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알쏭달쏭 불교생활탐구/다비(茶毘)와 사리(舍利)

2011-11-28     불광출판사

가장 확실한 일은 죽음

태어날 때는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태어나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어가는 것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

화엄경에 설해져 있는 이 구절은 나고 죽음의 덧없음을 구름에 비유하여 설해 놓은 말이다. 무상하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생자필멸의 법칙을 평범하게 서술하는 말이기도 하다. 불교의 종교적 관점은 세상의 모든 일을 무상(無常)한 것으로 보는 데 있다. 제행이 무상하다고 선언한 삼법인(三法印)의 첫째 법인(法印)이 무상의 도장으로 세상일을 결재한다는 말이다. 또 이 무상은 괴로움이 된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고 정의 내려놓은 말이 경전 속에 나온다. 아함경에는 이 세상에 가장 확실한 일은 살아 있던 자가 죽는다는 사실이다.”는 말도 설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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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은 시간의 진행에 따라 변하여 소멸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른바 생멸현상이라는 것이 없던 것이 생겨나고 있던 것이 없어지는 반복의 연속이다. 일체의 유위법이 생멸변화해서 어느 것도 상주하는 실체가 없는 것을 범어로 아니티아(Anitya)라 하며 이 말을 번역하여 무상이라 한다. 불교의 교설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말이 무상과 무아(無我) 그리고 고()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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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열반경의 사구게(四句偈)로 알려져 있는 송을 읽으면 무상의 괴로움을 벗어나 적멸의 즐거움을 찾는 불교의 대의가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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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덧없어서 생겨났다 없어지는 법(諸行無常 是生滅法
)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 없어져야 적멸이 즐거움이 된다(生滅滅已 寂滅爲樂
).”

무상 속에 유전(流轉)하는 중생세계의 모든 일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통과의식이다. 인간의 생()()()()나 만물의 생()()()()이 모두 통과의식이다. 태어남도 통과의식이요 죽음도 통과의식,
생겨남도 통과의식이요 없어짐도 통과의식이다.


다비, 부처님의 세계로 전환하는 의식
이 무상 속을 걸어오다 영원의 길로 들어가려는 특별한 의례가 있다. 괴로움을 승하하여 즐거움이 되게 하고 죽음의 마감을 다시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전향하는 이 의식을 다비(茶毘)라고 부른다. 중생의 무상세계에서 부처님의 영원한 세계로 전환하려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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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란 죽은 사람의 시신을 태우고 그 유골을 처리하는 장례법(葬禮法)이다. 불교의 전통 장례법은 화장(火葬)이다. 망자의 시신을 불에 태워서 재를 만들어 그 재를 땅 위에 흩어버리거나 강에 뿌려버린다. 장례하는 방식이 나라나 지역 그리고 종교의 풍습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땅속에 묻는 매장법이 있고 묻지 않고 그냥 숲 속이나 바위 위에 갖다 두어 저절로 산화되게 하는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물속에 시신을 가라앉히는 장례법도 있다고 한다. 이는 묘하게도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에 맞춰 장례법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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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지()()()()의 사대(四大)로 이루어져 있다. 땅속에 묻는 매장은 토장(土葬)으로 지대로 돌려보내는 것이고 수장(水葬)은 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화장(火葬)은 불로 돌려보내는 것이며, 숲 속이나 바위 위에 두는 것은 풍장(風葬)이 된다. 조로아스터교에서 행하는 장례법은 조장(鳥葬)이라 하는데 이도 풍장에 속한다. 다만 시신을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해서 조장이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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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는 화장인데 범어 ‘jhapita’를 음사한 말로 야유(耶維), 야순(耶旬)이라 음사하여 표기하기도 하고 분소(焚燒), 연소(燃燒)라 번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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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함경에 들어있는 유행경에 부처님이 아난에게 다비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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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에 따라 체계화된 다비법
부처님은 전륜성왕의 장례법을 소개하면서 향탕(香湯)으로 몸을 목욕시킨 후 깨끗한 천으로 싸서 관에 넣고 삼기름(麻油)을 부은 다음 전단향 곽에 넣어 불에 태운다는 장례절차를 말해 놓았다. 그리고 사리(舍利)를 수습하고 탑을 쌓아 봉안하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탑을 보고 법왕을 사모하는 마음을 내게 될 것이며 그 이익이 많을 것이라 말씀해 주신다. 이에 근거하여 불가의 장례법으로 다비의례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다비를 행하는 절차와 의례는 다비문(茶毘文)이란 책에 밝혀져 있다. 나암진일(懶庵眞一)이 지은 석문가례초(釋門家禮抄)에 다비작법절차가 있고 추담정행(秋淡井幸)이 지은 다비작법에 의하면 오방번(五方幡)을 설치하고 무상계(無常戒)를 설하며 시신에 대한 삭발, 목욕, 착의, 안좌 등의 구체적인 절차법이 예시되어 있다. 이는 다비장에 이르기 전에 시행하는 의식이며 또 다비장에 이르러서는 소대(燒臺) 앞에서 거화(擧火), 하화(下火), 봉송(奉送), 십념(十念), 창의(唱衣) 등의 절차도 이야기 해 놓았다. 또 다 타고난 다음 뼈를 주워 정리하는 습골(拾骨), 쇄골(碎骨), 산골(散骨)의 과정도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 “옴 파좌나 사다를 외며 산좌송(散座頌)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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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身遍滿百億界
법신이 백억계에 두루하사
普放金色照人天 널리 금색의 빛을 놓아 인간세상과 천상을 비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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應物現形潭底月
만물에 응해 그 모습 나타내시니 못에 비친 달과 같이
體圓正坐寶蓮臺 그 몸 원만하여 연화대에 앉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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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후 나타는 특이한 결정체 사리

다비 이후에 습득한 유골 가운데 특이한 결정체가 나타나는 수가 있는데 이를 사리(舍利)라 한다. 범어 ‘sarira’를 음사한 말인 사리는 원래는 유골(遺骨) 혹은 영골(靈骨)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 수행이 높은 경지에 이른 고승들의 몸에서 나오는 불가사의한 결정체로 인식되고 있다. 금강명경에는 사리란 계혜 삼학을 훈습해 닦은 결정체이니 매우 얻기 어려운 것으로 가장 뛰어난 복전이다(舍利者 是戒定慧之所熏修 甚難可得 最上福田).”라고 하였다. 물론 부처님도 열반에 드신 후 전신이 사리가 되었다 한다. 팔곡사두(八斛四斗)의 사리가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하여 불멸 후 불상을 모시기 이전에 이미 사리탑을 조성하여 예배를 드리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이는 대승불교가 일어난 시대적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부파불교시대의 사변적인 교리위주의 논쟁에 염증을 느낀 불교도들이 부처님에 대한 정의적(情意的)인 마음의 교류를 얻고 싶어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스투파(Stupa, )를 찾아 예배 공경하는 풍습이 생기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변적인 교리에 입각하여 불교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불탑에 대한 신앙심을 일으켜 부처님 행적이 남아 있는 곳에 탑을 세우고 또 그러한 곳을 순례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불교의 신행을 일반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불교의 종교적 관습을 새롭게 형성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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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스님 : 1947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4년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통도사 강주, 정법사 주지, 조계종 교육원 고시위원 및 역경위원장,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조계종 표준 금강경 바로 읽기, 처음처럼, 학의 다리는 길고 오리 다리는 짧다,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