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틱낫한 스님이 처방한 '고통과 행복하게 사는 기술'

마음 밝히는 책들

2012-02-01     불광출판사

                                                    『화해』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불광출판사, 13,000원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한 할아버지가 바다 위에 쌓아 올린 집에서 혼자 외롭게 살다가 옛 기억들과 만난 후 행복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할아버지가 살던 마을은 원래 들판 위에 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바닷물이 점점 차올랐다. 바닷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상자 위에 상자를 쌓듯이 집 위에 집을 올렸다. 바닷물이 계속 차올라서 계속 쌓아 지었다.
어느 겨울날 할아버지 집에 또다시 바닷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한 할아버지, 그러다 실수로 망치와 톱을 아랫집으로 빠뜨리고 만다. 잠수복을 입고 아랫집으로 첨벙 뛰어들어 삼층 아래서 도구들을 찾는데, 그 집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집이었다. 미소를 지으며 숨을 멈춘 할머니 손을 꼭 붙잡았던 그 집. 추억에 잠긴 할아버지는 아래로 아래로 계속 잠수해
내려간다.
첫 아이를 낳은 집, 고양이를 잃어버린 집, 축제를 열었던 집…. 그렇게 내려가다가 제일 아랫집, 들판 위에 지은 자그만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결혼해서 처음 지은 집에 도착한다. 한 마을에서 함께 자라 결혼한 둘의 추억, 들판의 냄새,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기억 속을 거닐다 할아버지는 다시 집을 지으러 올라간다. 기쁜 추억과 슬픈 추억을 모두 간직하고서.
『화해』를 보면 누구나 내면에 다섯 살 아이가 살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느끼는 슬픔과 분노와 고통은 그 다섯 살 아이가 받은 상처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아픈 마음이 치유될까? 틱낫한 스님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웅크린 채 울고 있는 다섯 살 아이가 보이는데, 그 아이에게 다가가 등을 잡고 토닥이며 말을 건네고 아이얘기를 조용히 들어주라고 이른다. 매일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즐겁게 뛰노는 날이 오고, 그때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이다. 왜 틱낫한 스님은 이런 심리처방전을 내렸을까? 마음을 보면 이해의 실마리가 잡힌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지하실을 하나씩 두고 있다. 그곳에 슬픔과 화를 가두고 마음의 거실로 올라오지 못하게 꼭꼭 막아둔다. 거실에는 오직 기쁨과 행복만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다 어느 순간 빈틈이 생겨 슬픔과 화가 터져 나오면 어
떻게 될까? 할 줄 아는 거라곤 못 올라오게 막는 게 전부인데, 그래서 우리에게는 막는 기술이 아니라 같이 사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쁨과 행복뿐 아니라 슬픔과 화와도 같이 살 줄 알아야 한다. 같이 살아야 언제 마음의 고통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맞을 준비도 하며, 왔을 때 달래는 요령도 생길 테니까.
틱낫한 스님은『화해』에서 그 말을 하고 있다. 고통을 이해하고 다독여 주고 함께 살면 행복에 이르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봄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새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벽 틈으로 민들레가 한송이 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꽃을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신간 소개>

당신은 부처님
무비 지음│불광출판사│168쪽│9,000원
한국불교 대강백 무비 스님의 인불사상人佛思想을 일목요연하게 담은 책이다. 경전 말씀과 불교사에서 존경받는 스님들의 가르침, 선시禪詩를 가려 뽑아 선불교의 핵심이 인불사상에 있음을 보여준다. 오체불만족의 주인공 오토다케 히로타다, 장애인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등 감동적인 실화를 예로 들며 보통사람이 부처님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며 살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
변택주 지음│불광출판사│352쪽│15,000원
‘맑고 향기롭게’이사로 법정 스님을 가까이서 모셨던 저자가, 스님을 만나 맑
고 향기롭게 살아온 열아홉 분들과 나눈 스님과의 인연 이야기를 엮었다. 저자는 그분들이 어떤 식으로 법정 스님에게 물들어 갔는지, 스님 역시 그분들에게 어떻게 물들어 갔는지를 보여주고 그분들 삶에 묻어나는 스님 사상을 갈무리한다. 저자가 만난 열아홉 분들처럼 법정 스님 역시 그분들과 함께 갔기(同行)에 함께 행복할(同幸) 수 있었다.

