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 같은 삶

자비의 손길

2012-01-04     불광출판사

한명수(49) 씨는 어려운 집안환경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와 액세서리 공장에 취업했다. 몇 년간 공장에서 기술을 배운 그는 군 제대 후 지인들의 도움으로 1988년 서울시 마천동에 작은 공장을 차렸다.
서울올림픽으로 국가적 호황을 누리던 때라 사업이 잘 됐습니다. 공장을 세운 지 2년 만에 성내동에 넓은 부지를 얻어 공장을 확장 이전했습니다
.”
공장 이전과 동시에 월트디즈니 캐릭터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와 큰 계약을 맺어 제품생산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지만, 중간에 납품업체가 부도를 맞으면서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었다. 결국 1년여 만에 공장 문을 닫고, 오금동에 소규모 공장을 차려 아내와 친구 한 명과 함께 새롭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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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사업 실패를 겪었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가정형편은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다. 힘든 시기도 지나갔고, 부부 사이에 딱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로서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수소문 끝에 아내를 찾아 사정을 물었더니, 심심풀이로 한두 번 하던 도박에 빠져 그만 큰 빚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매달 60만원씩 붓던 곗돈을 몰래 타다가 도박으로 탕진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백만 원의 카드빚까지 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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곗돈까지 타 썼다는 말에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조강지처라 화를 낼 수가 없더라고요. 이왕 그렇게 된 거, 빚은 내가 갚을 테니까 마음잡고 다시 시작하자고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2011년 도박중독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두 명 중 한 명꼴로 도박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7%는 치료가 필요한 중독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경우 삶이 파탄에 이르도록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그의 아내 역시 결국은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빚을 지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말 그대로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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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이들을 한국에 남겨둔 채 중국으로 건너가 일했습니다. 혼자 외국생활을 하면서부터 술을 많이 마셨는데,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앞이 보이질 않는 겁니다. 검사를 받아보니 당뇨로 인한 합병증(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 이상으로 인한 출혈)이라고 하더라고요
.”
당장 앞이 보이지 않으니 딴 생각할 겨를 없이 서둘러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시력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와 정밀검사 후 두세 차례 더 수술을 받은 후에야 겨우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눈 치료에 온 정신을 쏟은 나머지 정작 병의 원인인 당뇨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장이 기능을 상실할 지경(신부전증)에 이르러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 전 신장장애2급 판정을 받아 혈액투석을 위한 병원비 부담은 덜 수 있었지만, 갈수록 나빠지는 시력을 유지하는 것과 모든 질병의 근본원인인 당뇨병 치료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30만원의 돈으로는 월세며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벅찬 실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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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가 받을 업보려니 생각하고 누구도 원망은 안 하지만, 아이들만 생각하면 미안해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아이들이 잘못된 길 로 빠지게 된 건 전부 제 탓이니까요. 부모로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습니다. 그래도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
그는 지금 또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오랜 시간 병마와 씨름하는 동안 집을 나간 큰아들은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고, 작은아들은 절도혐의로 구치소 신세를 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투병생활에 대한 두려움보다 아이들을 제 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기도해 주는 것밖에 없습니다.”라는 한 명수 씨. 50여 년의 세월 동안 고난으로 점철된 그의 삶은 여전히 눈물겹다. 그러나 숱한 역경 속에도 언제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그였기에, 또 한 번 삶의 커다란 역경을 딛고 힘차게 일어설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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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 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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