘둘 말아 오색실로 묶어, 원통보전에 모신 꿈항아리에 넣어둔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에 힘입고 매일 스님들의 기도가 더해지니, 꿈은 한결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템플스테이의 꽃, 발우공양. 발우공양에는 평등, 청결, 절약, 자비 등 네 가지 사상이 담겨 있다. 저녁 발우공양 체험을 한 참가자들은 다음 날 아침공양을 대할 때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상) 마음 나누기 시간, 묘향 스님이 먼저 참가자들과 포옹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하) 정성스럽게 작성한 소원지를 둘둘 말아 오색실로 묶어, 원통보전 꿈 항아리에 넣어둔다.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낙산사처럼
낙산사 템플스테이의 백미는 해맞이다. 어둠을 가르며 멀리 동해바다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은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경지다. 순간 숨을 멎게 한다. 가슴을 후끈 용솟음치게 만드는 불덩이다. 다시금 삶의 의욕을 충동하는, 꿈을 이루게하는 원동력이다. 해맞이를 하며 둘러본 낙산사는 그 자체로 희망의 산물이었다.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전화위복의 생생한 현장이다. 깔끔하고 산뜻하다. 화재로 인해 수많은 문화재와 울창한 숲이 소실됐으나, 전체가 조화롭고 여유로운 21세기형 가람으로 변모했다. 무엇보다 김홍도의 낙산사도에 묘사된 모습 그대로 절의 원형을 살려 가람 배치를 복원한 일이 의미 깊다. 낙산사가 성공적으로 복원불사를 회향하게 된 것은 낙산사 화재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던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 덕분이었다. 이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낙산사는 입장료 무료, 무료 점심 국수 공양, 무료 찻집, 무료 자판기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기도객들에게 낙산유스호스텔을 무료 개방하고 있으며, 템플스테이 참가비도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다[체험형 3만원, 휴식형 2만원, 가족형(2~4인) 4만원].
절 한 배에 염주 한 알을 꿰며 소원을 기원하는 108염주 꿰기, 차명상과 함께 스스럼없이 묘향 스님과 대화하는 차담시간을 마지막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회향되었다. 참가자들의 생글생글 밝은 표정이 들어올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몇몇 참가자들에게 소감을 물으니 “템플스테이에 오길 정말 잘했다.”며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직장 관계로 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현욱(30세, 서울, 디자이너) 씨는 “요즘 심경이 복잡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참가했어요. 새벽 공기가 너무 상쾌했고, 쏟아질 것 같은 별들, 귓가를 울리는 파도 소리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마음나누기 시간에 ‘이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고, 나름대로 한 해 마무리를 잘한 것 같아 새해가 더욱 기대되요.”라며 생기발랄한 여고생처럼 환하게 웃어보인다. 결혼 24년 만에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1박 2일 여행을 왔다는 오정민(48세, 대구, 주부) 씨는 “남편이 돼지띠라 그런지, 집에만 있으려고 해요. 남편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며 변화되는 모습이 보여 이번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마음을 들여다보며 제 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너무 좋았어요.”라며 템플스테이에 자주 오고 싶다고 한다.
낙산사의 창건 설화에 파랑새(靑鳥, 觀音鳥)가 등장한다. 파랑새가 석굴 속으로 들어간 것을 이상히 여긴 의상 대사가, 굴 앞에서 지극정성으로 7일기도를 한 후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생의 온갖 괴로움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관세음보살, 그리고 꿈이 이루어지는 낙산사 ‘파랑새 를 찾아서’ 템플스테이. 아직 자신의 잃어버린 파랑새를 찾지 못했다면, 더 늦기 전에 낙산사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1. 낙산사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운무에 휩싸인 설경.
 2. 낙산사의 중심법당인 원통보전과 7층 석탑. 2005년 화재 당시 원통보전은 전소되었으나, 그 안에 모셔진 건칠관음보살은 화마를 피했다. 지불, 즉 종이로 만들어져 가볍기 때문에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3. 사시사철 기도행렬이 끊이지 않는 낙산사 홍련암. 파랑새가 사라진 곳에 이르러 7일기도를 드리고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의상 대사가 그 자리에 홍련암을 세웠다. 법당 마루에는 작은 구멍이 나있는데, 그 밑으로 파랑새가 사라진 관음굴이 보인다.



낙산사 화재 전에는 볼 수 없던 3가지
막강한 화재 진압 시스템
두 번 다시 화재로 인한 피해는 없다! 홍예문 옆의 소방차를 비롯해 곳곳에 소화전과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으며, 화재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연기센서, 불꽃센서 등을 가동하고 있다. 또 한 분기별로 실제 상황과 같은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앞이 탁 트인 시원한 경관
특이 있으면 실이 있고, 실이 있으면 득이 있는 법. 화재로 인해 아름드리나무로 우거진 울창한 숲을 잃었지만, 조망권을 가리던 나무가 사라져 어디서도 동해와 설악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템플스테이 요사채인 취숙헌 여자화장실에서는 통유리를 통해 바다를 바라보며 손을 씻거나 양치질을 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전문 베테랑, 묘향 스님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묘향 스님이 있어 더욱 빛난다. 템플스테이 경력 5년차답게 참가자들의 욕구와 아픔을 속속들이 살피며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진행한다. 젊은 참가자들과는 카페(cafedaum.net/naksantemplestay)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며 멘토 역할을 해준다.


낙산사 템플스테이
문의 _ 033)672-2417,
www.naksansa.or.kr

<우리절에 안기다>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