천천히 걷다보면
게일 실버 글, 크리스틴 크뢰머 그림, 문태준 옮김│불광출판사│40쪽│9,800원
제1편『화가 났어요』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주인공 얀. 친구들이 떠나고 나서 화를 내며 외로워하는 얀 앞에 붉은 머리털을 산발한‘화’가 나타난다. 둘은 함께 호흡에 맞춰 발걸음 수를 세면서 격렬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친구들과 다시 어울려 놀게 된다. 어린이들이 화나 짜증 같은 강렬한 감정을 이해하고, 걷기 명상을 통해 분노를 해소하고 우정을 유지시킬 수 있는 평화로운 방법을 가르쳐준다.

Ways to the Heart: The Essence of the Korean Buddhist Practices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지음│불광출판사│192쪽│20,000원
1,700년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는 간화선, 염불, 절, 주력, 간경, 사경 등 다양
한 수행법을 시행하고 있다. 병이 백 가지면 약도 백 가지이듯 사람과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익혀온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한국불교가 오늘날까지 사람들을 마음의 고통에서 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국불교 대표 수행법 6가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책이다.

조계종의 산파 지암 이종욱
박희승 지음│조계종출판사│360쪽│16,000원
일제강점기에 나라의 독립과 한국불교 종단의 재건을 위해 노력했던 지암 이종욱 스님의 삶을 재조명했다. 15년에 걸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통해 스님의 행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저자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전통 사상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애썼던 스님의 고뇌를 더듬는다. 친일과 항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한불교조계종의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한 스님의 역할을 평가한다.

월정사의 유래와 한강의 시원
자현 지음│운주사│263쪽│18,000원
오대산 월정사에 관한 연구 논문 6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첫 번째 논문은 월정月精이라는 명칭을 동양사상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살피고, 두 번째 논문은 오대산 불교의 시원을 밝히고 있으며 이후 세 논문은 유·불·도교적 관점에서 한강의 시원 및 시원지 명칭 문제를 검토한다. 여말선초 권근의 글을 바탕으로 오대산 신앙체계를 분석한 이 책은 오대산의 복합적 신앙형태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서라 할 수 있다.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
정찬주 지음│김영사│252쪽│13,000원
경봉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다. 출가발심한 통도사 안양암에서 대도大道를 성취한 극락암 삼소굴까지, 스님이 머물렀던 수행처를 돌며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되짚는다. 저자는 스님이 머물던 절과 암자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수행자로서의 면모와 중생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자애로움을 반추한다. 책 후반부에 실린 법어, 선문답, 시에서 스님의 사자후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무문관
무문혜개 지음, 박영재 엮음│본북│188쪽│8,500원
간화선 수행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는 『무문관』을 현대적인 언어로 풀이했다. 석가세존을 비롯해 역대조사들로부터 내려오던 48개의 화두를 엮은 이 책은 원문의 뜻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절을 덧붙이고, 군더더기(각주) 형식을 통해 화두 참구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추가했다. 부록을 통해 역대조사들의 법맥과 주요 선어록의 흐름 등을 보여줌으로써 선종의 전승 경로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간화선 창시자의 禪(상₩하)
김태완 지음│침묵의 향기│791쪽│42,000원
한국불교 대표 선수행법 간화선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상권에서는 법을 보는 안목, 공부에 대한 조언, 잘못된 공부에 대한 경고, 방편에 대한 올바른 이해, 본보기가 되는 공부 등 간화선 창시자 대혜 스님이 학인들을 지도하던 방법을 소개한다. 하권에서는 대혜 스님 간화선의 핵심을 밝히며 표준 모델을 구성하고, 스님의 간화선이 무문혜개, 고봉원묘, 몽산덕이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분석했다.

지관수행
천태지의 지음, 송찬우 옮김│비움과소통│456쪽│18,500원
천태지의 대사의『수습지관좌선법요』에 대한 저자의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지’수행을 통해 번뇌와 집착을 놓아버리고,‘관’수행을 통해 번뇌를 놓아버린 자리에서 다시 올바른 지혜를 일으키는 방법을 10장에 걸쳐 설명한다. 수행의 이론과 실제를 상세히 설명해 오늘날 수행자들에게 맞는 수행 지침서로 재탄생시켰다. 수행을 통해 생사를 초월하고 열반을 증득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조선시대 불교계 고승과 비구니
황인규 지음│혜안│480쪽│32,000원
저자는 책을 통해 불교의 침체기라 불리는 조선시대에도 불교가 사회적, 종교적 역할을 다해왔다고 주장한다. 조선 건국후 성리학 체제가 바로 수립되지 못한 것은 스님들의 숨은 노력 때문이며 불교 중흥을 위해 순교한 스님들, 임진왜란때 의승병으로 참여했던 스님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불교 정신은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역사 속 고승들의 정신을 기리고 불교가 걸어온 길을 정당하게 이해하고 평가하자고 강조한다.

한국 고전시가의 불교문화 수용 양상
조평환 지음│조율│318쪽│15,000원
한국 고전시가가 불교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양상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향가의 형성 배경을 불교 게송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데, 각 시대별 불교계 동향을 토대로 고전시가의 형성과 변천 과정을 살피고 불교문화를 수용해 창작된 작품들을 내용에 따라 8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한국불교가요가 지닌 문학성을 드러내는 한편 그 변화, 발전양상을 종교가요의 특이성 측면에서 고찰한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명진 지음│말글빛냄│348쪽│15,000원
물질적 풍요로움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욕망에 성찰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현 정부의 거짓과 잘못을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비움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봐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자기에 대한 집착이 사회와 주변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며 행복은 욕망을 버릴 때 성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불교수행자로서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오! 당신들의 나라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부키│296쪽│13,800원
약자를 짓밟고 부를 독식하는 1% 부유층을 풍자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
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 사회의 적으로 변질된 의료 제도, 성과 가족제도 등에 대한 각종 보수 담론, 가난한 이들을 어르는 종교의 위선과 탐욕까지드러낸다.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모든 제도와 기득권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문제를 알면서도 실천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수동적 대중들에게 가하는 채찍질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미하에 데 리더 지음, 이수영 옮김│학고재│352쪽│16,000원
30년간 의사로 활동해온 저자는 죽음을 의학적 실패로 간주하는 대다수 의사들의 인식과 태도를 비판하며 현대 의학이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가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물인간을 예로 들며, 생명연장은 결코 그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평화롭게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의사의 사명감이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핵심이라는게 책의 요지다.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르 클레지오 지음, 백선희 옮김│다빈치│352쪽│23,000원
멕시코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부부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삶을 그린 전기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두 사람이 공유했던 혁명 신념, 미술계 혁신을 위해 노력했던 그들의 삶을 묘사하면서 소란스러운 시대에 치열하게 살다간 두 예술가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책에 수록된 100여 점의 작품 사진과 연보를 통해 두 사람의 삶과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믿는다는 것
이찬수 지음, 노석미 그림│너머학교│140쪽│11,000원
‘믿는다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종교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경험
과 이해, 종교의 본질에 대한 오랜 고민과 성찰이 녹아있다. 저자는 종교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 가족 등 모든 공동체관계 속에서 믿음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며 인생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따라서 누구를 믿든, 무엇을 믿든 서로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한 종교적 삶이자 진정으로 인간적인 삶이라고 말한다.

통일신라의 혜초,
실크로드를 왕오천축국전에 담다
김대호 지음│아카넷주니어│144쪽│11,000원
『왕오천축국전』을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혜초의 삶과 업적은 물론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사회상까지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체 이야기 전개와 별개로 지리, 언어, 종교, 건축 등에 관한 정보를 따로 정리해 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역사 교육에서 강조하는 교류사의 가치를 충실히 담아내고자 한 흔적이 엿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